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 볼펜’·‘플러스펜 등으로 유명한 문구류의 명가 모나미. 우리나라 필기구 분야의 독보적인 기업인 모나미가 최근 가시밭길 한가운데를 걷고 있다. 모나미가 겪는 시련 중 으뜸은 뭐니뭐니해도 사업 수익성의 악화. 여기에 키코 반환 소송 패소까지 겹쳐 모나미가 감수해 나가야할 곤경은 하루가 다르게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지난 12월 5일 업계에 따르면 모나미는 올해 들어 내놓은 새로운 제품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듯 당초 기대만큼 판매되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욕적으로 새롭게 진출한 사업에서도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형이 줄어드는데다 수익구조까지 악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야심찬 신사업 모두 ‘꽝’
올해 8월 26일 모나미는 창업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대표 캐릭터 모비(Mobee)를 선보이고 동시에 전략펜 에프엑스제타(FX-ZETA)를 출시한 바 있다. 모나미가 모비 캐릭터를 내세운 이유는 예상보다 복잡하다.
모나미는 자신의 브랜드가 단순히 ‘문구회사’에 머무르는 것을 경계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선도하는 기업의 이미지 구축을 위해 모비를 선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모나미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153볼펜 이라는 이미지인 친숙함, 윤리적, 전통적대신 전문적, 혁신적, 창조적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 노력했다”며 “이를 위해 대중에게 친근감을 유도하는 캐릭터로써 모비를 선택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와 아울러 “모비 캐릭터는 전문적이며 혁신적인 기업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모나미의 의지 및 의욕과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모비 캐릭터 외에도 모나미는 모나미스테이션·디자인팩토리 등 유통 채널의 비중을 크게 높여 기업 체질 개선작업을 추진해왔다. 2007년 12월 출범한 모나미스테이션은 국내 최초의 신개념 디지털 사무 편의점 프랜차이즈다. ‘오피스 디포’와 비슷한 형태로 문구류와 음료 등을 판매함과 동시에 출력 및 디자인 서비스·PC 이용 서비스 등을 전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모나미스테이션 17개 매장을 운영 중인 모나미는 향후 퇴직하는 개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사무 유통 서비스 사업을 확장시켜나갈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해 고민에 빠져있다.
디자인팩토리의 부진 또한 모나미의 고민에 한몫 거들고 있다. 디자인팩토리는 디자인 프린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개념 업체. 출판물·학습지 등 단행본 형태의 책자부터 카탈로그·직접우편(DM) 등의 각종 전단을 제작해주며 매장 내 전문 디자이너가 기획부터 출력까지 도와준다.
현재 모나미는 경기도 수지 본사와 서울 역삼동 두 곳에 디자인팩토리 점포를 열고 있다. 모나미는 내년 말까지 디자인팩토리 8개점을 추가로 열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역시 수익성 부진으로 계획대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올해 매출 목표 달성할지 미지수’
모나미가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는 오늘날의 기업을 있게 한 사업 분야인 볼펜·사인펜 등 문구 제품의 부진에 있다. 이들 간판 제품의 매출액은 올해 초부터 지난 9월 말까지 고작 139억 원에 머물러 있다.
이는 전년 동기 269억 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드러나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아울러 신사업 부문도 투자한 비용에 비해 제대로 이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경영 악화로 모나미의 전체 매출액은 지난 1/4분기 565억 원에서 2/4분기 533억 원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어 3/4분기에는 517억 원까지 크게 줄어들어 분기 매출 500억 원대마저 위협받고 있는 처지다. 모나미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2176억 원)보다 8.8% 늘어난 2,368억 원으로 잡았지만, 목표를 달성할지는 미지수다.
그렇다면 이렇게 모나미가 급격한 위기를 맞이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모나미 필기구의 최대 소비 계층인 학생 인구가 최근 감소되는 추세라 문구류 시장 전체가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모나미를 둘러싼 외부 환경 자체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내부 사정도 모나미를 휘청거리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나미 관계자는 “최근 국내 생산 공장을 정리하며 직원들에 대한 퇴직급여 지출이 발생했다”며 “게다가 신사업 분야에 새롭게 임직원을 영입하는 바람에 인건비 부담이 적지 않게 늘어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모나미가 최근 73억 원 규모의 키코 부당이익반환 청구소송에서 패소한 것도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11월 2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재판부는 29일 모나미, 섬영텍스타일 등 키코 상품에 가입했던 118개 업체가 “키코 상품으로 챙긴 이득을 돌려 달라”며 국민은행 등 은행권들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 91건의 결과를 선고했다.
이날 키코 사건을 맡았던 민사합의21부(재판장 여훈구 부장판사)와 민사합의22부(재판장 박경호 부장판사), 민사합의31부(재판장 황적화 부장판사), 민사합의32부(재판장 서창원 부장판사) 등 4개 재판부는 “키코 상품은 불공정 상품이 아니다”라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키코 상품은 무효’라고 주장한 기업들의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고 99개 기업의 키코 상품에 따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은행이 키코로 폭리를 취했다는 기업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은행이 계약금의 0.3~0.8%를 수수료로 챙긴 건 과도하지 않다”며 “기업도 은행이 어느 정도 이윤을 남길 거란 점은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모나미 관계자는 “키코 계약은 이제 모두 만료돼 추가로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항소할 지 여부를 회사 내부에서 계속 논의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악재의 연속에도 불구하고 모나미 관계자는 모나미의 앞날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회사의 실적 부진은 사업 전환에 따른 과도기적인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앞으로 신사업 부문이 정착되어 매출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회사 경영도 당연히 정상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2015년에는 1조원의 매출을 올려 아시아를 대표하는 유통서비스 기업으로 발돋움 하겠다”는 모나미의 플랜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