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들어간다 _ Into the Book>展
<책 속으로 들어간다 _ Into the Book>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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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경험한다는 것의 의미, 그 화려한 시각화

 환기미술관에서 국립중앙도서관과 공동 주관으로 ‘책’과의 소통에 관한 4가지 ‘읽기’ 방식을 제안하는 전시 프로젝트 <BOOKBOOK>展이 벌써 네 번째 전시 <책 속으로 들어간다 _ Into the Book>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디지털 설치 아트로 디지털을 바탕으로 한 설치 미술이지만 쐐기 문자를 사용하는 등 아날로그적 정서와 기법을 담아 옛것과 새것이 어우러지도록 했다. 
 

 전시에 사용된 LED조명 등이 얼핏 보면 화려하지만 단순히 시각적 화려함만을 추구하지 않았다. 바벨탑 등 역사적, 문화적 상징물을 두고 의미를 두고두고 곱씹어 볼 수 있도록 했다. 
 

 <책 속으로 들어간다 _ Into the Book>展은 책과 소통하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해석, 세 가지 차원으로 표현해 디지털 시대에 도서관에서 책을 경험한다는 것의 의미를 풀어내고자 했다.
 

 첫 번째 차원은 책과 ‘나’와의 일차적 관계다. 다른 예술 작품과 마찬가지로 책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것을 감상하는 독자인 ‘나’의 몫이다. 
 

 이 전시회에서는 무수히 많은 거울이 부착된 벽을 통해 책을 접한 후 책에서 튀어나오는 것, 책에서 팝업(pop up)되는 것은 결국 ‘나’라는 것을 표현한다. 
 

 두 번째 차원은 개개인들의 생각이 모여 시간과 함께 무수한 책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나타낸다. 계단과 수평으로 된 탑을 통해 이것을 표현한다. 
 

 

 여기서 수평으로 된 탑은 ‘나’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수직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도 다양하게 퍼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지점에서 일정 간격 떨어져 볼 때만 탑 모양을 인식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세 번째 차원은 두 번째 차원에서 퍼져 세계를 가득 채운 거대한 책이나 모든 지식을 다  품은 도서관이 결국 하나의 궁극적인 점으로 모이는 과정을 담았다. 책의 궁극적인 도달점, 범람한 책 속에 묻혔던 책의 본질, 혹은 현대 사회의 지식이 디지털화되어 0과 1이라는 단순한 숫자로 수렴해 버리는 지식의 앙상한 한 개의 점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이 전시를 통해 관람객은 설치된 책 속으로 들어가 능동적으로 책을 경험할 수 있다. 작품의 통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서다보면 결국엔 첫 번째 차원인 ‘나’가 시작했던 ‘작은 책’에 닿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관객은 팝업(pop up)되는 ‘나’를 만나게 된다. 결국 나로 시작해 나로 끝난 체험이지만 시작과 끝은 다른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게다가 이번 전시 공간에는 소리를 더해 새로운 공간으로 인지 가능하게 만든다. 작품 하나하나를 의미로 꿰어 종내에는 공간 자체를 인식하게 만든다. 
 

 <책 속으로 들어간다 _ Into the Book>展을 통해 책 속, 나, 책 속의 공간을 만나보려면 4.24일 까지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전시실로 가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02) 391-7701로 문의하면 된다.     
 

 아트 디렉터 조용욱씨에게 듣는 전시 이야기 

 

▲ 아트 디렉터 조용욱씨. 사진/유용준 기자

 의미를 가지면서도 시각적 화려함을 놓치지 않았던 <책 속으로 들어간다 _ Into the Book>展을 맡아 아트 디렉터를 한 조용욱씨를 만나보았다. 그는 프랑스 유학 당시 졸업을 앞두고, 빈 액자에 손을 집어넣으면 그 움직임을 따라 사운드가 만들어지는 작품을 전시해 해외에서도 감탄을 자아내게 했던 실력파다. 국내에서는 약 10년 간 다양한 작품의 음악 감독을 해 주목받고 있는 예술가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국악을 계속 해온 그는 대학 졸업 후 간 프랑스에서 유학 중에 인터렉티브 미디어 전시를 접하고 충격을 받아 뉴미디어 전시로 전공을 바꿨다.  
 

 뉴미디어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자 그는 “뉴미디어의 개념은 어렵지 않아요. 과거엔 영화도 뉴미디어였어요. 이렇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롭게 출현하는 미디어들이 생기는데 각종 미디어들을 복합적으로 사용해 복합적 미디어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에요”라고 답했다.
 

 디지털 설치 아트에 대해 그는 “관객이 들어갔을 때 느끼지 못하면서도 갑작스런 무언가로 공간을 새롭게 인지하는 것, 어떤 공간에 들어갔을 때 전과 다른 음악이나 물체를 보면서 어떤 특별함을 느끼는 것이 매력이에요.”라고 전했다.  
 

 그는 책을 경험하게 하는 이번 전시회에 대해 “‘into the book, 책 속으로 들어간다'가 컨셉인데요, 저희는 팝업을 떠올렸어요. 팝업 북이라면 어떤 다른 오브젝트가 튀어나오는 걸 말하는데 중앙 조형물을 보시면 책 안에 무수히 많은 거울을 붙여 놓았어요. 관객이 들어가면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자신이 팝업 되는 거예요. 책을 읽다보면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발견하게 되는 과정이 있잖아요. 그것을 시각화 해봤어요. 내가 확장이 되고, 다시 좁아지면서 하나의 점으로, 그 점들이 모여서 전체적인 것을 이루는 일련의 과정들도 표현했고요.”라며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는 음악감독 경험을 발휘해 이번 전시회도 음악을 담당했다. 그는 “이런 공간에서 만나는 소리는 색다르죠. 시각이 더 강한 전시회에 소리가 없다면 공간은 지금과 다르게 이뤄졌겠죠. 관객들은 무의식적으로 소리에 반응하니까. 소리만으로도 공간은 숲, 바다가 될 수 있어요. 그게 다양한 상상력을 부여하게 하는 역할을 하죠.”라며 음악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 아트디렉터 조용욱씨. 사진/유용준 기자

 

 그는 음악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예전에 음악감독을 할 땐 음악적 표현 요소들로만 표현을 했는데 점차 표현법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다른 매체를 통해 표현을 하니 훨씬 풍부해지더라고요. 그래도 제 표현의 기본은 음악이에요. 여기가 도서관이지만 음향을 사용했고, 다른 전시를 할 때도 사운드를 신경 써요. 관객이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게 되는지 소리가 영향을 미치거든요.”라고 말했다.  
 

 그에게 관람객들이 전시를 관람하기 전에 유의해야 할 것이 있는지 물었더니 “관람하시는 분들이 들어오기 전에 전시회 정보를 안 보고 그냥 단순히 보기만 하세요. 글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는 눈으로 화려함만을 느끼고 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정보를 좀 읽어보시고 여기에 사용된 것들의 의미를 시각적 작품을 통해 더 상상해보실 수 있다면 좋겠어요. 물론, 아이러니하게도 눈으로만 즐기며 또 다른 상상을 가능케 하긴 하지만 의미 작용도 함께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죠.”라며 당부했다.    
 

 사실 이 전시회에서 의미 작용이 가능케 한 이들은 조용욱씨 외에도 다섯 명(양한일(조형설치디자인), 임소영(디지털스토리텔링), 김지혁(설치영상디자인), 김현민(설치디자인), 이정현(영상디자인)이 더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떠올라 이번 공동 작업이 즐거웠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시를 쓴 임소영 작가를 비롯해 공연 쪽 활동을 하며 많이 본 분들과 작업을 했어요. 공동프로젝트라 각자의 작품을 테마에 맞게 가져오지 않고 처음부터 함께 전체를 구성하고 각각 작품을 특색 있게 맞춰서 작품들의 밀도가 높은 편이에요.”라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 
 

 하나의 테마에 맞추어 각자가 작품을 전시해 의미를 파생시키는 작업이 아닌, 테마를 향해 각자의 작품을 맞추어 나가는 작업을 행한 조용욱씨,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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