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D TV를 놓고 2번째 싸움이 시작됐다. 양사가 3D TV와 스마트TV 기능이 합쳐진 신제품 TV를 2월 16~17일 잇달아 발표하면서부터 시작된 3D TV 논쟁은 서로의 약점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대대적인 마케팅 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앞서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자신들의 제품이 더 낫다며 비방전을 치뤘다. 비방전의 원인은 양사의 3D TV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셔터안경식(SG)을, LG전자는 필름패턴 편광안경식(FPR)을 접목해 입체 영상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양사는 서로 자사제품이 상대방 제품보다 기술에서 우월하다며 직접 비교시연해 보이고 나서 초반 기선잡기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하지만 싸움이 비방전으로 그치자 이제는 해외에서 마케팅 전쟁을 시작했다. 비방전이 득이 될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LG-삼성, 3D TV 1라운드는 '비방전'
감정싸움은 지난 2월 16일부터 시작됐다. LG전자는 신제품 발표회에서 ‘세대론’을 들고 나오며 삼성쪽을 바짝 약올렸다.
LG전자는 이날 발표회에서 ‘깜박거림을 없앤 차세대 3D TV’라며, 필름 패턴 편광안경식(FPR)을 사용한 자사 제품이 ‘차세대’라면 삼성전자 신제품은 아예 ‘구세대’라고 몰아붙였다.
이와 함께 “기존 1세대 기술인 셔터안경식 3D TV의 문제점인 어지럼증, 어두운 3D 화면, 무겁고 불편한 전자 안경 등을 모두 없앴다”고 표현해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겨누는 뉘앙스를 풍겼다.
자사는 3D TV 시장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른 FPR(필름안경식) 기술을 통해 어지럼증의 원인을 없앰으로써 3D 영화 등을 장시간 시청해도 눈이 편안하고 두통이나 메스꺼움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셔터안경식 방식은 바로 삼성전자가 쓰는 기술이다.
근거로는 독일에 본사를 둔 환경안전 시험기관 TUV의 시험 결과를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성능 비교 시연을 피하고 있다고도 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와 다음의 3D TV 카페에서 비교 시연을 하려고 했으나 삼성전자가 참석할 것처럼 하다 막판에 발을 뺐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2월 17일 경기 수원 삼성디지털시티 디지털미디어 연구소에서 2011년형스마트 TV 신제품 발표회를 하면서 ‘5년 연속 세계 1위가 만든 한 차원 높은 스마트TV..하늘과 땅 차이’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실제 윤부근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대놓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윤 사장은 행사에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양측 모두 세계 제패를 해야한다”면서도 LG전자가 전날 내놓은 신제품이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비판했다.
윤 사장은 “(LG전자의) 필름안경식(FPR)은 1935년에 개발된 것이고, 성능은 오히려 과거보다 못하다. 2세대 3D TV라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시장에서 연말에 보면된다. (LG전자가) 4천만대 판다고 했는데 팔아봐야 안다”고 말했다.

비방전 실리 없자 대대적인 마케팅 승부
하지만 비방전은 제살 깍아먹기가 됐다. 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각종 인터넷 소셜 매체인 블로그, 트위터에서까지 제품의 기술차이보다는 서로의 약점을 공격하는 비방전에 초점을 맞추는 내용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결국 양사는 국내에서 비방전으로 지루하게 이어지는 싸움이 득이 없다고 판단되자 이제는 해외와 국내에서 차별화된 마케팅 싸움으로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한국, 유럽에 이어 업체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북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3월 17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삼성 익스피리언스’에서 북미 주요 거래처와 미디어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원더 이벤트(Wonder Event)’를 열어 새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북미 시장에서 스마트·풀HD 3D·디자인의 3박자를 갖춘 3D 스마트 TV D8000, D7000 시리즈를 기능·사이즈·가격대별로 내놓아 고객의 다양한 눈높이에 맞춘다는 전략이다.
반면 LG전자는 지난달 미 독립영화 시상식에서 필름 패턴 편광안경(FPR) 방식의 시네마 3D TV 출시행사를 한 데 이어 FPR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춘 초대형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에서 다음달 2∼3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서 블리자드, 엔씨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등 국내외 게임 업체와 함께 ‘시네마 3D 게임 페스티벌’을 열어 3D 상영관에서 볼 수 있는 풀HD급 3D 게임 콘텐츠를 소개할 예정이다.
결국 소비자만 봉?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비방전에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각자의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녹아들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간에 낀 소비자는 양측 CEO들의 대리 전쟁에 눈살만 찌푸리게 됐다. 게다가 비방전이 서로에게 실리가 없자 소비자에게 혼란만 준 채 소리소문 없이 마케팅으로 전략을 바꾸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양사간의 ‘전쟁’보다는 소비자의 ‘이익’에 더 방점을 찍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양사는 진흙탕 싸움은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버린다는 판단에 마케팅이 실리적으로 더 낫다는 결심이 선 것 같다”며 “하지만 앞서 서로의 기술을 부정하는 감정싸움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신만 더 커졌다”며 고 말했다.
결국 작년 기준으로 약 5%포인트 격차를 내면서도 세계 시장을 석권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이제 양사를 차별화된 마케팅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