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반인격적 인력퇴출프로그램 가동” 의혹
“KT 반인격적 인력퇴출프로그램 가동”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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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반기룡 관리자 양심선언 “정신과 치료 받아야 했다”

퇴출대상자, 수행 곤란한 업무로 부진할 때 경고장 남발
여직원 국기 게양대 매달리는 연습 등 모멸감 주며 퇴출
 KT “부진인력관리프로그램 존재하지 않는다” 의혹 부인

굴지의 기업 KT에서 양심고백자가 나왔다. 그는 KT가 인력퇴출프로그램인 ‘CP(C-player, 부진인력관리프로그램)’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심고백자는 전 KT충북본부 음성지점 고객만족팀장인 반기룡(52)씨. 반씨는 KT가 인력퇴출 프로그램을 전사적으로 운영했다는 문건을 폭로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과연 그는 KT에 있을 때 무엇 때문에 고통을 받은 것일까? 본지는 그가 겪었던 내용이 담긴 자술서와 문건자료를 입수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권단체연석회의 노동권팀, 청주노동인권센터, KT노동인권센터는 18일 서울 정동 환경재단에서 ‘반인권적 KT 인력퇴출프로그램 폭로 및 관리자 반기룡 양심선언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반씨 외에도 2명의 피해자가 나왔다. 그들은 반씨를 얘기를 듣고 자신들의 피해사례를 증언했다.

반씨가 이날 폭로한 KT의 인력퇴출 프로그램은 지난 2007년 KT충주지사 명의의 19페이지 매뉴얼로 작성돼 있었다. KT는 지난 2002년 5월 민영화를 거치면서 현재까지 전체 직원의 3분의 1을 감축했다.

한국전기통신공사 공채 1기로 입사해, 2009년 12월 31일 퇴직한 관리자라고 소개한 반씨는 “2007년 2월 고객만족팀장으로 있을 때 KT충북본부 충주지사 모 팀장이 사내메신저로 부진인력퇴출관리방안이라는 문서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문서를 보내니 주의해서 다른 사람들 못 보게 잘 관리하고 퇴출 대상자에 대해서 특별 관리를 하라는 지침이 반씨에게 시달된 것이다.

인력퇴출프로그램, 4가지 단계로 분류해 운영

반씨는 “2007년도 충주지사는 5명이 배정되었고, 충북본부 목표인원이 20명, KT 전체 목표가 550명이 배정됐다”며 “퇴출 및 관리대상의 사유는 114 잔류자, KT민주동지회 관련자, 간부직 명예퇴직 거부자, 업무부진자, 기타로 분류되어 있었고 단계별로 핵심관리대상, 중점관리대상, 주요관찰대상, 잠재적 대상, 콜센터전적전출로 분류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반씨에 따르면 대상자들 중 ‘핵심관리대상’은 반드시 퇴출시켜야 할 인물로 분류되었는데 114잔류자와 민주동지회 회원 등은 핵심관리대상자로 분류되어 있었다.

반씨는 “퇴출구실을 만들기 위하여 먼저 실적 평가한 용이한 단독업무를 부여하는데 실적부진이라는 구실을 만들기 위하여 일부로 생소한 업무를 단독으로 부여한 다음 실적이 저조하다는 자술서를 작성하게 하고 그것을 들어 경고장을 발부하는 것을 무한 반복하면서 사퇴를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지역으로 전근하는 방법 등으로 자진해서 퇴사하도록 유도하다가 그래도 퇴사하지 않으면 그간 축적된 실적 부진 경고장 등을 근거로 해고를 하도록 되어 있다”고 밝혔다.

반씨에 따르면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퇴출자로 낙인이 찍힌 자의 개인의 사생활을 조사하도록 되어 있고 모든 혜택을 금지시키고 교육조차 참석하지 못하게 하고 다른 직원들과 격리시켜 소외감을 주도록 명문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반씨는 이러한 내용을 보고 두렵고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팀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지침대로 실행을 했다고 한다.

반씨, 퇴출프로그램 때문에 정신과 치료 받기도

반씨는 본인이 관리해야 할 대상자가 모지점 고객만족팀 장모씨였고, 스트레스를 주는 방식으로 관리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후배라는 점 때문에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고 자신도 부진팀장으로 찍히기도 했다”고 반씨는 말했다. 결국 반씨는 회사 내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장모씨를 가혹하게 관리하기 시작했으나 이럴수록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2008년 1월부터 신경정신과 병원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급기야 반씨는 중증 우울증으로 악화되어 2008년 11월 6일부터 휴직을 하고 2009년 5월, 2009년 6월 두 차례 병원 입원치료를 받았고 2009년 12월 31일까지 휴직을 계속 하다 명예퇴직을 했다고 한다.

반씨는 기자회견에서 KT본사가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반씨는 그에 대한 근거로 “부진인력퇴출프로그램이 KT본사에서 기본 프레임을 만들어 KT아이맨이라는 사내 메신서를 통하여 각 지역본부 하달을 하고 각 지역 본부가 수정을 하여 각 지사로 보내 각 지사에서 자체적으로 다시 수정을 한 후 공람자들에게 공람시킨 것을 알고 있다”며 “KT 본사가 관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업무체계상 본사 인력관리실이 본부 인사팀과 직접지시하달 보고받는 체계가 되어 있으며 KT 전체 퇴출 목표가 정해져 있고 본부에서 본사로 보고하게 되어 있는 등 여러 가지로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씨가 주장한 퇴출프로그램에 의한 피해자의 사례를 들어보면 더욱 가관인 것을 알 수 있다. 반씨에 따르면 KT는 퇴출 해당자들에게 과도한 목표 부여하거나 수행 곤란한 업무 지정하고 해당 업무가 부진했을 때 경고장 남발, 징계 처분, 인사고과 평점 F 부여 및 임금 삭감하는 등의 가혹한 행위를 가했다.

한 피해자는 2001년도 114분사 당시 전출을 거부한 직원인데 그동안 상품판매활동을 해오다 2006년 선로 개통직으로 전보조치됐다. 여직원임에도 불구하고 전주를 타야 했으며 개통 실적이 오르지 않자 업무지시서, 업무촉구서 등을 남발하다 결국 2008년 10월 해고를 당했다.

그녀는 전주에 오르기를 두려워하자 전화국 국기 게양대에 매달리는 연습을 해야 했고 안전사고 교육이 끝나는 사람들 앞에서 혼자 시범을 하는 등 모멸감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피해자는 결국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구제 신청이 받아들여져 2009년 5월 원직복직되어 현재 근무하고 있으며, 당시의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진행 중이다.

CP대상자 이유로 일거수일투족 감시당해

또다른 피해자는 1999년 이후 현재까지 인사고과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고 있으며 여러 지사를 전전하다 2003년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에서 명퇴신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상품판매직으로 전보되어 감시와 통제를 받기도 했다. 2010년 8월 영양지사로 전보되어서는 CP대상자라는 이유로 사택제공조차 거부 받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등 심적 고통이 매우 심하여 최근 혈압, 비뇨기 등에 장애 증상이 있어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또한 KT민주동지회에서 활동하였던 한 피해자는 충북에서 근무 중 CP대상자로 선정되어 전북으로 발령받아 20여 년간 수행하던 개통업무를 하지 못하고 낯선 곳에서 생전 해보지 않은 상품판매 업무를 하게 됐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실적이 부진하자 업무지시서, 업무촉구서, 주의/경고장을 계속 받고 밤늦도록 자습을 시키고 시험도 70점을 달성하면 80점을, 또 90점을 달성하도록 계속 목표를 부과하여 고통을 받았다.

자살충동에 빠지는 등 우울증 질환이 심각하여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2007년도 산재요양승인 후 2년 여 동안 요양가료를 받고 2009년 2월 비로소 개통업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아직도 가족이 있는 충북 청주로의 복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사택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날 문규현 신부, 권영국 변호사 등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우리는 KT의 전 관리자였던 반기룡씨의 양심선언으로 KT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시적 인력구조조정 프로그램이 본사 주도하에 전국적으로 치밀하게 관리, 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개인별 취약점을 업무와 연관시켜 노동자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치밀하고도 야만적인 인력 구조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KT는 CP에 의해 인권침해받은 노동자들에 대한 사죄하고 상시적인 퇴출관리프로그램인 CP를 즉각 중단할 것으로 요구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퇴출대상자를 CP로 분류해 부당전보하고 전직, 부당해고한 행위는 근로기준법 제23조를 위반한 것이며 차별적이고 비인간적인 처우를 한 것은 동 법 제6조 균등한 처우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반면 KT측은 이러한 문건이 존재한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KT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부진인력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며 “현장기관에서 인적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량이 떨어진 직원을 대상으로 역량향상 교육, 직무 재배치 등을 시행해 왔는데 이러한 것을 과장되게 부풀린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 반기룡씨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등에 대한 법적인 조치를 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반씨는 “본사가 개입되지 않은 것이라면 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주기바란다”며 “나는 기꺼이 본사가 개입하여 한 것임을 서류상으로나 기타 다른 증거로 입증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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