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전용기가 회항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에 대통령 전용기가 회항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대통령이 탑승하는 여객기는 대한항공 소속으로 운항과 정비 실무 모두를 담당한다.
하지만 대한항공 여객기는 그동안 여러차례 기체결함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또다시 벌어져 점검시스템이 미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따라 대한항공은 다시한번 ‘안전불감증’이라는 소리를 듣게 됐다.
대통령 전용기, 기체 하단부에서 소음 발생
지난 3월 12일 오전 8시께 이명박 대통령 일행을 태운 전용기는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순방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을 출발했다.
하지만 이륙 30분 후 전용기 기체 하단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고 기체 떨림도 있어 인천국제공항으로 돌아왔다. 당시 전용기 내부에서는 처음에는 약한 소음이 일었으나 나중에는 쿵하는 소리도 들렸다고 알려졌다. 이에 혹시라도 모를 안전사고를 위해 돌아가자는 얘기가 나오고 결국 항공유를 버리고 인천국제공항으로 돌아왔다.
갑작스러운 회항으로 인천공항에도 난리가 났다. 대통령 전용기가 도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소방차, 구급차 등 수십대가 현장에 대기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결국 이 전용기는 이상부위를 점검한 후 오전 11시 15분께 재이륙해 오후 9시 8분께 아부다비 왕실공항에 도착했다.
이 대통령은 UAE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냐흐얀 대통령의 초청으로 부인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14일까지 UAE에 머무를 계획이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와관련 “안전점검 차원에서 인천공항에 착륙했다”며 “기체 아래쪽 외부공기 흡입구 내 에어커버 장치에 문제가 생겨 소음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안전하게 점검이 이루어졌냐”고 물어봤고 이상이 없다는 소리를 듣고 출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전용기는 현재 대한항공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그간 양대 국적 민간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번갈아 대통령 특별기를 운항해오다 지난해 4월부터 정부가 대한항공으로부터 5년간 임차 형식으로 빌려쓰고 있다. 기종은 2001년식 보잉 747-400이다.
청와대, 회항사태에 전격 조사 착수
이번 사태로 인해 청와대 내에서는 지난해 ‘특별기’ 체제에서 ‘전용기’ 체제로 바뀌면서 경쟁이 없어진 탓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행 1년도 안돼 문제점이 노출된 대통령 전용기 체제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청와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간 대통령 전용기는 대한항공이 독점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 시절까지 대한항공이 독점하던 대통령 전용기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아시아나항공도 참여했다. 이득은 없지만 대통령 전용기를 운항한다는 것만으로도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양대 항공사는 대통령 전용기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문제가 커지자 대통령 경호처에서도 진상조사에 나섰다. 청와대는 정비를 감독한 공군과 실무를 담당하는 대한항공에 대해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해 책임을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용기의 정비결함은 대통령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니만큼 철저하게 조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경호처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 귀국하는 15일게 대한항공과 공군 관계자를 청와대로 불러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여러차례 이상 '안전불감증'
그동안 대한항공은 여러차례 항공기 이상이 벌어져 안전불감증이 지적돼 왔다.
지난해 11월 15일 시카고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려던 대한항공 B747기는 승객 탑승이 완료된 뒤 연료탱크 기름 유출이 발견돼 운항이 긴급 중단됐다. 대한항공이 급히 한국에 있는 비상항공기를 투입했지만 비행스케줄은 결국 21시간 늦어졌다. 또 마드리드에서 출발하려던 비행기는 엔진에 문제가 생겨 출발이 14시간 늦춰졌다.
또 같은 달 18일에는 스페인 마드리드를 출발해 한국으로 들어 올 예정이던 B777기가 갑자기 엔진에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서 승객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지난 11월 4일과 5일 니가타, 뉴욕발 비행기도 이상이 발견돼 각각 6시간, 3시간 늦게 출발했다.
지난 1월 1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륙하려던 대한항공 B777기의 엔진 연료장치에서 연료가 누수되는 결함이 발견됐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결함이 잇따르자 지난해 말 항공당국으로부터 엔진에 대한 특별점검을 받았다. 또 이달 들어서는 안전관리시스템(SMS)의 이행실태 등을 점검받기도 했다.
그러나 항공당국의 점검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통령 전용기처럼 결함이 자주 발생해 안전성의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부품이 많다보니 결함이 자주 발생해 출발이 늦어질 수도 있다”며 “하지만 특정업체에서 비번하기 발생하는 경우는 점검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에어콘 흡입구 계통에 문제가 생긴 걸로 알고 있다”며 “안전운항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은 아니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점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계약 해지 관련 논의된 바 없어"
한편 일부 언론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 전용기 회항한 것과 관련, 중대한 정비 부실로 드러날 경우 청와대가 대한항공과 체결한 전용기 임차계약 해지 가능성이 있다고 제기했으나 청와대는 “논의 된 바 없다”고 밝혔다.
언론에 따르면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3월 16일 브리핑을 통해 “어제 공군1호기 인천공항 회항 관련 종합대책회의가 있었다”며 “회의에서는 회항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만 있었지 계약과 관련된 부분은 전혀 거론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원인에 대해서는 보다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정밀조사의 정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공군1호기 제작사인 보잉사에 조사를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