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분리 대비 후계구도 차츰 명확히 하고자 하는 의도?
한진그룹 3세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한진그룹의 3세들인 조현아, 조원태, 조현민이 상무가 한진그룹 경영에 본격 참여해 보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IMC 팀장(상무보)은 12일 계열사인 한진에너지 등기이사에 선임됐으며 등기이사인 곳은 진에어와 정석기업을 더해 3곳으로 늘었다.
조 상무보에 앞서 조 회장의 맏딸 조현아 전무(기내식기판사업본부장 겸 호텔사업본부장 및 객실승무본부장)도 지난달 22일 칼호텔네트워크의 단독 대표에 올랐다. 이처럼 이들 한진가 3세들의 승승장구는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한진그룹은 지난 1945년 고 조중훈 회장이 한진상사를 설립하면서 그룹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1969년 대한항공(당시는 대한항공공사)을 정부로부터 인수해 항공운송 사업에 진출했다. 지금은 운송업·레저업·여행알선업 등 다양한 사업분야에 진출했다.
한진그룹은 2010년 4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자산 기준으로 재계 순위 9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에 올라 있다. 상장사 5개, 비상장사 34개 등 총 39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으며 대한항공, 물류기업 ㈜한진, 한국공항, 한진해운홀딩스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4월 기준, 총 자산 30조3870억원, 매출 12조740억원을 기록했다.
조현아 전무, 기내면세품 전시관 도입 업무 다각화
이런 가운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기내식기판사업본부장 겸 호텔사업본부장·객실승무본부장)는 지난달 22일 그룹 계열사인 칼호텔네트워크의 단독 대표이사에 올랐다. 조 전무의 대표이사 취임은 김남선 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의 사임에 따른 것이다. 조 전무는 그동안 대한항공 밑바닥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갔다.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조 전무는 지난 1999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로 입사해 호텔사업과 대한항공 기내식, 기내면세품 판매부분에서 경영을 배워갔다.
이후 기내판매팀장을 거친 조 전무는 현재 기내식기판사업본부장, 객실승무본부장을 맡아 대한항공 기내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한항공 A380 기내면세품 전시공간 도입은 조 전무가 장기간 준비해온 작품 중 하나다. 이런 실적을 발판으로 조 전무는 최근에 인천공항 근처에 제2의 특급호텔과 경복궁 옆 옛 주한 미국 대사관 부지에 한국 최초의 7성급 호텔 포함된 문화복합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더 이상의 승진 대신 업무의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조현민 상무보, 한진에너지 등기이사 등재
또한 올해 대한항공 인사에서 조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팀장이 상무보로 임원을 된 사실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조 상무는 지난 19일 한진에너지의 등기이사로 등재됐다.
한진에너지는 에쓰오일 지분 인수를 위해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등 한진그룹 계열사가 출자해 세운 비상장 계열사로 에쓰오일의 지분 28.41%를 갖고 있다.
조 상무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를 졸업한 후 LG애드를 거쳐 지난 2007년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과장으로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이후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팀장으로 대한항공의 마케팅과 광고를 전담하고 있으며 계열사인 진에어와 정석기업 등의 등기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그녀는 대한항공의 보수적인 색채를 신세대다운 톡톡 튀는 마케팅을 통해 ‘젊고 활기찬 회사’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상무보로 진급하지만 그의 역할은 변함없이 광고 및 마케팅 업무로 정해졌다. 아울러 조 팀장의 승진은 막내딸의 활약을 눈여겨 본 조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원태 전무, 보직이동 통해 경영보폭 넓혀
임원 승진 대상에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장남인 조원태 전무도 보직이동을 통해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다. 조 전무는 올 초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여객사업본부장에서 경영전략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경영수업을 차근차근 배워나가고 있다.
그 동안 경영전략본부 부본부장을 겸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업무파악에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대신 과거 부사장직급이 하던 업무를 맡게 돼 책임이 더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남가주대 MBA 출신인 조 전무는 지난 2003년 8월 한진그룹 IT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 담당으로 입사해 경영기획팀장, 자재부 총괄팀장, 여객사업본부장 등 그룹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현재 지난 2007년부터 정보기술(IT)자회사인 유니컨버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한진, 진에어 등 6개 계열사 등기이사에 올라 있다.
한편, 한진그룹 계열사로 설립된 한진지티앤에스의 지분은 조 회장의 자녀인 조현아 전무, 조원태 전무, 조현민 팀장, 대한항공이 각각 25%씩 나눠서 가지고 있다.
이밖에 기내 면세품 판매와 기내지 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업체인 싸이버스카이는 조현아 전무, 조원태 전무, 조현민 상무 등이 각각 33.3%씩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한진가 3세들의 보폭 넓히기에 대해 후계구도 공고히 한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특히 등기이사는 물론이고 계열사들의 지분을 한진가 3세들이 나란히 나눠갖는 것을 보듯이 앞으로 한진가 분리에 앞서 역할배분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물론 다른 재벌가 후계자들과 달리 실력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펼쳐보이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한진해운 계열과 대항항공 계열로 향후 분리될 경우를 대비해 후계구도를 차츰 명확히 하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진가 3세들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한진그룹이 보수 색채 벗고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면서 “3세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성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업계의 시각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후계구도와 관련한 그 같은 계열 분리 계획은 없으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