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 난개발과 특혜 의혹에 백지화 주장
한 대기업이 제주도 한라산 중산간 국공유지에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는 한라산 해발 420~560m까지 이르는 중산간 일대가 롯데관광단지 개발로 인해 환경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들은 연대를 통해 롯데관광단지 조성사업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관광단지 개발사업이 무엇이 문제이며 시민단체와 롯데측의 입장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봤다.
제주도청은 4월 7일 롯데제주리조트㈜가 서귀포시 색달동 산49 일대 133만8460㎡에 사업비 3010억원을 들여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관광단지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관광단지에는 숙박시설, 휴양문화시설, 상가시설, 운동오락시설이 들어선다. 빌리지(콘도) 480실과 호텔 50실, 야생화단지, 플라워가든, 카니발스트리트, 민속촌, 각종 박물관, 승마장 등이 조성된다.
롯데는 현재 제주도의회의 환경영향평가 동의와 국공유지 매각 동의, 지하수 사용 관련 지하수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남겨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롯데관광단지 개발을 둘러싸고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경관훼손, 환경파괴, 사업 부지 중 국공유지 매각에 따른 특혜 의혹 등을 제기하고 나섰다.
“롯데관광단지, 한라산 중턱 개발천국 시발점 예고”
제주경실련, 제주참여환경연대, 곶자왈사람들 등 도내 8개 시민사회단체는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중문 산록도로변 해발 560m 고지에 조성계획 중인 롯데관광단지는 그동안 최후의 마지노선으로 지켜왔던 한라산 중턱의 개발천국 시발점을 예고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관광유락시설로 인해 경관훼손과 지하수 고갈, 하천 오염 등 심각한 환경문제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더구나 92%에 달하는 국공유지를 대기업에 내주는 과정에서 특혜 의혹도 제기돼 감사원 감사에 이어 제주도감사위원회의 감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특혜의혹의 근거로 롯데관광단지 주요 필지의 공시지가 추이를 보면 확실히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공시지가는 2008년까지 지속적으로 오르다 2009년 9,680원을 정점으로 2010년에는 오히려 4,180원이나 폭락하면서 5,500원으로 주저앉았다”며 “이것으로 볼 때 제주자치도는 롯데에게 유리한 가격을 제공하기 위해 공시지가를 조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롯데는 관광단지 국·공유지 매입을 위해 303억 원을 투입해 이에 따른 부동산 개발이익만 466억 원이 창출된다”며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의 개발이익으로 최소 1,000억 원 이상(개발효과 3~4배 상승)의 막대한 이득을 챙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롯데관광단지 개발은 ‘선보전 후개발’이란 도정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며 “도는 무분별한 개발행위를 적극적으로 재검토해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문마을회 등 지역주민들도 관광단지 하류지역인 중문 천제연 폭포를 비롯해 중문동 일대의 지하수 고갈 등의 이유로 개발사업 반대운동에 들어간 상태다. 향후 이 사업에 대한 제주도의회 심의과정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개발계획 백지화를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들에 따르면 이런 엄청난 개발이익을 벌어들이는 것도 모자라 롯데관광단지에는 상가시설지구가 들어서는데 이 판매시설에는 어떤 상품이 들어서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유통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롯데의 특성상 상가시설은 점차적으로 대형 쇼핑몰로 이어질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05년에는 공기업인 JDC가 쇼핑아울렛을 추진하려다 지역상권의 반발로 실패한 사례가 있어 이의 시설 허용은 재래시장은 물론 골목상권, 더 나아가서는 공항 및 중문단지 면세점 운영까지 막대한 피해를 안길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하수 고갈도 문제다. 이에대해 시만사회단체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은 롯데가 흘려놓은 오폐수는 물론 지하수 고갈을 평생 걱정해야 할 판”이라며 “즉 상류지역의 수질변화 등으로 인한 용천수 고갈로 소중히 여겨왔던 천제연폭포가 메마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는 아름다운 한라산 등의 경관 대신 중문 최상층 머리위에 우뚝 솟은 롯데의 건물을 쳐다보면서 영원히 가슴앓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점이 있어도 제주도청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실정이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제주자치도는 이런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단 한 번도 도민사회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지역 주민설명회로 그쳤다”며 “더욱이 지역의 수질변화는 물론 환경훼손, 난개발 우려 등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환경연대도 롯데관광단지 사업부지 정보공개청구 결과를 밝히며 의혹에 힘을 실었다. 홍영철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2007년 12월 제주도시계획과 의견에는 ‘제주광역도시계획상 환경보전계획(200-400m)에 의하면 생태적으로 건전하고 생물권보전지역의 완충지역으로 관리 필요하다고 제시돼 있다’며 하지만 2008년 3월 일괄처리과는 이 의견을 롯데에 보내면서 ‘중산간 보전 및 경관관리 등을 위해 심도 있는 검토가 요구됨'으로 바뀌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홍 사무처장은 “당시 속기록을 요구했지만 제주도는 없다고 한다”며 “롯데의 개발사업에 대한 입장 변화에 대한 무엇인가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개발계획이 백지화될때까지 도민과 함께 반대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와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현재 기자회견을 발표했지만 이후 여러 가지 실질적인 활동을 통해 강력하게 반대운동을 실천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롯데 “시민사회단채들의 말은 과장된 것”
반면 제주롯데리조트측은 시민사회단체와 상반된 입장을 가졌다. 제주롯데리조트 관계자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장하는 바와는 다르다”며 “곶자왈 지역이라는 곳은 숲이 울창한 지역을 뜻하는 제주도 말인데 우리가 들어서는 곳은 소를 키우는 초지지역이다. 그리고 숲의 경우 좌우측에 있어 보전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하수 고갈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상수도를 쓸 계획이고 상가 역시 지역상권을 침해하는 범위가 아니고 지역민들에게 임대하는 편의시설 수준”이라며 “국·공유지 매입 역시 아직 인허가 과정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돈을 지급한 적이 없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역 시민사회단체들 뿐만 아니라 지역의 수많은 언론매체들이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기 때문에 현재 개발사업이 중단된 상태”라며 “대기업이 투자를 하면 혜택을 주는 건 다른 어느 지역도 마찬가지다. 그걸 특혜라고 보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주도 관계자는 “그동안 행정절차를 밟아왔기 때문에 진행하기는 하겠지만 종합적으로 검토해 논란이 이어지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