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산 폭발을 둘러싸고 한반도가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북한이 백두산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백두산 폭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29일 오전 10시 경기도 문산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백두산 화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민간 전문가 회의가 열렸다.
이날 남북 전문가들은 백두산 화산과 관련한 공동연구와 현지답사, 학술토론회 등 협력사업 추진방안을 협의했다. 물론 북한이 이례적으로 내민 백두산 카드에 다른 속내가 있을 수 있다. 백두산의 경우 김정일 부자가 ‘백두혈동’이라는 점을 내세운 상징물이기 때문에 자칫 후계구도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백두산의 움직임이 심삼치 않기 때문에 북한이 급히 회의를 제기했다는 의견이 더 힘을 받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일본 대지진에 이어 태평양 연안 화산들의 조짐이 심상찮게 일어나 백두산도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교수 "백두산 분화할 가능성 있다"
이처럼 백두산의 폭발 가능성이 갑자기 대두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해 10월 대한지질학회에서 ‘백두산이 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한 교수의 주장 때문이다. 백두산 폭발 가능성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바로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다.
그는 “지난 2002년부터 백두산에 화산분화의 전조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2006년부터 안정화되는 모습이긴 하나 주기적으로 숨죽이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대한 근거로 윤 교수는 이산화항 분출 모습이 위성영상에 촬영된 것을 들었다. 윤 교수는 “백두산 지하에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던 마그마방(다량의 마그마가 모여있는 지하의 마그마 저장소)의 압력변화로 인해 마그마에 녹아있던 이산화황 성분이 분출됐을 가능성 있다”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2002년 지진 이후 갑자기 백두산의 지진 발생 횟수가 급증했고, 화산 가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암반 분열과 지표면 상승 현상이 일어났다”며 “당시 지진의 진동이 마그마에 전달돼 화산 활동이 재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2002년 7월부터 지난해까지 한 달에 최고 260여회에 달하는 화산성 지진이 포착됐고, 2009년에는 백두산 인근에서 규모 4.7, 2010년 두만강 하류 지역에서도 규모 6.9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암벽에 균열 현상이 발생했고 그 사이로 천지에 담김 20억톤의 물이 흘러내려 지하 마그마와 만나 초대형 화산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만약에 20억톤의 물이 넘친다면 1시간 후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이 잠기는 등 북한과 중국에 큰 홍수가 일어나지만 남한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분석도 한 연구기관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과학적 입증은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10월 경 백두산 인근 지린성 바이산시와 잉청쯔진을 잇는 도로 5km 구간에서 수천마리의 뱀떼가 출연한 것도 백두산 폭발의 한 전조현상이라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윤 교수 이외에도 일부 전문가들이 근래 들어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6월말 두만강 부근 중국 왕청 지역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한 후부터다. 화산폭발의 전조현상에 지진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도 내부적으로 백두산 폭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하고 재난 대비책까지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두산 폭발 예측 불가능"
한편 국내에서도 백두산 폭발 가능성이 대두됨에 따라 이를 대비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관련 기상청은 최근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는 국외 화산 재해와 백두산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 화산의 활동 시 발생할 수 있는 재해에 대비, '선제적 화산대응 종합 대책'을 수립했다고 3월 2일 밝혔다.
기상청은 특히 사(死) 화산으로 알려져 있던 백두산이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활(活) 화산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백두산의 화산 활동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불안이 높아짐에 따라 만일의 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기상청은 4월부터 천리안 위성을 통해 화산활동이나 화산재 확산을 감시하고 화산 분화·폭발에 대한 음파관측소도 연내 신설하는 등 자체적인 화산 감시체계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기상청은 이런 점을 고려해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도 협력을 맺을 계획이다. 그러나 핵심 당사자인 북한과는 별다른 교류가 없고 협력 가능성이 낮은 상태다. 이번 남북 전문가 민간회에서도 별 성과가 없고 공동조사가 필요하다는 인식만 가졌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자료 부족과 시설 부족으로 “폭발 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폭발 시기를 예측하려면 다양한 장비를 설치해 폭발 전조현상을 관측하고 이 자료를 지속적으로 연구를 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시설과 자료 모두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북한 역시 1970년 수준의 조사밖에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여러 징후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백두산에 대한 정확한 연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화산폭발이 근래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에 대해 신중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전조현상만을 두고 당장 폭발 시기를 판단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전북대학교 지구환경학과의 조봉곤 교수는 3월 3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화산이 언제 폭발할지는 알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조현상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화산폭발까지 이어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백두산은 화산활동이 진행중인 활화산으로, 현재로는 백두산의 화산분화를 예측하는데 필요한 지질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고, 국내에 딱히 화산 전문가라는 사람은 없는 상태”라며 “화산에 대한 국내의 연구기반과 관측시스템은 화산예측을 논하기에는 매우 미흡하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 교수는 지적했다. 다만 그는 “백두산이 폭발하는 최악의 경우라도 해도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며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나 항공기가 결항되는 정도의 피해만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