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에서는 이같은 삼성의 움직임에 “삼성이 반도체 시장을 넘어 새로운 3세대 차기 산업으로 바이오산업을 꼽은 것”이라며 “앞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그룹의 새로운 미래산업인 바이오분야를 진두지휘할 수장 역할에 이부진 사장이 맡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부진의 사장의 삼성 내에서의 역할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삼성 바이오제약 산업에 중추 역할
2월 25일 삼성그룹은 바이오제약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지난해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태양전지, 자동차용전치, 등 5개 분야에서 23조원을 집중 투자해 신수종 사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 중 바이오제약 합작사 설립은 신사업과 관련해 주목할만한 첫 번째 결실이었다. 삼성은 일단 의약품 생산 공장을 건설해 해외 제약사의 생산 물량을 수주하고 2016년부터는 림프암 관절염 치료 등에 쓰이는 ‘리툭산’ 등의 복제약 생산에 들어갈 계약이다. 이러한 경험을 발판으로 향후 궁극적인 목표인 신약사업을 시작할 방침이다.
삼성은 우선 전략적인 해외 투자자로 세계적인 바이오제약 서비스 업체인 미국의 퀸타일즈사와 자본금 3천억원 규모의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합작사에는 삼성전자가 40%, 삼성에버랜드가 40%, 삼성물산이 10%, 퀸타일즈사가 10%의 지분을 오는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사업 검토 초기부터 삼성에버랜드가 참여하고 삼성전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일은 추진했다.
삼성에버랜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오너 일가는 바로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경영전략담당 사장이었다. 즉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미래산업이라고 표현한 바이오제약을 사실상 이부진 사장이 중요역할에 맡는 것이 기정사실화 된 것이다.
이와관련 김태한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 부사장은 “에버랜드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큰 규모의 합작사에 참여했다”며 “반면 삼성전자는 기존사업에 투자가 필요해 비전자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도 역시 삼성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신성장 동력 중 바이오제약 사업이 에버랜드 주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또한 바이오제약 사업에 의지가 강하고 그동안 추진해왔던 농업, 식품융 사업이 바이오제약과 관련이 있는만큼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처럼 2009년 매출액 1조7264억 원에 불과한 삼성에버랜드가 매출액 154조6300억 원의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점을 봐도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부진, 사장 승진으로 오빠 이재용과 어깨 나란히
이때문일까. 바이오제약 산업을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높은 이부진 사장은 최근 전무에서 사장으로 파격 승진하면서 오빠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즉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이끌 중추역할에까지 올라서게 된 것이다.
재계에서도 이부진 사장과 이재용 사장은 그동안 경쟁관계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사실 이재용 사장이 차기 삼성의 대권에 올라선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이부진 사장의 뚝심도 무시못할 정도다.
이부진 사장은 현재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으로 활동하며 삼성에버랜드의 경영전략담당 사장,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 등을 겸직하고 있다. 특히 오는 3월 열릴 예정인 호텔신라 주주총회에서는 새로운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최근에는 '신라와 롯데' 재벌가 면세점 전쟁에서 이부진 사장이 롯데 신격호 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을 누르고 승리하기도 했다.
이같은 성적 때문에 삼성 일각에서는 “이부진 사장이 향후 이건희의 뒤을 이을 재목”이라고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일부 삼성 임원들 사이에서도 오빠인 이재용 사장보다 이 사장의 경영능력이 한 수 위로 평가받을 정도다.
하지만 삼성그룹 “경영구도를 언급하는 것은 성급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는 2009년 말 현재 25.64%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삼성카드며, 개인 최대주주는 25.1%의 지분을 가진 이재용 사장이다.
이부진 사장도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상대적인 지분율이 낮다. 재계 관계자는 “지분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이부진 사장이 바이오제약 사업을 책임지게 될 것이라는 파단은 성급하다”는 지적했다.
또한 삼성그룹의 중추인 삼성전자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이재용 사장과 이부진 사장을 단순비교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후계구도 판단은 이르다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이부진 사장이 바이오제약 산업을 통해 얼마나 성과를 내는냐에 따라 후계구도에도 영향을 충분히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눈에 띄는 실적과 적극적인 성격, 이건희 회장의 두둑한 신임을 바탕으로 한 이부진 사장은 향후 그의 비중과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