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에르의 <동 주앙>, 32년 만에 새롭게 태어난다
몰리에르의 <동 주앙>, 32년 만에 새롭게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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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초연 이후 32년 만에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동 주앙은 17세기 스페인의 티르소 데 몰리나(Tirso de Molina)의 작품 <세빌리아의 사기꾼과 석상의 초대>에 등장한 인물 ‘돈 후안’에서 비롯되었다. 그로부터 35년 뒤, 이탈리아를 거쳐 프랑스에 도착한 ‘돈 후안’은 당대 최대의 희극작가로 명성을 떨치던 몰리에르(Molière)를 만나 <동 주앙(Dom Juan)>으로 탄생된다. 
 

 이후, 몰리에르의 <동 주앙>은 푸쉬킨(Pouchkine),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 메리메(Mérimé), 보들레르(Baudelaire), 막스 프리쉬(Max Frisch), 몽테를랑(Montherlant) 등 수많은 작가들과 18세기 모차르트(Mozart)의 음악, 19세기 바이런(Byron)의 시와 키에르케고르(Kierkegaard), 20세기 카뮈(Camus)의 철학적 단편들에 이르기까지 시․공간을 초월하여 많은 예술작품과 철학적 사상의 원형적 이미지로 작용해왔다.
그동안 ‘동 주앙’은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희대의 바람둥이’, ‘욕정의 화신’ 등 주로 호색한(好色漢)의 이미지가 강했다. 이는 스페인 민담에서 구전되어 창작된 ‘돈 후안’의 단편적인 모습에 불과하다. 초기 스페인에서 창작된 ‘돈 후안’의 이야기들은 주로 방탕한 주인공이 여러 여자를 탐하며 신을 모독하다가 결국 죽은 자에게 벌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처럼 교훈적이고 종교적인 스페인의 돈 후안 이야기가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아 우스꽝스러운 희극으로 변하고, 프랑스의 몰리에르 작가에게 와서는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몰리에르의 ‘동 주앙’은 바람기 많은 이미지를 넘어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자유인의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그는 죽음을 불사하는 뜨거운 반항심으로 삶의 어떤 것에도 얽매이기 싫어한다. 더 나아가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선천적으로 싫어하며 욕망과 마찬가지로 자유도 본능임을 역설, 그는 자신을 “사로잡는 모든 것’에 사로잡히고, 동시에 그것에 “끌려가는” 자유를 “천성”으로 간주한다. 
 

 그는 이 천성을 오래 유지시키는 것이 여자라고 말하면서 자기 정체의 이중성을 거침없이 밝힌다. 결투로 사람을 죽이고도 가책을 느끼지 않는 그는 교묘한 언변으로 빚쟁이를 따돌리고, 아버지에게 도전하고 여자들과 가문을 농락한다. 이렇게 모든 규범을 거부하는 자유로운 영혼으로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었지만, 동 주앙 스스로 밝히듯이 그는 끝까지 ‘굴복하지 않는’ 인간 본능의 화신을 상징한다. 
 

 ‘동 주앙’은 돈키호테와 햄릿의 관계처럼 파우스트와 대비되며 보편적 인간형으로 인식 되는데 에릴 플린의 영화(1940), 잉게마르 베르히만(1955)의 연극 등으로 알려져 있으나 연극으로 접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명동예술극장의 이번 <동 주앙>공연은 1979년 김정옥 역 이진순 연출로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32년 만에 공연되는 것으로 현대판 <동 주앙>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공연의 타이틀 롤은 김도현, 이율 이 두 배우가 더블로 맡았다. 다양한 뮤지컬작품 활동을 통해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두 기대주가 <동 주앙>으로 정통 코미디와 동 주앙 캐릭터의 복합적인 이미지 연기에 도전한다. 주인공 동 주앙과 대적할 만한 중요 인물, 동 주앙의 시종 스가나렐은 명품 조연 배우 정규수가 맡아 열연하다.  
 

 제12회 김상열 연극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한 연출가 최용훈은 “예술과 인간 양면에서 충분히 성숙한 면모”를 갖춘 연출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 연극계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대표 연출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32년 만에 한국에서 공연되는 연극 <동 주앙>을 고전적인 재현 보다는 현대적인 분위기를 살려 연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동 주앙>이 350년 전의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도덕률의 허상과 사회에 팽배한 매너리즘, 지배층의 위선을 고발하는 현대 우리 시대의 자화상으로서 날카롭고 유쾌하게 그려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주인공 동 주앙의 심리를 대변하는 액자 구성의 무대, 승강 무대를 사용해 석상이 등장하는 장면 등 시각적인 면에서의 표현도 강렬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작품은 2011년 3월 10일부터 4월 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기타 자세한 문의 사항은 1644-2003으로 문의하거나 홈페이지(www.MDtheater.or.kr)를 방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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