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그룹의 건설업 진출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최근 LIG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범 LG가에서 건설업 분야를 하는 기업은 GS그룹만 남게 되면서 이런 주장은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지난 2004년 LG그룹은 GS그룹과 분리되면서 불가침 협정을 맺었다. 서로의 사업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이같은 협정의 의미가 사라졌다는 업계의 평가다. 업계에서는 협정의 기간에 대해 5년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7월 기업분할 전 구본무 LG회장과 허창수 GS회장은 앞으로 5년 동안 주력사업을 침범하지 말자는 일종의 불가침 협정이자 신사협정을 맺었다. 이는 2009년 7월1일자로 유효 기간이 끝났다. 이에따라 LG그룹이 GS건설에 넘겨준 건설업을 다시 재개하지 않겠는냐는 추정이 나돌고 있다.
신사협정은 진작부터 균열을 보였다는 지적도 있다. 2006년 LIG가 건영 인수한것을 비롯해 LS전선의 중동 냉방사업 진출, GS칼텍스의 2차 전지사업 진출, GS의 ㈜쌍용을 인수 등을 그 예로 볼 수 있다. 이는 각각 GS건설과 LG전자, LG화학, LG상사사업과 충돌한다는 지적이다.
LIG와 LS그룹은 LG나 GS그룹과는 이제 거리가 멀어져 다른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설명도 있었다.
이때문에 LG그룹의 건설업 진출은 그룹의 적극적인 부인에도 꾸준히 제기됐다. 그만큼 그룹 내 수요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LG 도요 엔지니어링, 건설관련 사업 준비
때마침 이런 사실을 뒷받침 해준 일이 있었다. LG그룹 계열 서브원은 지난해 10월 일본의 유명 산업플랜트·엔지니어링 업체인 도요 엔지니어링과 합작한 'LG 도요 엔지니어링'을 설립하고 지난해 10월 1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서브원과 도요 엔지니어링이 70대30의 비율로 투자한 이 회사는 초기 자본금 100억원 규모로 LG화학의 환경 플랜트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할 계획이다.
도요엔지니어링은 치요다, JGC 등에 이은 일본 3대 엔지니어링사 중 하나로 화공·환경 분야 플랜트 설계 기술을 확보한 기업이다.
LG 도요 엔지니어링 설립은 서브원이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그린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보고 있다. 실제 서브원은 그동안 건설 관련 사업을 꾸준히 준비해왔다. 건설 프로젝트의 기술 컨설팅 서비스인 CM사업을 해오는 한편 지난해 6월 정관 변경을 통해 주택관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계열사 공장 건설 프로젝트에도 일부 참여하고 있다.
당시 LG그룹은 “LG그룹의 미래 성장 엔진인 그린비즈니스를 위해 합작회사를 설립했다”며 “글로벌 엔지니어링 회사와의 기술 협업을 통해 플랜트 엔지니어링, 온실가스 저감, 그린 빌딩,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LG그룹의 주력사업인 2차전지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대규모 설비투자를 해야하는 만큼 이합작사 설립은 GS그룹에 뺏겼던 건설업을 다시 시작하지 않겠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상황에서 서브원은 지난해 30명 이상의 업계 베테랑 플랜트 인력을 끌어들이며 규모가 큰 플랜트·엔지니어링 영역으로 업무를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이 그룹 공사 물량을 계속 GS건설에 넘길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었다”면서 “서브원을 중심으로 LG가 건설 역량을 키워 나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때는 LG그룹이 건설관련 도메인 선점을 두고 한때 그 배경에 대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LG그룹은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건설업(Engineering & Constuction)'을 나타낼때 쓰는 영문 'ec'와 'enc'를 조합해 만든 인터넷 도메인 2개와 한글 도메인 1개를 갖고 있다.
물론 LG그룹이 그룹이미지 관리차원에서 600개 도메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그만큼 업계에서는 LG그룹의 건설업 진출에 각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LG, “범 LG가 정신 여전히 유효해”
하지만 LG그룹의 입장은 다르다. 자본금 100억원으로 엔지니어링사인만큼 건설업 진출을 위한 사전단계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설계, 감리만 하므로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 설비를 증설하는 시공물량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GS건설의 LG그룹 수줄물량을 신설 합작사가 대체할 정도로 성장하기에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게 LG측의 얘기다.
LG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건설업 진출과는 무관하다. 시공 분야는 기존처럼 경쟁력 있는 전문 시공사를 선정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그룹들 관계자 역시 “각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사업들은 다양하다”며 "범LG가의 상호 존중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LG그룹은 엔니지어링 합작사의 자본금이 워낙 작아 건설업 진출로 볼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대우건설이나 현대건설 매각에도 LG그룹은 인수를 검토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본무 회장 역시 그동안 대우건설 등의 인수 후보로 LG그룹이 거론될 때마다 “건설업 진출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가뜩이나 스마트폰 충격을 받은 LG그룹이 LIG건설법정관리로 리스크가 증명된 건설업에 뛰어들 리 만무하다는 의견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혹의 눈길은 남아 있다. 서브원이 최근 여의도 LG쌍둥이빌딩 리모델링을 맡고, LG전자 신축공장을 수주하는 등 건설업 매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엔지니어링사의 신설을 단순한 ‘그린 비즈니스’만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LG그룹이 신설 엔지니어링사의 빠른 성장을 위해 매물로 나온 알짜 건설사를 줄줄이 인수한다면 예상보다 빨리 건설업을 키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은 2차전지 등에서 계열사 설비투자가 매년 커지고 있어 이번 합작사 설립은 건설업 진출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물론 GS건설과의 관계가 워낙 탄탄하고, 쟁쟁한 경쟁업체들이 많다는 점은 걸림돌”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