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사각지대 ‘키스방’ 이제 음지화 되나
단속 사각지대 ‘키스방’ 이제 음지화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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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단속 피해 간판 떼고 운영…“단속 걱정 없다”장담

전화 예약이나 인터넷 예약 받으며 영업 이어 가고 있어
일하는 여성 대개 20대 초반 “대학생 많아 주간팀 부족”
“키스방이 운영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근본적 문제”

 ‘키스’를 판매(?)하는 ‘키스방’의 간판이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키스방’영업은 계속되고 있다. 키스방의 성매매 의혹이 불거짐에 따라 정부는 키스방 입간판, 전단지 배포, 인터넷 사이트 운영에 대한 단속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키스 판매가 유사 성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단속할 길이 없는 정부가 다른 경로를 통한 단속을 실행했지만 키스방은 단속을 피해 간판만 없앴을 뿐 전화 예약이나 인터넷 예약을 받으며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의 키스방 근절 의지에 따른 단속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키스방의 음지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본지 기자는 ‘간판 없는 키스방’ 면접을 통해 접근해보았다.

 키스방 구인 광고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최근 키스방에 집중된 성매매 의혹과 강화되는 법적 제지를 인식한 듯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검색어를 이리저리 달리한 결과 “모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본 어느 구인 광고는 까페인 줄 알고 갔다가 키스방이더라”는 인터넷 글을 보고 모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샅샅이 찾아봤으나 키스방 광고는 없었다.

인터넷에서 ‘키스방 알바’구하기

 그러기를 수차례, 키스방 업주들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키스방 알바생 구하는 방법 4가지’라는 게시글을 볼 수 있었다. 그 글에는 유흥 알바 사이트 중 특정 사이트 몇 가지를 지칭해 놓고 ‘괜찮은(?) 사람이 잘 구해지더라’는 등의 평가와 함께 구인 방법을 자세히 나열해 놓고 있었다.

 지칭된 유흥 알바 사이트를 검색해 들어간 뒤 키스방으로 추정되는 곳 몇 군데의 휴대폰 번호를 적고 전화를 해본 결과 대부분 ‘XX방’이나 ‘이미지 클럽’이었다. 다시 사이트에서 다른 번호들을 적고 전화하기를 몇 차례, 한 곳에서 유난히 말을 아끼는 모습이 보였다.

 ‘XX방’이나 ‘이미지 클럽’ 업주들이 유흥업 경험이 없다며 머뭇거리던 기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손님 많다, 돈 많이 번다, 간단한 애무만 하면 된다. 그 이상은 없다 등 각종 정보를 흘리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혹시 ‘XX방’이나 ‘이미지 클럽’ 같은 곳이냐고 묻자 그곳보다는 수위가 훨씬 낮다(?)고 말했다. 일단 자세한 건 면접을 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곳은 주말이면 ‘키스방’ 명함을 사뿐히 즈려밟고 지나가야만 하는 곳, 홍대 근처였다.

 키스방 위치는 지하철역 출구와 가까웠다. 다만 간판이 없어 전화로 자세한 위치를 듣지 않았다면 헤맬만한 곳이었다. 맨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커다란 철창 같은 철문이었다. 철문 바로 안쪽에 작은 철문이 있었다.

 키스방으로 향하는 통로는 어두침침했다. 계단으로 올라서자 잠금 장치가 있는 문이 하나 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제일 먼저 작은 사이즈의 방이 빼곡히 들어선 게 보였다. 방은 총 6개였다. 그 중 하나의 방에는 키스방에서 일하는 이들이 쓰는 대기실인 것 같았다.

 하나같이 앳된 얼굴을 한 그들은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입고 한 손에는 저녁 한 끼로 보이는 도너츠를 들고 복도를 왔다 갔다 했다. 아직 손님이 많은 시간대가 아닌지 전체적으로 조용했다.

유사성행위만 피하면…

 한 남자가 기자를 발견하고 카운터로 와 앉았다. 그는 자신을 실장이라고 소개한 뒤 유흥업 경험이 있느냐고 물어왔다. 경험이 없다는 기자의 답에 “룸 같은 데는 술도 마셔야 하고, ‘초이스’가 안 되면 아예 공쳐 버리니까 차라리 여기가 낫죠. 손님 오면 연령대에 따라 애들 넣어주고 하니까, ‘초이스’ 이런 거랑은 뭐 상관도 없고 일단 들어가면 대화하고 같이 차나 한잔 하고……. 솔직히 30분 내내 키스만 하겠어요? 힘든 일 있으면 들어주고 좀 하다가 그러는 거죠, 뭐.”라며 “딴 데 보다 여기가 나을 걸요? 30분에 2만원, 시간은 주간, 야간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오고 싶은 날하고 출근 시간하고 원하면 맞춰주는데 그래도 정기적으로 오고 정해진 시간대로 최소 5~8시간 일을 좀 해서 돈을 벌어야죠. 손님은 많을 때도 있고 적을 때도 있고 하는데, 돈은 충분히 벌어 가실 수 있으니까. 솔직히 처음 생겼을 때만큼 손님이 많지는 않지만 얼마 전에 인터넷 사이트가 제휴도 맺고 해서 다시 손님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단속 여부에 대해 묻자 전혀 신경 안 써도 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 “우리 사장님이 좀 대단하셔서 경찰도 알고, 여기는 진짜 유사 성행위 안 해요. 법적으로 유사 성행위는 불법이거든요? 그런데 키스만 하는 건 불법 아니에요. 수위는 가슴, 허벅지, 엉덩이 터치까지만, 그거는 불법이 아니니까. 단속 걱정이 없죠”라며 사업자 등록증까지 내보였다. 사업자 등록증에는 ‘키스O OOO’라는 업체명이 버젓이 적혀있었다. 키스방이 ‘키스방’이라는 종목으로 허가를 내 장사를 할 수 있는 실정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그래도 기자가 안심하지 않자 실장은 “솔직히, OO만 안 나오면 단속 나와도 걱정 없으니까”라며 운을 떼었다. “애들이 유사 성행위를 하는지 어떤지 내가 거기까지는 알 수 없어요. 까놓고 손님이 괜찮고 하면 또 열리는 게 사람 마음이니까, 처리만 뭐 알아서 하면……. 손님하고 친해져서 여기서 열 번 정도 만나면 또 마음 열리게 되고, 더러는 손님하고 밖에서 만나는 경우도 있어요. 그때는 애들이 뭘 어떻게 하는지 모르지. 내가 거기까진 알 수 없으니까요. 되도록 손님들 밖에서 안 만나는 게 좋지. 밖에서 만날 수 있게 되면 여기 손님 떨어지니까. 실제로 밖에서 만나다가 사귀어 가지고 관둔 애 있는데 얼마 전에 다시 일루 들어왔어요, 버림받았으니까. 그런 건 나중에 일하게 되면 차차 알게 되실 거고, 여기서 일하는 애들도 다 이거(사업자 등록증) 봤는데요, 뭘.”하며 사업자 등록증을 챙겨 넣었다.

 일하는 애들은 주간, 야간 합쳐 12명 정도 된다고 했다. 연령대를 묻자 가장 많은 사람이 지금 31세, 대개는 20대 초반이고 20대 후반은 두세 명 정도라고 답했다. 일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대학생이었다. 생계형인 2명을 제외하면 다 대학생이며 개강을 앞두고 있어 주간팀이 부족한 상태라고 했다.

학비 벌기 위한 여대생이 많아

 “학비도 비싸고 하니까, 6개월 일한 애가 있는데 돈 모아서 유학 갔잖아요. 여기서 일하려면 그 정도 목적의식 있어야 버텨요. 용돈 벌이로 하는 애들은 여기 못 떠나, 다시 또 오더라고. 뭐 미래 계획 있어요? 한 6개월은 하실 거죠? 보통 6개월 정도 하는데.”라며 장시간 설명에 지친 실장은 일하기를 재촉했다.

 집에 가서 생각해보겠다는 기자의 말에 실장은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방안에 보면 유사행위 관련 처벌 경고가 있어요. 퇴실 경고도 써져 있고, 침대가 아니라 소파라 안심해도 되요. 치마 입으면 안에 스타킹 신으면 좀 덜 할 거고, 손님이 뭘 좀 원하면 그냥 재치 있게 넘어갈 줄만 알면 되니까.”라며 “다른 데는 경쟁이 치열해요, 진짜. 그래서 유사 성행위 같은 거 할 걸요? 손님 붙잡으려면 키스만으로 되겠어요? 가격이 싼 것도 아니고……. 여기보다 돈을 더 준다고 하는 데는 안 봐도 빤할 걸요? 근처에 키스방 네 군데 있었는데 다 망하고 여기만 남은 거예요. 우리는 손님이 있으니까, 이곳만큼은 단속 안 걸리는 수위에서 운영한다니까요.”라며 거듭 강조했다. 기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계속된 설득과 설명에도 불구하고 기자가 일을 할 의사를 내비치지 않자 그는 “일단 지금 하루만 해보고, 지금은 고민이 되도 일하고 수중에 돈 생기면 생각이 달라질 거라니까요. 대체 뭐가 문제예요?”라며 짜증을 냈다. “다른 데 돈 더 준다고 가봤자 유사 성행위 하는데 라니까. 잘 보고 가야지. 지금 면접 올 사람이 몇 명인데 내일 되면 자리 또 없을 수도 있어요.”라는 실장의 말을 끝으로 면접은 더 진행되지 않았다.

 어설픈 단속이 음지로 몰아

 과거 키스방은 유사 성행위를 하지 않고 ‘키스’만을 판매한다는 이유로 단속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최근 키스방은 유사 성행위, 나아가서 성매매 의혹까지 받고 있지만 정부로서는 성매매 현장을 목격하지 않는 한 단속할 마땅한 근거가 없다.

 성매매 의혹이 커지면서 현재 청소년에 유해하다고 판단하는 키스방의 입간판이나 옥외 간판, 전단지,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한 단속이 시행되고 있지만 적발된 업주는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이하의 벌금을 문다.

 청소년보호법을 어겼을 뿐 성매매 특별법과는 관련이 없는 것이다. 이것은 성매매 의혹이 있는 키스방이 변종 업종으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작한 단속의 애초 목적과는 다소 어긋난다는 의견이다.

 간판을 내리고 영업을 하면 그뿐, 키스방은 이제 체인점 형태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어설픈 단속이 키스방을 음지로 몰아 의혹만 키운다”는 지적과 “단속을 피한 범위 내에서만 철저하게 운영되는 키스방 운영 실정”등에 대한 비판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한편 “키스방도 하나의 문화 현상일 뿐 이다”는 의견도 있어 인터넷 상에는 누리꾼들끼리 키스방 찬반론까지 일고 있다. 키스방을 찬성하는 이들은 “키스방이 성매매의 현장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긴 하나 유사성행위만 하지 않는다면 굳이 법의 규제를 받을 이유가 없다. 도덕적인 심판은 개인의 몫”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키스방 매니저들이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유사 성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현재 규제 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는 개개인의 윤리관에 판단을 맡길 수밖에 없다”며 “키스방이 출현하고 운영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근본적인 문제”임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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