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움직임이 더뎌지고 있다. 앞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지난 7일 대표회담을 열고 ‘진보정치 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합의하고, 이에 동의하는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를 이달 내 발족하기로 했다.
그러나 양당이 실무 차원의 협의에서 연석회의 참여 대상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 연석회의의 연내 출범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연석회의 참여 대상 놓고 기싸움

연석회의 참여 대상을 놓고 벌이는 양당의 기 싸움도 초반부터 심상치 않다. 실무 협의에서 민주노동당은 빈민층과 농민단체들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진보진영 단체들을 연석회의에 참여시키는 한편, 양당 중심으로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진보신당은 사회당, 민주노총, 시민사회 등으로 참여 대상을 국한시키되, 양당의 입장보다 연석회의를 통한 진보대통합을 요구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가장 큰 입장 차이는 사회당 참여 여부이다. 민주노동당은 원래 같은 뿌리였던 두 당 중심으로 빠르게 통합을 진행하자는 태도이지만, 진보신당은 ‘도로 민노당’이 될 수 있다며 사회당을 포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뿌리와 역사가 같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먼저 통합을 진행하면, 다른 정당까지 규합하는 더 큰 진보진영 통합의 동기부여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석호 진보신당 사무총장은 “두 당만의 통합을 진행하면 옛 민노당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논의 출발부터 사회당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 역시 “사회당은 아직 원외정당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진보대통합을 바라고 있고 이를 자신들의 주요 당면 목표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새롭게 건설될 진보정당에 참여하고 그 일원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종북 문제’가 관건
두 당이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북한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길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이러한 정치적 노선이 분명히 갈려있어 이념정리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NL, 즉 민족해방과 반미·반일을 주 이념으로 삼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파쇼 타도 또는 노동해방, 인민해방을 주 이념으로 하는 PD적 측면의 진보신당은 대북 가치관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 통합 절차 마련 필요
연석회의가 출범해도 양 당의 통합 절차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시각차도 존재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단순히 연석회의에 모여서 선언하고 마는 게 아니라 법적인 통합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그런 구체적인 통합 절차를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양당 내부에 통합을 반대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만큼 연석회의 통합 논의가 제대로 된 절차를 가지지 못한다면 난항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통합 시기에 대해서도 양당은 크게 다른 입장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오는 2012년 총선을 통합된 당으로 치루기 위해 2011년 상반기까지는 최소한 양당 해산 결의를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진보신당은 시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진보정당의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우 대변인은 “양당 통합은 필연적이다. 2012년 총선을 통합해 치루는 것 이외의 안을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한 반면, 진보신당 강 대변인은 “시기를 결정해놓고 통합을 하자고 하면 안된다.
양당이 분당 과정에서 생긴 차이점과 쟁점들을 진지하게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보진영 통합의 두 핵심 주체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이처럼 큰 입장차를 보이면서 새로운 진보정당은 앞으로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