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9일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는 한나라당내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의 송년회가 열렸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선의 실질적인 싱크탱크격인 ‘국가미래연구원’을 출범시킨 직후 열린 대규모 친이계 모임이라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모았다. 이 자리에서 이재오 특임장관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인사말을 서로 양보하며 남다른 친근함을 과시해 이재오-김문수 연대론에 무게를 더했다.
지난해 29일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친이계 송년모임에는 이재오 특임장관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안상수 대표와 심재철 정책위의장 등 친이계 의원 30여명이 모였다.
모임의 성격은 송년회지만 박 전 대표의 조기 대권행보에 친이계 결집의 성격이 짙어 위기감을 느낀 친이계가 곧 대선 준비 작업을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이재오 장관은 “당과 정부는 정권이 끝날 때까지 국민에 대한 공과에 무한 책임을 져야한다”며 당의 결속을 당부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김 지사 또한 “한나라당이 국정운영을 잘해 집권당으로서 국민의 희망이 되자”며 “화합하고 단결해서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고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해 차기 권력에 대한 집념을 내비쳤다.
이날 두 사람은 ‘당의 결집’과 ‘정권 재창출’에 뜻을 같이 함으로써 대권 잠룡들의 조기 행보에 맞선 친이 두 후보 간의 ‘연대론’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이재오, 대권도전이냐 킹메이커냐

▶ 이재오 특임장관
이에 따라 ‘4대강 전도사’에서 ‘개헌 전도사’로 ‘MB의 행동대장’으로 불리는 그가 여의도 복귀 이후 수행하게 될 미션은 무엇인지 정치권은 이미 그의 다음 미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친이계는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집권 하반기로 갈수록 권력 누수 현상은 심화되고 친이계 또한 차기 대선주자로 내세울 후보가 딱히 없어 ‘친이계 좌장’으로써 그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
하지만 복귀 이후 그가 대권 도전에 직접 나설지 킹메이커로 나설지 예측은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킹메이커’로써 그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이 장관이 대권에 직접 도전하기에는 아직 ‘무리수’라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차기 대선 후보의 여론 지지율을 보면 대선 후보로써 그의 존재감은 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8월 이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대권후보 지원에 나설 뜻이 있음을 내비치면서 ‘킹메이커’로써의 이미지가 더 크게 부각되기도 했다.
당시 이 장관은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대권후보로 나가면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생각도 있다”고 말하며 김 지사와 오랜 친분이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이 장관의 정치적 이미지와 친이계의 ‘좌장’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킹’으로써의 역할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그는 ‘행동 대장’의 면모를 보여 야권의 비판을 받았지만 대권후보로 손색이 없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문수, 당내 기반 확보 절실
여론의 흐름에 민감한 수도권의 표심 잡기가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다음 대선에서도 인구 분포가 가장 많은 경기도 지역의 중요도는 크다.
이미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박 전 대표와 경기 지역에서 지지율이 높은 김문수 지사 간의 대권 경쟁도 조기에 가시화될 전망이다.

▶ 김문수 경기도지사
여당 내에서 김 지사는 기반 지역이 수도권인 점과 여성 대통령이 아직 어려운 한국적 정서를 감안해 유리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김 지사는 당내 주요회의나 모임에 참석하며 입지를 굳히고 있지만 당내 지지기반과 수도권 이외의 지역 기반이 약한 것은 풀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이에 친이계의 대표 대선주자로 경선에 나서려면 김 지사는 먼저 친이계를 설득, 지원을 이끌어 내야 하는 상황.
여당 쪽에서는 박 전 대표에 맞서 김문수, 이재오, 오세훈, 정몽준 등 차기 대선주자들의 연합 카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지만 박 전 대표와의 경쟁에 서울 보다는 경기도 표심으로 대변되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좀 더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오-김문수 연대 불가피론
현재 친이계는 이 장관을 중심으로 다시 ‘개헌론’을 꺼내 들었다. 한나라당은 이달 말 의원총회를 열어 개헌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현재 이 장관은 4년 중임제와 대통령이 통일·외교·국방 등 국가의 중요한 권한을 갖고 국내 정치는 내각이 책임지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친박계 쪽에서는 대통령과 내각의 어중간한 역할 설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야권과 대선 잠룡들도 ‘개헌론’에 대한 입장은 부정적이다. 시기와 방법론에 시각차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친이계 쪽에서 ‘개헌론’을 공론화하는 배경은 뭘까.
일단 이재오 특임장관과 친이계에서 개헌론을 꺼내든 이유는 ‘박근혜 대세론’에 대한 견제의 성격이 짙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유력한 미래권력인 박 전 대표가 최근 지지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고 이렇다 할 대선 주자가 없는 친이계 쪽에서는 이를 견제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친이계를 중심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친이 세력의 결집을 위해 ‘개헌론’을 꺼내 들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또 박 전 대표의 대선 도전이 승리로 이어진다면 차기 정권에서 이재오 특임장관과 친이계의 입지는 좁아질 게 뻔한 상황.
이에 개헌과 관련한 친이계의 일사불란한 움직임도 이 같은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면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경우는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친이 좌장’격인 이 장관의 지원을 받게 된다면 당내 경선은 물론 대선에서도 탄력을 받을 수 있어 ‘득’이 될 확률이 높다.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의 국무총리 낙마로 대권 구상에 차질을 빚었다.
올 4월 김해을 재보선에 김태호 전 지사의 출마설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대선 주자로 내세울 대표 후보가 없는 친이계는 김 전 지사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부활이 친이계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판단은 쉽지 않다. 총리 후보로 도덕적 결함이 발견돼 치명타를 입은 그가 재기에 성공해 대권까지 바라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면 김태호 전 지사의 부활 못지않은 비중으로 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이재오-김문수 연대론은 두 사람의 필요에 따라 현실화될 확률은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과 야권 결집에 맞서 친이계가 어떤 카드로 대응에 나설지 두 사람의 연대론 가능성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