박근혜·이명박·손학규 '당 화합 폭탄주 회동'
한나라당 ‘빅3’가 8개월만에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 한나라당의 잠재적 대통령 후보들이 8일 저녁 7시 여의도 한 음식점 에서 박 대표의 초청으로 열린 당 소속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는 소주.맥주를 섞은‘당화합 폭탄주’를 마시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박 대표는 이날 “지방자치단체장은 당의 기둥이자 핵심이다. 당이 발전하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좋은 말씀 해달라”며 직접 폭탄주를 만들어 돌리면서‘당화합’을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는 한나라당 소속의 전국 11개 시도지사 중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안상수 인천시장과 이원종 충북지사, 이의근 경북지사, 조해녕 대구시장, 박맹우 울산시장 김태환 제주도지사, 허남식 부산시장 등 강원과 경남을 제외한 9곳의 시도지사들이 참석했다.
◆손학규 지사 박 대표 향한 구애
제일 먼저 도착한 손 지사는 취재진들이 먼저 자리에 앉으라고 권하자 "대표가 오셔야 앉지"라며 박 대표에 대한 예우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당초 불참할 예정이었던 손 지사는 이날 저녁 일정을 급히 취소하고 이날 자리에 참석했으며 미리 와 있던 김태환 전 제주시장과 이의근 경북지사 등과 악수를 나누며 박근혜 대표가 올 때까지 자리에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 박 대표가 도착해 손 지사와 인사를 나눴다. 박 대표는 손 지사를 향해 "못 오시는 줄 알았다"며 인사하자 손 지사는 "대표께서 부르시는데 와야죠"라고 화답했다.
손 지사는 또 "자치단체장은 한나라당 당원이면서도 멀리 떨어져 있고 지역일로 바쁜게 사실"이라며 "그래도 당에서 찾아주니 고맙다"고 거듭 박 대표를 향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손학규 경기지사도“박 대표가 고생이 많다”며 “어려운 가운데 이끌어서 당이 부드럽고 화합을 잘 하고 있다”고 박 대표를 추켜세웠다.
또 손 지사는 행정도시특별법관련 “경기도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 당이 큰 관심을 가져 공공기관들이 만들어진 취지, 왜 경기도에 위치를 했나 효율성을 헤아려 달라”고 도움도 요청했다.
◆박근혜 대표 “산불피해 지원 늘려야”
박 대표는 초반 어색한 분위기가 잠시 이어지자 이날 오후 헬기를 타고 다녀온 강원도 고성산불현장 얘기를 꺼냈다.
박 대표는 “현장을 직접 가보니 피해 지역 주민들에 대한 집 건립 지원조건이 40% 밖에 되지 않아 나머지 60%를 융자하라고 하는데 현실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민원이 많았다”며 “손학규 지사님은 행정을 잘 아실텐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손 지사는 “재난이 생기면 항상 걸리는 문제인데 거기 기준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문제가 있지만 국가가 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지원되는 돈도 재정이나 세금인데...”라며 해명조로 대답했다.
화답을 기대했던 박 대표는 다시 “예산도 문제지만 집이 홀랑 타고 길거리에 나 앉았는데 집짓는 것이 시급한 사람들에게 40%밖에 보호를 안 해주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화제를 바꿨다.
박 대표는 이때까지 참석지 않은 이명박 서울시장을 빗대며 “한 분만 더오면 되나요”라며 물었고 이에 강재섭 원내대표가 “가까운 분은 항상 늦는다. 늦게 오시는 분은 박수를 받으려고 늦게 온다”며 농담을 던지면서 분위기를 띄우고자 노력했다.
◆이명박 시장 "언제 골치 아팠나" 볼멘 소리
이명박 시장이 도착하자 참석자들이 모두 일어났고 이어 이 시장이 “늦어서 미안하다. 그래도 한바퀴 돌아야지”라며 시도지사들과 악수를 나누는 순간 박 대표는 표정이 굳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강 원내대표는 이 시장이 늦게 도착하자 "제일 가까운 사람이 제일 늦네"라고 지적했고 박 대표는 "늦게 오면 여러 사람으로부터 박수를 받고 주목을 받잖아요"라고 거들었다.
이 시장은 이런 지적이 일자 "아이고 미안합니다"라고 하면서도 "이 부근에 있으면서도 늦었어요"라며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이 시장은 강 원내대표가 "4.30 재선거도 있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은거죠. 오늘은 골치아픈 얘기는 하지 맙시다"라고 얘기하자 "언제 골치 아팠나"라고 맞받아쳤다.
이어 대구출신의 강 원내대표가 "웃옷을 벗을까요"라고 사투리로 말하자 이 시장은 "표준말인가, 대구말인가"라며 강 원내대표의 사투리를 지적하기도 했다.
강 원내대표도 이 시장의 이런 지적에 맞대응했다. 이 시장이 제일 늦게 도착해 이날 음식값을 이 시장이 계산한다고 말하자 강 원내대표는 취재진을 향해 "서울시장이 사는데 왕창 먹어요"라며 농담 섞인 공세를 펼쳤다.
◆안상수 시장 “2년후 집권을 위하여...”
그러나 이후 뒤늦게 참석한 안상수 인천시장이 “2년 후 집권을 위하여”라며 건배 제창을 해 잠시 어색했던 분위기는 삽시간에 화가애애하게 반전됐다.
안상수 시장은 늦은 것에 대해 무안했던지 소주잔을 들며 큰 목소리로 “한나라당! 2년 후 집권을 위하여”라고 소리를 높이자 모두들 웃음을 터트리며 역시 목소리가 커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후 비공개로 열린 주요내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여옥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당의 어려운 실정을 이야기하고 당비를 내달라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당의 화합을 위해 앞으로 야당으로서 살림이 어렵다는 점을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 기본적으로 현안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각 지사, 시장님들이 평소하시고 싶었던 말을 이야기했다.
▲ 안상수 인천시장은 지금 서민경제가 파탄지경이다. 그런 점에서 서민경제를 파탄시킨 지금의 정부에 대비해서 한나라당이 이 기회에 민생정당으로서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원종 충북지사는 박근혜 대표께 감사하다는 말씀드린다. 충북도민은 호남고속철을 오송역으로 결정한다는 찬성발언을 청주에 와서 해준데 대해 도민들이 깊이 감사하고 격려를 받았다. 그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의지를 갖고 초지일관하며 결정에 흔들림이 없는데 감사한다. 앞으로도 충북의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했다.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박근혜 대표께서 고생이 많으시다. 여러 어려운 가운데서도 당을 잘 이끌어주시고 당이 부드럽고 의원들이 화합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원내연설도 아주 좋았다. 또한 원내 내대표와 박대표가 서로 양보하고 안아주는 모습은 우리 정치에서 국민들이 목말라 하는 것이다.
두분이 잘 하시리라 믿는다. 맹형규 의장과 김무성 사무총장 역시 화합의 기조에서 열심히 하고 계신다. 사실 지자체장들은 한나라당 당원이면서도 당과 멀리 떨어져 있어 당을 생각할 겨를도 없을 정도로 바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당에서 이처럼 찾아주니 매우 고맙다. 행정도시특별법과 관련해 경기도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번에 대표를 찾고 말씀드린 그 내용이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 큰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또한 이전원래 기관들이 만들어진 취지와 효율성을 잘 헤아려 달라고 말했다. 정부기관들이 왜 그곳에 있는가, 사실 경기도에 가장 많이 있어서 그런 말씀을 하신 걸로 안다.
▲이의근 경북지사는 대표께서 당을 조화롭게 이끌어주고 오늘의 대표연설이 자랑스럽다. 또한 원내대표 역시 의총에서 잘 이끌어 주셔서 당이 잘 화합되고 있다. 독도문제와 울릉도 개발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울릉도개발 문제는 독도와 연계해서 당 차원에서 논의를 확실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해녕 시장은 열심히 하겠다. 그것이 나라를 위한 것이고 당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박맹호 울산시장은 지금 지방은 굉장히 어렵다. 그러나 울산을 멋지게 일구고 민심을 얻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제주도는 도세도 약하지만 선거는 제주도에서 이겨야 전국에서 이긴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제주도에 대해 대표께서 또는 중앙당에서 제주도의 위치, 제주도의 가치를 잘 헤아려 달라.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한라산에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 이명박 서울시장은 대표님 중심으로 우리 당이 똘똘 뭉쳐야 한다. 우리 자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선거에서도 이길 수 있고 안팎으로 단합해야 모든 점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 말만하는 정권에 대해 국민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한나라당이 대동단결해서 국민들의 어려움, 고통을 덜어주자고 했다.
▲ 허남식 부산시장은 지금 한나라당이 모든 민심에 귀를 귀울이고 세상의 흐름을 잘 살피는 것이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책임이 크다고 본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부산시민을 위해서 정책개발을 하고 실천에 옮기겠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로서 자신이 일하는 모토는 당을 화합해서 뼈대있는 야당, 무언가를 보여주는 야당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모두 하나가 되자고 말했다.
▲박근혜 대표는 오늘 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합이다. 자주 이런 모임을 만들기로 하겠다. 모두들 국민을 위해서 애써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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