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준 한국화이바그룹 회장 맏아들인 조문수 ㈜한국카본 대표의 아내인 이명화씨는 지난 2009년 10월 심부름센터를 통해 조 회장의 둘째 며느리 박모씨와 둘째 사위 이모씨의 인터넷 사이트 ID와 비밀번호를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화이바그룹은 유리섬유 같은 첨단복합소재의 원료를 생산하는 ㈜한국화이바 ㈜한국카본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중견기업이다.
심부름 센터가 등장하고 사생활을 캐는 영화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은 국내 섬유소재 분야 중견그룹인 한국화이바그룹에서 수년전부터 상속 ·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카본 대표 부인 시동생 사생활 정보 캐다 덜미
장남인 조문수 한국카본 대표가 아버지인 조용준 회장(87)을 상대로 한국화이바 주식과 관련한 소송을 냈고 조 회장은 장남을 형사 고소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여기에 문수씨의 아내이자 맏며느리인 이명화씨는 문수씨 동생 가족의 경영권 승계를 막기 위해 사생활 정보를 캐다 기소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2월 7일 업계와 검찰에 따르면 조문수 한국카본 대표는 지난해 조 회장을 상대로 한국화이바 주식확인 소송을 자신의 아들을 대신해 법원에 제기했다. 조 회장은 조 대표가 자신의 아들 연호씨에게 화이바 지분 12.35%를 주자 법원에 무효소송을 냈으며 조 대표도 맞소송을 냈다. 이유는 조호장의 승인없이 문수씨가 자신의 아들에게 지분을 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07년 말 한국화이바 지분은 조 회장이 22.15% 문수씨는 24.88%, 문수씨의 아들 연호씨가 11.92%였다. 조 회장의 차남 계찬씨는 23.13%였다. 2008년 말 이후에는 계찬씨와 그의 아들 민우씨가 33.22%로 지분을 늘려 37.23%인 문수씨 측을 바짝 뒤쫓았다. 한국신소재도 문수씨가 2009년 말 55.5%, 계찬씨가 44.5%였다가 지난해 말에는 계찬씨가 45%로 지분을 늘렸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지분 변동에 대해 “조 대표가 차남과 갈등하는 사이 지분 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조 회장이 지분을 차남에게로 물려주면 한국화이바 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차참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창업주와의 잦은 의견충돌과 지분구도 때문에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부자 관계가 악화하자 조 회장은 문수씨에게 줬던 한국화이바와 한국신소재,한국카본,에이치엠 경영권 중 한국화이바와 한국신소재 경영권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두 회사의 경영권이 차남인 계찬씨에게 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회사 내부에서 돌았고 부자 사이가 더욱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남편이 회장의 신임을 얻지 못한다고 생각한 문수씨의 부인 이명화씨는 남편의 경쟁상대인 계찬씨를 견제하기 위해 해서는 안되는 범죄까지 저지르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이명화씨 불구속 기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3부(부장검사 이기석)는 이명화씨를 정보통신망 침해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지난 2월 1일 불구속 기소했다. 이씨는 조 회장의 둘째 사위인 이모씨와 둘째 계찬씨의 아내인 박모씨 각각의 불륜 관계를 캐내 조 회장에게 알려 신임을 얻지 못하게 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친지들의 인터넷 사이트 21개를 추적하고 해당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USB에 저장하기도 했다. 같은 시기 이씨는 동서 등이 가입한 H은행에서 예금 잔액과 금융상품 등 금융거래정보를 17차례에 걸쳐 무단으로 빼낸 혐의도 받고 있다.
이씨의 범행은 일 처리가 미흡하다며 질책과 함께 환불을 요구 받은 심부름센터가 시매부 측에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특히 이 같은 불법 행위 사실을 전해 들은 조 회장이 맏며느리인 이씨를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또 서울 연희동 모 은행 지점에서 이곳 직원인 원모씨로부터 정인씨, 계찬씨, 사위 이씨, 박씨, 조 회장, 조 회장의 처 등에 대한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해 제공받은 혐의도 있다. 이씨의 범행은 이를 눈치챈 조 회장 등 6명이 경찰에 고소해 드러났다. 조 회장은 아들인 문수씨까지 함께 고소했으나 문수씨는 수사 과정에서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무혐의 처분됐다.
한국화이바 그룹과 한국카본측은 이같은 사태에 대해 본지와의 통화에서 “가족간의 문제라 회사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한국화이바 그룹은 조 회장이 1972년 한국화이바와 한국카본,한국신소재 3개사를 경남 밀양에 설립한 후 에이치엠 등 2개사를 추가로 설립한 중견업체다. 국군이 착용했던 '철모'를 1970년대 들어 대체한 복합섬유 소재인 '파이버(방탄헬멧)'를 생산하기도 했다.
한국화이바와 한국신소재, 한국화이바그룹은 조 회장이 경영하고 있고, 상장회사인 한국카본과 에이치엠은 문수씨가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다. 5개 회사의 매출은 2009년 기준 3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