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이번 대여 투쟁은 기존의 ‘네거티브’ 전략이 아닌 ‘포지티브’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간다는 전략이다. 이는 이번 장외투쟁을 기반으로 당심을 얻은 손 대표가 대선주자로서 본격적인 외연확대에 나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손 대표는 아직까지 정체성과 노선에서 제대로 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해결해야 할 난제로 꼽히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연말 행보는 고난의 연속 이었다. 대표에 취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형 이슈들에 직면해야 했고 이를 힘들게 극복하는 과정에서 여당에 주도권을 내준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손 대표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장외투쟁을 통한 당대표로서의 리더십은 부각시켜 왔다.
孫, 장외투쟁 성과는
야당 대표로서 존재감과 리더십을 잃어버리면 대선 주자로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손 대표의 장외 투쟁은 민심의 외면을 받을지언정 포기 할 수 없는 카드였다.
실제로 혹한 속에서 장외 투쟁을 이끌어온 손 대표의 진정성에 당심도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손 대표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당 안팎으로 많은 비난을 받아야 했다.
손 대표 본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당 내 경쟁자나 여당 측에서는 이러한 과거 전력을 바탕으로 공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이번 장외 투쟁으로 당 내에서는 손 대표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손 대표의 경쟁자 쪽에서도 “이제 민주당 사람으로 인정해줘야 하지 않겠나”라는 말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손 대표의 당 내 안착에 대해 대여 선명투쟁 기조로 모처럼 야당 지도자다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한나라당 출신인 손 대표가 일관성 있게 당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투쟁 외길을 선택한 것이 ‘야당다운 야당’을 기대해온 전통적 지지층의 반향을 불러일으켜 당심을 모으는데 일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장외 투쟁이 손 대표에게 좋은 작용으로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일단 당심은 붙잡았지만 장외 투쟁의 성과라고 표현 할 수 있는 국민의 반응은 미비했다.
일단 한파가 겹치면서 장외집회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 못했으며 관심을 갖기도 힘들었다. 본격적인 장외투쟁을 가동하기도 전에 시작된 북풍도 악재로 다가왔다.
환경적인 측면도 장외투쟁에 악영향을 미쳤지만 야당에게 유리한 국면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도 아쉬운 측면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연이은 실언으로 좋은 정국을 맞이했지만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주도권을 가져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손 대표 측은 정작 중요한 것은 드러나지 않은 민심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유리한 것처럼 보였으나 민주당이 승리한 곳이 많았듯이 겉으로 드러난 분위기 보다 숨어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장외집회에 참여한 숫자에만 연연하지 않는다”며 “지방선거에서 트위터 등 인터넷 여론이 중요했던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지티브’ 전략, 정책성과 노선은?
이처럼 숨은 민심을 공략하기 위해 손 대표가 다음으로 선택한 행보는 대여 투쟁이다. 이번 장외 투쟁은 기존 ‘네거티브’적인 측면에서 벗어나 ‘포지티브’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간다는 전략이다. 손 대표는 직접 234개 시군구 바닥을 돌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대안을 제시할 생각이다.
손 대표의 이 같은 기조 수정에는 자칫 극한투쟁만 부각될 경우 중도 층의 이탈을 초래, 최근 정체국면을 빠진 지지율 제고에도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손 대표는 “이번 투쟁으로 일심동체로 합심했는데 민주당이 단단히 뭉친 것은 큰 성과였다”며 “2011년 새해 투쟁은 민주대장정에서 정책대장정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희망캠페인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직되지 않고 밝게, 네거티브(Negative) 투쟁을 넘어서 포지티브(Positive) 투쟁을 하되 국회 차원의 민생에는 능동적으로 임하겠다”면서도 “사과나 시정조치 없는 한나라당의 꼼수에 따라 일방적으로 국회를 정상화시키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더 밑으로, 더 가까이 국민과 함께 소통해 민심의 세례를 받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가 제 2차 투쟁을 예고하면서 정치권의 관심은 손 대표의 다음 수순에 모아지고 있다. 당심을 붙잡으며 체제를 정비했지만 앞으로의 노선이 험난하기 때문이다.
특히 손 대표의 앞길이 불투명한 이유는 뚜렷한 노선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당 내 경쟁자로 평가되는 정동영 최고위원은 ‘담대한 진보’를 내세우며 확실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고, 조직 재정비에 나서며 세력을 구축한 정세균 최고위원은 중도개혁 노선을 선택해 현실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당 내 경쟁자들이 확실한 노선을 선점한 상태에서 손 대표가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마땅치 않은 상황인 것이다.
손 대표의 주요 지지층이 이념과 지역에서 벗어난 중도 성향인 것으로 봤을 때 진보적 성향을 강화시킨다면 중도 층의 이탈이 일어날 것이고 우 클릭을 했을 경우 겨우 붙잡은 당심을 놓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 대표 취임 이후 손 대표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으며 측근들 사이에서도 뚜렷한 대안을 내놓기도 힘든 상황인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 해답으로 ‘한국형 복지’를 주창하고 나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거론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역과 이념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국가적 측면에서 거대 담론을 제시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손 대표는 1차 순회투쟁이 마감되는 28일 이후 민생 현장을 다니면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숙고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서는 취임 100일째인 1월10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고심의 결과물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4월 재보선 출마설 일축
손 대표는 내년 4월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뜻이 없음을 분명하게 밝혔다. 손 대표는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 오찬간담회에서 “재보선 정국이 다가올 텐데, 준비가 안 돼 있다”며 “당면한 현안들을 고려 할 때 내 출마는 쓸데없는 소리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차기 대선 행보와 관련 “지금 앉아서 싱크탱크나 만드는 게 당 대표가 할 일이냐”면서 “개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지지율을 높이는 게 지금 우리의 과제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고 강조 했다.
이어 “아직까지는 대선 준비를 한다며 여유롭게 개인 욕심만 챙길 상황이 아니다”라며 “장외투쟁을 선택한 것도 단순한 정치적 관점에서는 ‘하수’이지만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에 몸을 버리고 상해 가면서 고육지책으로 택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장외투쟁에서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갈망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손 대표는 20~30대 젊은 여성들의 호응이 좋았다는 점을 예로 들며 “역시 복지에 대해 가장 피부로 느끼고 와 닿는 것이 여성들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다”며 “복지를 이데올로기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느끼고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말했다.
또 젊은 여성 층 외에도 보수적 이념성향이 강한 장년층에서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는 점도 언급하며 “역시 복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10월 전당대회에서 주요 쟁점이 됐던 ‘복지’가 앞으로의 정치적 노선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임을 언급한 것이다. 손 대표는 야권 연대에 대해서는 “지금은 다 열어놓고 생각해야 한다”며 “북 치고 장구 치고 입으로만 생색내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단순히 일을 벌이고 뒤에 아무 것도 없으면 망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뗐다는 평가에 대해 “할 일 없는 사람들의 얘기로, 그런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포지티브를 중점으로 한 2단계 투쟁에 대해서는 “야당의 1차 존재 이유는 투쟁성이지만 이제 민주당이 정권교체의 대안이라는 신뢰를 국민에게 주는 것이 2단계 목표”라며 “민주당이 대안성을 갖는 게 정권 입장에서도 제일 두려운 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권규탄의 목적으로 장외투쟁을 벌여왔던 손 대표의 다음 목적은 민심 잡기 일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에서도 당심을 붙잡는데 성공한 손 대표가 그 기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