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상급식을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표현하며 절대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서울시의회와의 전면전을 선포했고 여기에 비서실과 대변인실 등 보좌 조직을 지나치게 많이 배치해 사실상 대선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파문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들이 결국 오세훈 대권 행보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건은 지난 12월 1일, 서울시의회에서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단독으로 무상급식 지원 조례를 통과시켰다. 오 시장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며 “무상급식 조례안이 철회되지 않는 한 시의회와의 시정 협의는 없다”면서 시의회 출석을 거부했다.
“무상급식 못 막으면 대한민국 무너진다”
오 시장은 ‘시장 직무에 대한 파업’까지 벌이며 무상급식에 반대했다. 이유는 민주당의 무차별적 복지 포퓰리즘이 서울시 행정에 족쇄를 채우고 서울시민의 삶과 내일을 볼모로 잡는 상황이라며 이는 민주당이 표를 얻기 위해 앞뒤 보지 않고 서울시 예산을 무차별적으로 퍼주려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예산이 서울시 예산의 0.4%도 안되는 700억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오 시장의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가지기 힘들어 보인다.
오 시장은 “서울시를 책임지고 있는 단체장으로서 시의회에 대해 제동을 걸지 안으면 시의회는 계속해서 인기 영암주의 정책을 내세울 것”이라며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재의요구와 대법원 제소가 줄줄이 이어진다면 ‘재의행정의 악순환’을 막을 길이 없음을 지적했다.
또 “시의회가 다수가 정의라는 힘의 논리와 인기 영합적 포퓰리즘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진심으로 국가의 장래를 고민하는 자세를 갖출 것을 촉구한다”며 “당리당략의 함정에 빠져 진짜 서민정책에 등을 돌리는 역사적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오 시장의 이 같은 완강한 입장에 대해 민주당 측은 “지나치게 자극적인 발언을 한 것 같다”며 “결국 초조해서 이런 것 아니겠느냐”고 힐난했다.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양숙 의원은 “의회와 시는 각자의 임무가 있다. 서울시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서울시의회의 의무다”면서 “오세훈 시장의 발언은 의회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근본을 흔드는 행위다”라고 맹비난했다.
시의회와 팽팽한 긴장감
야권의 비난이 이어지자 오 시장은 12월 4일 자신의 블로그에 ‘아이들 밥 한 끼 먹이자는데 왜 반대하냐구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무상급식을 막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며 “서울시가 이번에 제동을 걸지 못한다면 무상급식이 기정사실화돼 나라꼴이 말이 아니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또 “학교 나오는 아이들 점심만 해결하면 휴일이나 방학 때 저소득층 아이들의 식사는 누가 책임집니까?...모든 거 다 접고 애들 점심만 해결해 주면 교육. 복지가 해결됩니까?”라며 “무상급식은 결국 세금급식이요 부자급식이며 보편적 복지가 아닌 무차별적 복지”라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이처럼 오 시장의 투쟁적인 행보 나선데 대해 일각에서는 그가 다른 속내가 있기 때문에 강수를 놓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시정질문 참석을 거부하면서까지 대화와 타협을 피해온 그가 “무상급식은 망국적 포퓰리즘”, “막지 못하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라는 등 강경한 표현을 써가며 전면전을 선포하고 일방행보를 달리더니, 급기야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것은 지나친 뒷북이고 순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개토론’이라는 대화와 논의, 타협의 과정을 통해 양측의 의견을 확인한 뒤,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할 때 마지막 수단으로 택하는 것이 정면승부나 강행돌파여야 하는데 그 순서가 반대로 됐다는 것.
오세훈 “대선출마 여지 열어 놓고 싶다”
오 시장이 이처럼 무상급식과 관련한 발언이 정치적 이슈로 부각이 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발언을 하게 됐다. 오 시장은 12일자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구당과 구국의 길이라며 대선 출마를 요구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그런 이유 때문에 출마할 이유는 없지만 저도 정치인이니까 솔직히 그런(대선 출마) 여지는 열어 놓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오 시장은 다음날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 기사 내용을 다른 언론사가 질문과 답변의 앞뒤 내용을 생략한 채 인용하는 과정에서 본래의 뜻이 왜곡됐다”며 시정에 전념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권경쟁구도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속 독주 가운데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보수강성’ 이미지를 선점, 대안으로 부상함에 따라 점차 사라져가는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역전시켜보기 위한 나름의 몸부림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보수층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거대담론을 화두로 제시하면서 동시에 ‘거대야당의 탄압을 받는 힘없는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동정여론을 좀 모아보려는 것 아니냐는 것인데, 그의 어깨엔 힘이 너무 들어가 있고 자신의 정책 자체에서 드러나는 자기모순으로 스텝마저 꼬여들어 측은함만 자아내고 있다는 반응이다.
사실 오 시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서울시장 임기를 채우겠다”라고 언급했다 나이도 젊은데다 당내 입지도 약해 서울시장 재선이라는 큰 이력을 들고 차차기에서 정면대결을 하는게 낫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부상에 따른 일련의 정치적 흐름이 그의 로드맵에도 영양을 미치고 있다. 여권 내 대권주자에 대한 지각변동과 함께 자신의 정치적 위상이 떨어지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다가오면서 대권주자에서 배제돼 시장만으로 각인되는 것은 공무원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그의 행보가 단순을 넘어 대권을 향한 행보가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밝혀진 오 시장의 보좌 인력 규모도 오 시장의 최근 행보가 대선행보의 일환이라는 주장을 일정 정도 뒷받침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김용석 서울시의원의 주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장 보좌조직이라 할 수 있는 비서실, 대변인실, 시민소통기획관, 정무조정실, 시민소통특보, 시민불편개선단장 등에는 총 217명 이상의 인력이 배치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시보다 인구가 100만 명가량이나 더 많은 경기도 김문수 지사의 보좌진이 78명인 데 비해 무려 3배나 많은 인력을 두고 있는 것이다. 오 시장의 무상급식 결사반대가 결국 오세훈 대권 행보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셈으로 풀이하고 있다.
서울시장 재선 성공한 ‘오고집’ 변호사 출신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재선 도전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고집’으로 불린다. 변호사 출신의 오 시장은 16대 국회의원 시절 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의원과 함께 ‘미래연대’ 를 이끌었으며, 이른바 ‘오세훈 선거법’ 으로 불리는 정치개혁 관련법 개정을 주도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인물이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시(26회)에 합격한 오 시장은 91년 대기업과의 아파트 일조권 소송을 맡아 승소하며 세인의 관심을 모았다. 당시 ‘바위에 계란치기’라는 주변의 강한 만류에도 뚝심을 발휘, 헌법상 환경권이 실질적 권리로 인정받는 첫 사례를 일궜다.
이를 계기로 오 시장은 ‘오변호사, 배변호사’, ‘그것이 알고 싶다’ 등 각종 TV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훤칠한 키와 뛰어난 언변은 정치권에 입문, 성공 가도를 달리게 한 발판이 됐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거머쥔 뒤에도 오 시장의 제 목소리 내기는 멈추지 않았다.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의원 등과 함께 한나라당 소장그룹인 미래연대를 이끌며 ‘40대 개혁기수’로서 당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고, 초선 의원으로서 정치개혁특위 간사를 맡아 이른바 ‘오세훈 선거법’으로 불리는 3개 정치관계법 개정을 주도했다.
박근혜.김문수 등과 차기 대권주자로 꼽혀
2003년 9월 당 연찬회를 전후해 ‘5,6공 인사 용퇴론’, ‘60대 노장 퇴진론’을 내걸고 당내 인적 쇄신 운동에 나섰다. 그러나 자신은 정작 2004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비리로 얼룩졌던 ‘원로당’에 과감히 메스를 대면서 미련 없이 금배지를 포기한 것은 ‘정치인 오세훈’의 면모를 대중에 각인시킨 정치 인생의 일대 전환점이 됐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로 그는 행정가로 변신을 시도했다. 취임과 함께 또 다른 도전에 나서 한강르네상스, 시프트(장기전세주택), 광화문광장, 디자인 서울 등 각종 역점사업을 강단 있게 추진했다.
환경, 디자인, 컬쳐노믹스 등 창조산업을 위한 오 후보의 앞서가는 고민과 고집은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27위에서 12위로 끌어올렸고, 서울시 사상 최초의 청렴도 1위, 역대 최고의 대기 질 개선 등의 기록으로 이어졌다.
때문에 한나라당에서 박근혜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와 함께 차기 대권주자로서 거론되고 있는 오 시장이 자신의 정치 행보에 강경수를 두는 이유는 자신에 대한 당내 입지를 지금보다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의회 민주당 측에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기 때문에, 반대할 수 있는 데까지는 다 해봤다는 액션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