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날리고 건설업 진출 실패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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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 이행보증금 반환소송 패소

쌍용건설 인수를 포기한 동국제강이 결국 이행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동국제강은 이행보증금을 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재판부가 외환위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타당하지 못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동국제강의 고심은 큰 것으로 알려졌다. 231억원의 이행보증금은 회사 매출에 비해 미미하지만 자회사 매출에 육박하는 규모이기 때문에 이번 재판 패소는 동국제강으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특히 신사업을 추진 중인 입장에서 풍부한 인력과 해외진출의 포석이 될 수 있는 건설사를 놓친 건 동국제강 입장에서도 아픈 상처가 되고 말았다.

이행보증금 문제는 위환위기가 절정에 치다른 2008년에 시작됐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지난 2008년 12월 26일 동국제강이 쌍용건설 인수를 위해 체결한 주식매매 양해각서(MOU)가 해제했다.

이로 인해 2008년 7월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체결한 양해각서로 우선협상자 자격을 얻은 동국제강은 법적 자격을 상실했으며, 쌍용건설의 인수 작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동국제강은 앞서 경기불황과 자금사정 악화를 이유로 쌍용건설 인수건을 1년간 유예해 달라고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요청한 바 있다.

아울러 동국제강은 최근 건설 경기 침체와 쌍용 건설 주가 하락으로 인수 가격이 부담이 된다며 한국자산관리공사에게 이같은 사정을 인수가격에 반영해 달라고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 건설경기 침체 동국제강 인수포기

동국제강은 자산관리공사에게 1년간의 계약체결 유예를 요청했지만 자산관리공사측은 정해진 날짜에 계약을 지키지 못했다며 계약 파기를 통보, 인수 이행보증금 231억원을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따라 우선협상자 자격을 상실한 동국제강은 쌍용건설 인수를 포기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을 상대로 231억원의 이행보증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09년 2월 4일 동국제강은 서울중앙지법에 자산관리공사 등 8개 기관을 상대로 쌍용건설 인수 이행보증금 231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동국제강은 소장에서 “금융위기로 촉발된 현재의 경제 상황은 기업은 물론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기관까지 천재지변에 버금가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어 ‘계약상 사정 변경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동국제강측은 쌍용건설 인수와 관련 “외부 경영환경이 급속도로 변화된 상황에서 수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계약이 성사가 되지 않은 것인 만큼 이행보증금을 자산관리공사가 몰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동국제강은 이미 쌍용건설 인수를 포기할 때부터 이행보증금 반환에 대한 준비를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장세주 회장, 이행보증금 환수에 강한 의지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도 쌍용건설 인수 이행보증금 반환 문제와 관련 “사는 쪽은 천재지변인데 파는 쪽은 천재지변이 아닌 것 같다”며 “(쌍용건설 이행보증금 반환과 관련한 소송제기에 대해)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이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쌍용건설 이행보증금을 환수 받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장 회장은 최근 동국제강 임원들과의 자리에서 “231억원은 그룹의 매출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비상장 자회사 한 곳의 매출만큼은 된다”며 “반드시 돌려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입찰 보증금 중 일부라도 찾아야 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와 본계약을 맺은 것도 아니고 양해각서(MOU) 체결 단계에서 인수가 무산된 만큼 전액을 몰수하는 것은 과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은 당초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법무법인의 자문에 따라 우선협상자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으로 소송의 내용을 바꿨다. 계약파기를 통보 받기 직전까지 기한을 1년 간 유예해 달라며 계약 유지의사를 밝힌 것도 소송 과정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다.

소송준비는 장세주 회장이 그룹기획조정팀을 직접 관할하면서 챙겼다. 소송을 준비해 온 동국제강은 쌍용건설 인수 포기는 천재지변에 버금가는 금융시장 붕괴 때문에 벌어진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행보증금 231억, 그룹 매출에 비해 미미?
 
그러나 재판의 결과는 쌍용건설을 포기한 동국제강의 패소로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서창원 부장판사)는 쌍용건설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가 포기한 동국제강이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금융기관 8곳을 상대로 낸 231억원의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월 2일 밝혔다.

재판부는 “방대한 양의 자료를 받아 이를 4개월간 검토·분석한 점, 쌍용건설 재무제표의 적정성이 문제된 적은 없는 점 등을 종합해볼 때 동국제강이 착오에 빠져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동국제강이 내세우는 사정 변경만으로는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해 양해각서에 따른 거래의 이행이 불가능해지는 경우 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양해각서는 동국제약의 책임 있는 사유로 해제된 것으로 보인다”며 밝혔다.

재판부는 “최종입찰대금이 4천600억원을 넘는 거액인 점 등을 감안해 볼 때 몰취된 이행보증금이 부당하게 과다해 보이지 않는다”며 감액해 달라는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따라 동국제강은 이행보증금을 날린 대가로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큰 손실이 아니더라도 향후 M&A를 노리는 동국제강의 입장에서는 좋은 인상을 갖기에는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동국제강의 경우 2008년 이후 2차례나 건설사 인수를 추진했지만 잇달아 실패를 맛봤다. 쌍용건설에 이어 대우건설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인수가격에 대한 부담감으로 물건너 가버렸다. 철강구조 산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이 나오지만 그룹 성장에는 신사업이 필요한 동국제강으로서는 건설사 M&A는 절대적인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재판결과도 그렇지만 당장 새로운 사업방향을 찾아야 하지만 무리하게 외부자금을 조달해 M&A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며 “앞으로는 좀 더 전략적인 M&A를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동국제강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231억원은 어떻게 보면 회사 매출에 비해 큰 돈은 아니지만 이번 일을 거울로 삼을 것”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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