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그룹 3세가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검찰은 횡령 및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LG그룹 3세인 구본현 엑사이엔씨 전 대표인 구본현씨에 대해 사법처리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이중희 부장)는 2007년 신소재 사업에 진출한다며 주가를 조작해 100억여 원의 시세 차익을 얻고 550억원 규모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구본현씨를 최근 두 차례 불러 조사했다고 3월 6일 밝혔다.
검찰은 현재 압수수색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구씨에게 증권거래법 위반 및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 등을 적용해 사전 구속 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5월 4일 엑사이엔씨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압수수색 이후 9개월 지나서야 사법처리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구본현씨, ‘스탁론’ 통해 주가조작 혐의
검찰에 따르면 구씨는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사채업자와 저축은행을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씨가 주가조작용 원금인 주식, 어음 등을 담보로 사채업자에게 자금을 당긴 뒤, 이 돈을 차명계좌를 통해 저축은행에 돈을 예치해놓고 예금담보로 4~5배에 달하는 투자금을 조달했다. 이후 이 돈을 사채업자를 통해 수십개 차명계좌에 나눠 입금한 뒤 개미투자자로 위장에서 작전을 펼치는 수법을 섰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는 속칭 ‘스탁론’이라는 작전기업으로 저축은행은 주식을 담보삼아 원금손실에 대한 걱정없이 이자비용을 챙길 수 있고 사채업자 또한 중간에서 알선료와 이자료를 떼어먹을 수 있어 서로간에 이득이 되는 방식이다. 만약 문제가 생기더라도 사채업자쪽에서 대타를 내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다. 만일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자동적으로 되팔아 원금을 보전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씨의 경우 검찰 조사에서 “주가가 크게 움직였지만 이득을 취한 바 없다”며 “투자를 위해 사용한 돈이며 대부분 되돌려놨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구씨가 직원 명의로 회사돈을 대출받아 800억원대의 차명계좌를 운영한 증황도 확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돈은 엑사이엔씨 주가를 올리는데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돈 역시 강남의 사채업자를 통해 운영돼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혐의 부인하지만 증거 확보”
검찰 관계자는 “일부 혐의를 부인하고는 있지만 증거가 워낙 많이 확보됐다”며 “조사를 마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초 서울 구로동 엑사이엔씨 사무실과 함께 강남에 위치한 사채업자 사무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단행한 바 있다.
엑사이엔시는 탄소나노튜브 대표기업으로 잘 알려졌다. 작년 초 구씨가 횡령사건에 휘말리면서 10,000원대 주가가 2,000원대로 곤두박질 쳤다. 그러나 3분기 결산보고서에서 1대주주인 구자극회장 체제로 전환되면서 실적 또한 흑자전환 된 기업이다. 구씨는 구자경 LG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이자 현재 엑사이엔씨 대표이사인 구자극 씨의 아들이다.
구씨는 주식시장에 횡령ㆍ배임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2월 엑사이엔씨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고 지난 1월 보유 중이던 회사 지분 18.25%를 전량 처분해 검찰 기소가 이 회사 주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벌가 자제들의 주가조작은 LG가뿐만이 아니다. 두산가 4세 박중원씨는 2007년 2월 코스닥 상장사 뉴월코프의 주식을 수십억 원에 자기자본으로 인수한 것처럼 허위 공시한 혐의로 2008년 8월 구속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국도자기 3세인 김영집씨도 코스닥 상장사인 엔디코프, 코디너스를 인수해 운영하면서 엔디코프로 하여금 자본금 1억원에 불과한 자신의 보험영업 회사를 150억원에 인수하도록 하는 등 모두 362억원의 회사 돈을 빼돌리거나 회사에 피해를 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서울고등법원은 횡령과 배임 혐의로 기소된 김영집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