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野性 키우며, ‘대권 고지’ 호시탐탐
손학규 野性 키우며, ‘대권 고지’ 호시탐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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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위기마다 ‘장외정치’로 돌파구 마련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장외 행보가 화제다. 민주당 당대표직에 오른 후 꾸준히 여의도 밖으로 나섰던 손 대표지만 최근 노숙과 대중목욕탕 방문으로 ‘민심의 바다’에 빠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 청와대와의 영수회담을 둔 논란과 2월 국회등원 여부 때문에 정치권에 발목을 잡혔었던 손 대표는 영수회담을 거부하고 등원을 결정한 후 다시 장외로 나섰다.

제1야당의 수장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원외대표’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유독 ‘바깥정치’에 관심이 많다. 강원도 칩거를 마무리하고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 당대표가 됐어도 이는 바뀌지 않았다. 

바깥정치에 관심 많아

손 대표는 당대표가 되자마자 ‘여의도 정치’에서 한발 물러섰다. 전당대회에서 주장한 ‘국민생활 우선 정치’ ‘실천적 진보’를 위해 영·호남은 물론 충청도에 이르기까지 발로 뛰었다. 거리에서 일용직 노동자, 지역 중소기업인, 농민을 만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얼어붙은 민심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언론에 보이기 위해 시장, 중소기업을 찾아 ‘악수정치’를 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오랫동안 되풀이돼 온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손 대표의 장외 생활은 길었다. 그는 민간인 불법사찰·대포폰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제 도입을 요구하며 ‘100시간 국회 농성’을 후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에 반발하며 100시간 서울광장 투쟁을 위해 여의도를 뛰쳐나갔다. 이어 인천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순회 투쟁에 나섰다.

한 정치전문가는 손 대표의 장외투쟁에 대해 “야당의 야성을 키우는 동시에 민주당 내부의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라며 “원외 대표의 리더십 한계를 전국을 돌고 해당 지역구 인사들과 만나는 것으로 넘으려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손 대표의 장외 행보는 제1야당의 리더십을 넘어 민심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분위기다.
손 대표는 전국 순회투쟁 후 숨을 고를 새도 없이 다시 장외로 향했다. ‘희망대장정’이라는 이름으로 100일 동안 전국 시·군·구를 순회하는 숨 가쁜 일정을 잡은 것.

그는 희망대장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새 사회를 본격 준비해야 한다”며 “이명박 독재를 심판하고 수권정당으로 대안과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MB와 대립각

이어 “이명박 독재를 규탄하고 심판하고 잃어버린 예산을 찾는 일을 계속하는 동시에 구체적 대안 제시와 함께 민심을 수렴하고 정책 토론을 하는 희망대장정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후 계속된 손 대표의 희망대장정은 ‘노숙’과 ‘목욕탕’ 행보로 바닥민심을 흔들고 있다. 손 대표의 노숙생활은 전국 순회투쟁 때부터 시작됐다. 한 곳에서 집회가 끝나면 다음 집회가 열리는 지역으로 이동, 천막에서 한뎃잠을 잤다.

천막 노숙은 자연스레 대중목욕탕행으로 이어졌다. 한뎃잠을 자고 난 이튿날 아침이면 근처 대중목욕탕을 찾아 추운 날씨에 언 몸을 녹이고 피로를 풀었던 것. 장외생활이 길어지면서 목욕탕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어색했던 ‘알몸 소통’도 차츰 몸에 익어가게 됐다고.

손 대표는 목욕탕 행보로 ‘민심’과 ‘정책’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목욕탕에서 만난 이들이 민주당에 바라는 것을 바로 정책으로 연결시키는 동시에 민심의 변화를 체감한 것.

이남재 대표 비서실 차장은 “목욕탕에서 나오는 절절한 목소리를 당 정책에 즉각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예로 민주당이 전세대란과 물가 폭등 등과 관련해 민생특위를 구성한 것도 목욕탕 행보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손 대표가 민심의 변화를 읽은 것은 한나라당의 안방인 대구에서였다. 그중에서도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지역구에서 달라진 민심을 느꼈다.

한나라당 안방까지 공략

손 대표는 지난달 19일 대구 방문과 관련, 목욕탕을 찾은 일화를 전하며 “정치적으로 민주당이 대구에서 열악하고 어려운 위치에 있지만 희망은 크게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침 일찍 대구에 와서 동네 목욕탕을 갔다”면서 “거기 계신 대구시민들이 그렇게 따듯하게 환영을 해주실 수가 없었다. 대구지역이라고 해서 민주당을 냉랭하게 바라보거나 외면하는 게 아님을 피부로 뜨겁게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음료수를 일부러 사서 주시는가 하면, 여러분이 오셔서 격려의 덕담을 써달라고 종이와 매직펜을 가지고 와서 써 달라 하시고, 목욕탕 주인은 뜨거운 차를 차에까지 가져다주는 친절함을 보여줬다”며 “조그만 예이지만 민심의 변화라 생각한다. 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달라진 민심’을 이야기했다.

당으로 돌아와 회의를 할 때도 목욕탕 얘기는 끊이지 않는다. 손 대표는 지난 11일 부산 방문과 관련, “국민을 만나면 만날수록 서민생활의 주름살이 깊어지는 것을 느끼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오늘 아침에도 목욕탕에서 구두 닦는 분이 없는 사람 잘 살게 해달라고 했다”고 전하는 등 ‘바닥민심’을 당에 전했다.

방방곳곳 민심은…

정치권도 손 대표의 소통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정치평론가로 활동 중인 한 인사는 “원외 인사가 정당 대표를 맡으면 아무래도 입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정치권에 일어나는 일의 대부분은 ‘원내’에서 시작돼 ‘원내’에서 해결점을 찾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손 대표가 재보선을 통해 원내 진입할 기회마저 포기하고 밖으로 나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원내 문제를 전담한 박지원 원내대표와 투트랙 행보가 제1야당의 야성을 발휘하는데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희망대장정을 위해 전국 방방곳곳을 찾으면서 더욱 시선을 모으고 있는 손 대표의 목욕탕 행보에 대해 당 관계자들은 손 대표의 ‘알몸 소통’이 희망대장정이 끝나는 4월 중순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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