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원장 공석이 5개월간 지속돼 오다 지난 16일 양 건(64)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감사원장 후보자로 내정됐다.
청와대는 이번 감사원장 후보자 인선 과정에서 정동기 후보자 낙마 사태를 감안, 국회 인사청문회를 순조롭게 통과할 수 있는 인물을 찾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 후보자 인선배경에 대해 그간 학계와 시민단체, 행정부에서 헌법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전파하고 솔선수범해온 경험을 높이 산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회 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 감사원장의 빠른 업무 시작을 도모하기 위해 이번에는 법조계보다 학계에서 후보자를 우선적으로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 후보자 내정에 대해 ‘돌려 막기 인사’‘보은 인사’라고 비판하는 등 야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양 후보자가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해 감사원장으로 정식 임명돼 현 정부에서 두 번씩이나 장관급 이상 자리에 오르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정부 초대 국민권익위원장(장관급)을 지내다 중도 사퇴했던 양 건(64)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감사원장 후보자로 내정했다. 감사원장 자리는 지난해 9월 김황식 당시 원장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공석이 됐고, 최근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전관예우 논란 등으로 낙마하면서 공석 상황은 무려 5개월간 지속돼왔다.
“가시밭길이라도 국민 목소리 들을 것”
양건 후보자는 “감사원장의 직책을 맡게 돼 부담이 많다. 아직은 후보자의 신분인 만큼 감사원을 어떻게 운영할지 등을 밝히기 곤란하다”며 “공직은 짧게 경험해 봤지만 가시밭길이더라"며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 부처가 감사원 감사 대상인 점을 감안할 때 경제계 출신은 적합하지 않다고 봤고, 정동기 후보자 때의 전관예우 논란도 고려해 법조계 출신을 배제했고 주로 학계를 중심으로 새로운 인물들을 대상으로 검증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국회 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 감사원장의 빠른 업무 시작을 도모하기 위해 이번에는 법조계보다 학계에서 후보자를 우선적으로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홍상표 홍보수석은 인선배경으로 “양후보자가 그간 학계와 시민단체, 행정부에서 헌법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전파하고 솔선수범해온 경험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또 “외유내강의 리더십과 추진력, 업무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세평을 종합해볼 때 감사원장의 적임으로 판단했다”고 홍수석은 덧붙였다.
청와대는 양후보자를 내정하면서 15일 오후 청와대 자체적으로 약식 청문회를 진행했다. 이때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사항을 사전에 검증하고 후보자의 소명을 들었다는 것이다.
홍수석은 특히 “청문회에서 양후보자의 논문과 후보자 부인의 전원주택용 땅 구입 과정에 시비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집중 검증했다”고 말했다.
홍수석은 “양후보자가 부인이 구입한 전원주택용 토지는 지금까지도 보유하고 있고 은퇴후에 주택을 지어 거주할 예정으로 있어 투기와는 상관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과거 작성한 논문이 시비거리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후보자 소명을 들은 결과 일반적인 상식에 준했을 때 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양건 한양대 교수를 감사원장 후보로 내정한 것은 인사청문회 통과를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고 무난한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볼 수 있다.
땅투기 논란 등 청문회 통과 난항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색이 없는 양 후보자를 기용함으로써 집권 후반기에 핵심 포스트인 감사원장 자리에 정권 실세를 포진시켜 생길 수도 있는 야권과의 불필요한 마찰도 피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그러나 양 후보자가 초대 국민권익위 위원장을 지내다 임기(3년)를 채우지 못하고 1년 5개월여 만인 2009년 8월 “이명박 정부의 국정쇄신에 일조하겠다”며 중도 사퇴했기 때문에 의외라는 반응도 나온다.
당시 이 대통령이 “국민권익위가 도대체 무엇하는 곳이냐.”며 질타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책성 경질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야권에서는 양 후보자가 권익위원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돌려쓰기 인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또 야권이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낸 양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감사원 독립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초미의 관심사는 양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느냐다.
당장은 땅투기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양 후보자는 2009년 권익위원장 재직 시 재산은 본인과 가족을 합해 17억9900만원 정도였다. 현재 재산은 15억원 정도인 것으로 청와대는 파악했다. 쟁점이 되는 부분은 배우자 명의의 강원 원주시 흥업리 소재 임야(867㎡ · 380만원).
양 후보자의 부인이 가족과 아무 연고도 없는 강원도 원주의 임야를 지난 2005년 8500만원을 투자해 지인 등 50명과 함께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은퇴한 후 그곳에서 독서하기 위해 전원주택용으로 구입했다고 한다. 양 내정자는 ‘투기는 아니고 속아서 샀다. 후회가 된다’고 했다”며 “구입 당시 ㎥당 10만원대인 땅값이 5만원대 밑으로 떨어져 현재는 4000만원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양 후보자는 또 논문 중복게재 여부와 관련해서는 “제가 부주의했던 것이 한두 건 있는 것 같다”고 일부 문제점을 시인했다. 이에 따라 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2008년 국민권익위원장 시절 19억원대였던 양 후보자의 재산도 27년째 실제 거주 중인 강남구 대치동의 11억원대 아파트를 포함해 현재는 15억원대로 줄었다.
교수출신인 만큼 문제가 될 수 있는 논문표절과 관련해서는 1990년대 학계의 관행이었던 주석을 달지 않고 자기 논문을 재인용한 사례가 몇 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그러나 “제자 또는 타인의 논문표절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4년 중임제’ 주장 국내 헌법학 권위자
양 후보자는 1947년 함경북도 청진 출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텍사스대에서 비교법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모교로 돌아와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유학파로 학식과 대외활동 경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 등 국내 최고의 헌법학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헌법학자ㆍ행정법학자ㆍ법조인들의 모임인 한국공법학회 회장을 지냈고 지난 1987년 공법학회에서 학술상, 2002년 법조ㆍ법학계를 아우르는 한국법학원에서 법학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기본권에 대해선 최고 권위자로 통한다. ‘헌법연구’ ‘입헌주의를 위한 변론’ ‘미국헌법과 대외문제’ ‘법사회학’ 등의 저서를 냈다.
이명박정부 들어서 2008년 3월 출범한 국민권익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을 맡아 기관의 기초를 다졌으며 2009년 8월 일신상의 이유로 중도 사임, 한양대 법대 교수로 복귀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양 후보자는 국민권익위원장 시절 1만건이 넘는 행정부처의 행정규칙까지 검토ㆍ개선하도록 권고하는 등 부정부패 소지를 없애고 법령 시스템을 정비함으로써 선진 일류국가를 향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돌연한 국민권익위원장의 중도하차와 관련, 후임 위원장을 지낸 이재오 특임장관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해석이 제기되는 등 석연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양 후보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 통일부 통일정책평가위원,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대검찰청 감찰위원회 부위원장 등도 맡았다.
양 후보자는 이념적으로 다소 보수 쪽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참여정부 시절 여권이 주도한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해 “국보법 자체의 고유한 가치는 지켜야 한다”며 국보법 폐지를 정면 반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양 후보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려고 비판한 것이 아니라 단지 학자로서 바람직한 국정운영 방향을 얘기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캠퍼스에선 말을 극도로 아끼는 편이지만 한번 시작한 논쟁이나 일에 대해선 빈틈없이 처리하는 ‘완벽주의자’로 통한다.
그는 2009년 국민권익위원장을 사임한 뒤 세계옴부즈맨협회(IOI) 아시아지역 부회장에 선출됐다. 헌법학 권위자인 그는 평소 4년 중임제 개헌의 필요성을 피력해왔다. 감사원장으로 정식 임명되면 현 정부에서 두 번씩이나 장관급 이상 자리에 오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