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현대 음악, 친근함을 입다
[공연] 현대 음악, 친근함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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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기획한 현대음악 연주회 ‘2010 컴포저 프리즘(Composer Prism)’

공연소비자가 선곡과 공연 기획에 음반 제작까지? 국내의 대표적인 오디오음악동호회, 하이파이뮤직의 이야기다.

2010년의 마지막날 광화문에 있는 금호아트홀에서는 하이파이뮤직의 회원들이 직접 선곡하고 기획한 현대 음악 연주회가 열렸다.

음악애호가들이 직접 기획에 나서 전문적인 연주회를 마련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획기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연주회는 관객이 직접 기획했다는 것 말고도 서울시교향악단의 수석·부수석급 연주진과 100:1의 비율로 엄선된 선곡 등 공연 전부터 예사롭지 않음이 여럿 포착됐다.


국내 창작 현대 음악, 접할 기회 많지 않아


연말공연, 특히 연주회라고 하면 이미 잘 알려진 고전 음악 위주의 공연이 대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잘 알려진 곡이 아니라면 외면 받기 쉬운 게 한국 음악계의 현실.

하지만 이번 연주회는 난해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현대음악이라는 장르에, 관객에게 비교적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는 곡들을 선정해 이색적이면서도 친근한 공연을 과감하게 연출했다.

하이파이뮤직의 김형일 대표는 “국내에도 우수한 현대음악 작곡가와 작품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애호가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연주회나 음반이 없다는 점을 안타깝게 여겨 이번 연주회를 기획하게 됐다”며 이번 연주회의 취지가 국내 창작 현대음악의 저변 확대임을 밝혔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연주회는 총 1,300여곡에 이르는 현대음악 창작곡을 전문 회원들이 중심이 돼 10개월여에 걸쳐 선곡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난해한 곡들은 배제됐고 1차까지 선택된 300여 곡들을 다시 엄선해 최종 공연에는 10곡을 연주, 음반에는 12곡이 담겼다.

연주되는 작품에는 이만방, 김정길 등 국내 원로 작곡가들의 작품에서 정현수 등 젊은 작곡가들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곡들이 망라됐다.

현재 국내에는 수십여 개 대학에 작곡과가 개설돼 매년 수많은 예비 작곡가들이 배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들의 작품이 공연장에서 연주되거나 음반으로 제작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이파이뮤직은 음악애호가들이 18-19세기 서양 클래식음악만이 아니라 국내 창작 현대음악도 가까이할 수 있도록 이번 연주회를 녹음, 음반으로 발매해 접근의 폭을 넓혔다.


국내 최정상급의 연주자들, 선율 현실적으로 표현해


특히 이번 연주회에서는 국내 최고의 연주력과 앙상블을 인정받고 있는 서울시교향악단의 수석·부수석급 연주진과 국내 최정상급 기량의 대표적인 연주자들이 직접 참여해 공연의 수준을 높였다.

또 <오박사의 재미있는 클래식> 프로그램으로 클래식애호가들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오병권 서울시향 공연기획 자문역이 연주곡을 해설해 곡의 이해와 친근함을 더했다.

이날 음악회에 참석한 동호회 회원 오태경 씨는 “사실 현대음악은 접하기 힘든 장르다”라고 말한 뒤 “작곡가와 연주자들 사이, 그 주변을 위주로 전파되던 음악을 공연장에서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뜻 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소하긴 하지만 이번 공연은 음악의 선율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보다 현실적으로 표현해 좋았다”면서 “그 동안 들을 기회가 많지 않았던 현대음악이 이번 연주회를 통해 더 많은 공연이 이뤄져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참석자 김준석 씨는 “기존의 클래식 음악은 익숙하기 때문에 멜로디로 듣게 되지만 현대 음악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이미지’나 ‘생각’ 등을 연상하거나 전달하기 쉽다”면서 “개인적으로는 ‘현악합주를 위한 원형상’과 ‘Mutation 변이’가 포함된 마지막 파트가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한 참석자는 “연주자들의 실력이 생각보다 좋았다”며 “이번 연주회가 정기적으로 매년 이어지길 바란다”는 소감을 밝혔다.


<제작참여자>

Lim-AMC

Lim-AMC는 무용, 음악, 국악, 퍼포먼스 등 주로 몸과 소리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는 공연기획을 통해 예술과 사람의 상호작용과 예술 같은 삶을 꿈꾸는 예술문화기획사다.
중국 국립발레단의 ‘홍등’을 비롯해, 프랑스, 중국, 일본, 이스라엘, 핀란드 등 다양한 나라의 작품을 한국의 여러 도시의 관객과 만나는 기회를 만들어 왔으며, 미국, 중국, 일본 등과 공동제작을 통해 관객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국제적 교류 및 진정한 문화 소통을 추구하고 있다.


오디오음악동호회 하이파이뮤직

이번 연주회를 기획한 하이파이뮤직은 회사원, 교수, 변호사, 의사, PD, 기자, 공무원 등 사회 각계에서 활동하는 오디오와 음악 애호가들이 모인 동호회로서, 운영위원 한명 한명이 일만여 장씩의 음반을 소장한 열혈 매니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이파이뮤직에서 운영하는 사이트(www.hifimusic.co.kr)는 매일 5천여 명 이상이 방문하고 누적 방문객이 1,400여만 명을 넘어선 국내 대표적인 인기 오디오음악 사이트로서, 멀리 호주와 뉴질랜드의 애호가들도 즐겨 찾으며 음악과 오디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다.


[짤막 인터뷰] Lim-AMC 서정림 대표

- 이번 공연에 대해 한 말씀 하신다면.

먼저 이번 공연은 하이파이브 쪽의 기획 의도에 뜻을 같이해 동참하게 됐다. 대체로 우리나라의 공연 분야는 유명한 인물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공연도 협소한 영역과 인원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그냥 소멸될 수도 있는 ‘창작 음악’을 관객의 ‘작은 열정’으로 살려 미래에는 ‘관객의 힘’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작은 열정과 경험이 모여 틀을 갖추고 다양한 기획으로 이어진다면 ‘현대 음악’도 곧 대중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이번 공연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처음 시도 되는 공연이라 부족한 점도 없지 않았지만 가장 아쉬웠던 점은 ‘국악’과 ‘오케스트라’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음 공연에는 이 두 부분까지 범위가 더 넓어질 것으로 본다.

- 음악 소비자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전문가 이상의 마니아들이 현대 음악을 깊이 있게 평가하고 현대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나 기반을 지속적으로 마련한다면 창작자들에게는 채찍질이 될 것이다.

이는 그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곧 창조의 힘으로 연결돼 현대 음악의 질과 관객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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