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발언 두고 김문수·정몽준 등 다른 잠룡들 파상공세
강원도行 두고 민주당에선 “정식으로 선거운동 하라” 비판
친박계, “소신을 두고 포퓰리즘으로 몰면 안돼”노골적 불쾌감
박근혜 전 대표의 대권행보가 빨라지면서 이를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특위 활동차 강원도를 찾을 때는 민주당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신공항 문제와 지역 챙기기를 위해 대구를 찾을 때는 한나라당 차기 대선주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식이다. 이렇게 박 전 대표에 대한 견제가 강해지면서 친박계 내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최근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특위 고문을 맡아 강원도를 여러 차례 방문한데 이어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서도 “국민과 약속을 어겨 유감”이라며 “지금 당장 경제성이 없더라도 동남권 신공항은 필요한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영남민심 챙기기’본격화
박 전 대표가 특위 활동에서 동남권 신공항으로 시선을 옮기면서 대구를 찾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것도 지난달 31일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신성철 초대총장 취임식장을 찾은 자리에서였다.
박 전 대표는 4일에도 대구 달성군에서 열린 ‘ITS(지능형교통체계) 기반 지능형 자동차 부품시험장 기공식’에 참석했다. 신공항에 대해서는 “오늘 (얘기) 안해요”라며 선을 그었지만 이후 대구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대구 R&D(연구개발) 특구 출범식’에 참석하는 등 지역구 관련 일정을 연달아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대표는 지역 행사에서 정치적 발언을 삼갔다. 그러면서 그는 “ITS기반 자동차부품 시험장 시설을 기업이 공동 활용해 지역 자동차부품 산업에도 도움이 되고 대구 달성의 투자 유치에도 기여할 것이다. 시험장이 스마트 부품의 탄생지가 돼 지역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면서 지역 발전을 강조했다.
대구 R&D특구 출범식에서도 “대구와 대전, 광주를 잇는 삼각 테크노벨트를 구축해 각각을 교육과학기술특구로 지정하면 지역도 살고 대한민국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힘을 모으면 대구 알앤디 특구는 세계적 특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며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하는 등 ‘지역 발전’을 거듭 강조해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불렀다.
朴 강원行, 민주당 ‘못마땅’
대권을 향한 박 전 대표의 행보가 빨라질수록 이를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박 전 대표의 강원도행은 이번 재보선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강원도지사 재보선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강원도지사 재보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민주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재보선을 앞두고 박 전 대표가 강원도를 두차례나 연달아 방문하자 민주당은 단단히 뿔이 났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박 전 대표가 강원도지사 선거운동을 하려면 정식으로 선거운동을 하기 바란다”며 “‘눈 가리고 아웅’을 하면서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매주 강원도에 가셔야 되겠나”라고 힐난했다.
차 대변인은 이어 “기본적으로 그것을 믿을 국민이 어디에 있냐”며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매지 말기 바란다”는 말로 박 전 대표를 정조준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 강원도 방문에서 민주당이 재보선을 앞둔 시점에 강원도를 찾는데 대해 비판한데 대해 “민주당도 동계올림픽 유치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는 정도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신공항 문제와 관련해서는 박 전 대표의 발언에 야권은 물론 김문수, 오세훈, 정몽준 등 친이계 차기 대선주자들이 파상공세를 펴는 모양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30일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가치이지만,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느니 국익이 우선돼야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의견을 같이 했다.
김 지사는 지난 2일 신공항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하며 “일국의 대통령이 자기 공약에 대해서 사과까지 하고, 전문가들이 그렇게 얘기한 것은 박 전 대표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가볍게 부정하거나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일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국익 전반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했으며, 정몽준 전 대표는 “속으로는 철저한 표계산을 하면서 국민에 대한 신뢰로 포장하는 것은 위선”이라며 신공항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언급에 대해 “무책임하고 위선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친박계의 반격
박 전 대표를 향한 날선 비판에 친박계도 반격에 나섰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동료의원이 ‘말 하면 말 한다, 말 안하면 말 안 한다’고 쫓아다니며 시비 거는 몇몇 소위 거물 정치인들 행태는 마치 스토커들의 행태를 보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명색이 제1 야당 고위 당직자란 사람들이 자기 당의 입장은 내놓지도 못하면서 여당 의원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가 침묵하면 안달하고 입장을 밝히면 벌떼같이 달려들어 콩이야 팥이야 앞 다퉈 논평을 낸다”고 비아냥댔다.
당내 일부 인사들에 대해서도 “여기 가서는 이 말하고 저기 가서는 저 말한 자신들의 어록이라도 한 번 찾아보라”며 “그리고 나서 신뢰를 생명처럼 여기며 일관성을 꿋꿋이 지키고 있는 동료 의원을 비난하라”고 쓴소리를 했다.
친박계 서병수 최고위원도 거들었다. 서 최고위원은 지난 4일 정 전 대표가 박 전 대표를 정조준했던 것과 관련, “본인 발언부터 사과하는 게 우선일 것”이라며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유세 중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이달곤 후보 지원 유세에서 ‘이달곤 후보를 뽑으면 경남 신공항이 밀양으로 오는 데에 도움이 된
다’고 했던 발언을 상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