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성인용품이 오히려 구매율 높아, 시대상 반영
- 30~40대 중년여성 사이에서 성인용품 거부감 줄어
- 솔직해진 성? 억압된 성?…여성들이 보다 적극적
- 일각에선, “실질적인 성교육, 성 이야기 활발해져야”

성인용품 사용자들이 늘고 있다. 성생활이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고해짐에 따라 성에 대한 솔직하고 발칙한 이야기들이 전면에 등장한 것은 물론 재미(?)있는 성생활을 위해 혹은 개인의 성 욕구에 더 진솔하게 다가서기 위해 성인용품을 구매하는 연령층이 폭넓어졌다. 또한, 과거와 달리 남성 뿐 아니라 여성까지 구매에 가세해 성인용품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성인용품 사용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듯 골목길이나 좁은 도로변 쪽에만 있던 성인용품점이 점차 큰길가로 나오고 있다. 몇 년 전, 이대 근처에는 성인용품점이 생겨 화제가 된 바 있다. 얼핏 보기에 팬시점으로 보이는 그곳은 기존의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탈피해 성인용품 사용에 거부감이 있었던 이들의 인식을 바꿔놓기도 했다.
성인용품, 판매 1순위는?
M씨(29.미혼)는 요즘 여성용 성인용품 기구를 구입할까 고민하고 있다. 몇 해 전,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 뒤늦게 빠져 한 번쯤 자신의 성에 솔직해보고자 하는 욕구가 생겼다.
그녀는 “거부감이요? 처음엔 말도 못했죠”라며 성인용품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일부 성을 밝히는 사람들만 사용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드라마를 통해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드라마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생각을 이것저것 들으면서 받은 영향도 있죠”라며 말을 하다 보니 여성용 성인용품 기구를 구입할 의사가 더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성인용품 판매 사이트를 운영하는 관계자에 따르면 성인용품 판매 순위 1위가 ‘여성용 성인용품 기구’라고 한다.
관계자는 “처음 판매를 시작할 때 여성용 기구가 이렇게 잘 팔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 여성 고객의 70%가 여성용 기구를 구매한다. 지금 이 시간까지 판매 건수가 총 12건인데 그 중 6건이 여성용 기구 구입”이라고 전했다. 여성용 기구를 구입하는 이들의 연령은 주로 3~4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쾌락을 느낄 수 있는 형태가 비교적 단순한 남성과 달리 여성분들은 복합적이다. 남성과의 성생활을 통해 만족되지 않는 부분들을 해소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성을 표현하는데 있어 여성이 아직까지 억압된 게 많으니까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성 개방에 따른 세태 변화
M씨 역시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그녀는 “남자친구와 관계 시 너무 적극적이거나 솔직하면 좀 그렇잖아요. 성이 개방되긴 했지만 그런 면에서는 아직 솔직해지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B씨(남.31)와 A(여.31)씨 커플은 성인용품을 사용한지 6개월째다. 9년째 연애 중인 이들 커플은 몇 번 성관계 후 문제가 있었음을 고백했다.
A씨는 “성생활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어요. 그러려니 했는데 안 되겠다 싶었다. 서로 성관계를 기피하다가 서로 터놓고 얘기하자 했고 합의 끝에 커플 성인용품을 사용하기로 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커플용품 사용 제안은 A씨가 먼저 했다.
B씨는 “성인용품을 막상 사용하려니 좀 꺼려지긴 했다. 솔직히 한 번쯤은 사용해보고 싶긴 했는데 남자들은 여자친구한테 그런 얘기를 하기 어렵다. 좀 이중적이긴 한데, 다른 여자들은 짧은 치마 입어도 되는데 내 여자는 그러면 안 되는 것 같은 심리가 작용했던 듯하다. 다행히 여자친구가 먼저 얘기를 해줘서 지금은 서로 터놓고 얘기하는 습관이 들었다. 서로의 성적인 부분을, 우리끼리 ‘성역(聖域)’이라고 농담으로 얘기하는데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니까 관계가 더 발전했다. 요즘은 가끔 다른 커플용품도 사용한다”고 말했다.
A씨는 “주변에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고민만 하다가 이를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겠다며 사소한 고민쯤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내가 커플용품 등 성인용품 사용을 권하면 당황하다가 ‘안전하냐’고 제일 먼저 묻는다. 요즘 인식이 많이 달라져서 안전하다는 것을 파악하면 올바른 사용법까지 숙지해 사용한다. 성인용품이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솔직 담백한 성 얘기, 양지화되나
이에 대해 성인용품판매 사이트 관계자는 “커플용품 사용은 많이 오픈된 편이다. 작년 크리스마스가 되기 일주일 전부터 커플 용품이 굉장히 잘 팔렸다. 간혹 커플용품 사용 부작용이 있는 지 묻는 이들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작용 없이 안전하다. 하지만 가끔 무턱대로 사용하는 분들이 있는 걸로 아는데 사용할 거라면 올바르게 사용할 것을 권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피임기구 사용법을 묻는 질문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질문자가 혹시 미성년자가 아닐까 의심했지만 알아보니 질문자는 대학을 갓 입학한 20대 초반의 남성이었다. 관계자는 당시 우리나라가 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체감했다고 했다.
또한, 그는 성에 대해서나 성인용품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음을 느끼지만 “유명 포털 사이트에 한해 ‘성인용품’광고를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성인용품 판매가 불법인 줄 안다. 점점 후퇴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판매는 둘째 치고 이런 부분들이 또다시 음지화가 될까 염려했다.
전문가들은 ‘좀 더 실질적인 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전문가는 “출산과 임신에 관련된 성을 배우는 것만큼이나 남녀나 부부 사이 성생활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마디로 이런 부분들에 대한 실질적 얘기가 오고가야 한다”며 “성인식이 바뀐 만큼 성문화도 더 양지로 올라와야 한다. 청소년을 의식해 성인용품 등을 음지로 몰아넣어봤자 인터넷의 발달로 청소년들은 마음만 먹으면 접한다”고 했다.
C씨(30.여)는 ‘성에 대한 실질적 얘기가 오고갈 필요가 있다는 것’에 공감했다. 그녀는 얼마 전, 남자친구와 함께 제주도에 있는 성 박물관을 찾았던 경험을 떠올렸다. “성과 관련된 이야기, 물건, 기록 등 다양한 것들이 많았어요. 저는 굉장히 흥미롭게 보면서 남자친구를 불렀죠. 관음증과 관련한 전시였는데 재미있다고 알려줬더니 남자친구가 창피해하더라구요. 박물관을 구경하는 내내 적극적으로 관람하지 않았어요. 제가 신나게 구경하고 있으면 제 팔을 잡아끌면서 ‘빨리 밖으로 나가자’는 식이었죠. 결국 그날 싸웠어요. 제가 남자친구한테 ‘구경하기 싫었음 처음부터 오지말지 왜 왔냐’며 화를 냈거든요”
그녀는 며칠 후 남자친구의 속내를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제 생각엔 이분법적 사고가 아직 다수의 남성들에게 배어있는 것이 아닌가 해요. 별도의 성교육 없이 포르노를 통해 성을 배웠는데 그걸 은밀히 즐기잖아요. 박물관에서 그걸 갑자기 맞닥뜨리니까 여자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몰랐던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성에 대한 실질적 이야기가 활발해진다면 남녀 사이의 간극을 좁혀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개방된 성문화를 한 겹 걷어내면 보수적, 배타적 사고가 튀어나왔던 것 같다. 인식의 변화와 맞물린 실질적 변화를 대화를 통해 풀어나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기자님~ 경주최씨에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