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에 선 혁신적 CEO 정태영, 히든카드 있나?
벼랑끝에 선 혁신적 CEO 정태영, 히든카드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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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대규모 해킹사건…그동안 쌓아왔던 이미지 와르르~

혁신적인 CEO로 평가받던 정몽구 회장 둘째 사위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이 고객 정보가 유출사건으로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대규모 해킹사건 때문이다.

4월 13일 현재 현대캐피탈 고객 43만3000명 이상의 개인정보와 신용정보가 해킹을 통해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와 자체 조사를 통해 해커 검거와 고객 정보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피해 고객 수가 더 늘 가능성이 커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죄송스럽고 수치스럽습니다” 정태영 회장이 4월 10일 본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고개를 숙였다. 정 사장은 이날 “이번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고객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승승장구하던 정태영, 창사 이래 최대 위기 맞아

그는 “이미 질책을 피할 수 없으나 사고를 막으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아직 고객의 직접적, 금전적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 표정은 굳어있었다. 노르웨이 출장 중에 급히 귀국한 그는 짧은 사과의 말을 전했지만 참담한 심정은 숨길 수 없었다.

현대캐피탈은 4월 10일 “해커로부터 개인정보가 유출된 42만명 외에 일부 고객의 신용등급도 해킹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외에 1만3000명의 프라임 론패스 번호와 비밀번호도 해킹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일에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된 42만명 외에 추가 해킹된 고객이 있고 이 중 일부는 신용등급도 해킹된 것 같다는 게 현대캐피탈의 설명이다. 특히 현대캐피탈이 해킹 사실을 두달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현대캐피탈 고객정보가 해킹당한 것은 지난 2월부터 조금씩 이루어진 것으로 현대캐피탈은 지난 7일 오전 9시 해커의 협박 이메일이 있을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현대캐피탈 보안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렸던 셈이다.

또한 사건이 해결된 이후에도 현재 인터넷 카페 등을 중심으로 피해를 본 고객의 집단소송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에서 주목받은 젊은 CEO의 대명사로 꼽히는 정 사장이기 때문이 이번 해킹 사건은 업계는 물론 사회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동안 혁신적이고 철두철미한 이미지에 맞게 업무를 해왔던 그였기에 업계의 반응 또한 주목을 끌었다.

그는 뛰어난 경영능력으로 발군의 실적을 올리면서 ‘카드업계 최고 CEO’라는 찬사를 얻었다. 정 사장은 과감한 공격적인경영과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7년만에 업계 2위로 단숨에 끌어올리는 공신으로 꼽힌다.

2003년 10월 취임한 정 사장은 7년 만에 적자에 허덕이던 현대카드를 업계 2위로 올려놓았다. 또한 그의 톡톡 튀는 발상과 아이디어는 현대카드의 이미지 쇄신에도 큰 몫을 담당했다. 초우량 고객(VVIP)을 위한 서비스, 카드 디자인 혁신, 슈퍼시리즈 등이 모두 정 사장의 작품이다.  2003년 현대카드 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지난해 자신이 맡고 있는 현대차 계열 3개 금융회사의 영업이익을 1조원으로 끌어올려 났다.

그는 또한 “가장 많은 회원수를 가진 카드라는 말보다 가장 갖고 싶은 카드가 되는 게 목표다”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정 사장이 처음 선보인 ‘세이브 포인트 제도’나 ‘VVIP카드’는 이제 대부분의 카드사가 따라해 일반화됐다. 투명카드, 미니카드, 갤러리카드, 컬러코어카드 등 독특한 카드 디자인은 현대카드가 기존 금융권과 ‘확실히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현대카드 슈퍼 콘서트나 슈퍼 매치, 서울역 첨단 미디어 버스정류장(Art Shelter)나 제주 올레길 이정표는 신개념 사회적 기부였다. 서울역 첨단 미디어 버스정류장은 올해 '국제우수디자인상(IDEA)' '국제포럼디자인상(iF)' '레드 닷(Red dot) 디자인상' 등 세계 3대 디자인상을 모두 석권하기도 했다.

특히 상식을 깨는 파격 마케팅, 직접화법식 메시지 광고로 대변되는 현대캐피탈 역시 재계의 ‘마케팅 강자’로 자리매김 해왔다. 마케팅뿐 아니라 해외 무담보 채권 발행과 같은 재무적 부문에서도 수많은 ‘최초’ 타이틀을 보유한 기업이기도 해 업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위기탈출 히든카드 있나?

이처럼 정태영 사장은 그동안 쌓아왔던 성공신화를 이번 한번의 실수로 무너져 앞으로 사장직위까지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특히 이번 해킹사건으로 인해 그간 정 사장이 쌓아올린 이미지는 겉으로 보여지는 빈 껍데기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 사장은 임기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은 셈이다.

이 때문에 해킹을 당한 것은 이미 벌어진 일이지만 이후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정 사장이 입는 타격은 달라진다.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해온 현대캐피탈과 정 사장이기에 이번 사태 해결방법에 쏠린 눈도 그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정 사장이 이번 해킹사건의 불명예를 어떻게 타개하고 어떤 본보기를 남길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모든 보안 수준을 대폭 강화했으며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 고객 정보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대수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최악의 경우 CEO 자리는 물론 현대카드 사장 자리역시 보전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만한 사태수습을 위해서라도 정 사장은 혁신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정몽구 회장의 사위라는 타이틀을 넘어 가장 혁신적인 CEO에 오른 정 사장. 하지만 이제는 한번의 실수로 어떻게 사건을 풀어나가야 할지 최대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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