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3월 24일로 복귀 1년을 맞았다. 지난해 3월 24일 이 회장은 삼성특검 의혹을 뒤로한 채 전격 경영에 복귀했다.
복귀 이후 위기론을 들고 나왔던 이 회장은 삼성그룹은 매출액 155조원, 영업이익 17조원 등 지난해 사상최대의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반도체 사업에 26조원, 태양전지 분야에서 업계 최고의 사업역량을 갖추는 등 신사업에 23조원 등 신수종 사업에 적극 투자할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삼성그룹은 이 회장은 물론 회사 자체도 잦은 구설수에 휩싸였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의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막말파문 사과
삼성전자는 최근 LG와의 경쟁에서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장인 김현석 전무는 LG디스플레이에 최근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무는 이달 초 자사의 3D TV 설명회에서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이 ‘패시브 방식도 풀HD’라고 했다는데 밑에 있는 엔지니어가 정말 멍청한 XX들밖에 없는 것같다”고 언급한 것이 구설수에 올랐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 LG디스플레이가 법정대응을 의미하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급기야 당황한 삼성은 사과의 뜻을 보냈다.
LG디스플레이어가 “삼성전자 및 해당 임원이 충분히 반성하고 자기 성찰을 거친 것으로 기대하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사과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고 밝혀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양사가 3D TV를 놓고 기술논쟁이 상대 회사 직원들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한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 TV는 삼성이 야심차게 기획한 작품으로 세계시장 석권을 노리고 있는 품종이다.
삼성을 당황케하는 논란은 또 있었다. 금융시장에서 거래시 1원 단위의 오차도 없는 것으로 유명한 삼성은 외부에 발표하는 자료에서 실수를 연발하고 말았다. 삼성전자는 3월 18일 삼성SDI와 50대50의 지분비율로 합작해 만든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유상증자에 참여, 지분을 64.4%로 확대하면서 SMD의 최대주주가 된다는 내용을 공시했다는데 SMD의 대표이사명을 틀리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또한 삼성전자는 지난 1월 28일 발표한 올해 영업실적 전망 보도자료에서도 스마트TV 판매목표를 ‘1억2000만대’로 표기했다가 ‘1200만대’로 수정한다고 정정 공시를 내기도 했다. 이같은 문제는 삼성 계열사 전반에서 일어나는 문제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월 22일 233개 비상장회사에 대한 중요사항 공시를 점검한 결과 기업집단별로 삼성그룹 계열 15개사가 22건의 공시를 위반해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 초과공유제 발언도 구설수
삼성전자에서만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다. 이건희 회장도 말 실수로 한바탕 곤욕을 치뤘다. 바로 초과이익공유제를 둘러쌓고 한 발언 때문이었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10일 서울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개최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서 참석,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해가 가지 않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상당한 불쾌감을 표했다.
이어 그는 “부정적 긍정적을 떠나서 도대체 경제학 책에서 배우지 못했다”며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단 말”이라고 밝혔다. 또 현 정부의 경제성적표에도 “흡족하다기보다는 낙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곧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현 정부에 대한 인색한 평가는 바로 정부의 반발을 샀으며 심지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난감해진 삼성은 즉각 “진의가 잘 못 전달됐다”며 사태 진화에 매달리기도 했다.
삼성이 이 회장 발언 엿새 만에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취지를 전달하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이같은 해명을 청와대와 정부가 전면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삼성제품의 경쟁력이 영향을 미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삼성의 주력상품으로 밀고 있는 태블릿 PC인 갤러시텝은 애플의 ‘아이패드2’ 출시와 ‘아이패드1’의 가격 인하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주력 스마트폰인 '갤럭시S'는 미국 한 기관의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참담한 평가를 받았고 일본의 대지진으로 부품조달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 삼성의 내우외환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사상최대의 실적과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발빠른 대응, 신성장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등은 성과로 비쳐지지만 이 회장의 취임 이후 부쩍 늘어난 실수 등으로 인한 오명은 당분간 벗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같은 삼성의 잦은 실수가 실언이 기업 대외이미지는 물론 이 회장의 회사 장악력에도 금이 갈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파급력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발언이 진위와는 다르겠지만 정부와의 불협화음을 내는 만큼 앞으로 힘든 시기가 오지 않겠느냐”며 “이외도 잦은 구설수 때문에 당분간 삼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좋지 많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그룹 관계자는 사업분야에서의 잦은 실수와 이 회장의 장악력이 떨어졌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상관없는 이야기”라며 “이미 지나간 이야기고 원만히 해결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