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을 넘어선 성능 바탕으로 판매속도도 급등
출고 가격은 내렸지만 되레 소비자가격은 올라
휴대폰 가격 거품 빼기 피하려는 생색내기 수법
이통 3사들 비판여론에 줄다리기 협상 진전없어
삼성전자의 새로운 글로벌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2’의 반응이 뜨겁다. 삼성 스마트폰의 두 번째 전성기를 열어갈 폰이기에 소비자의 관심도 덩달아 집중되고 있다.
‘갤럭시S2’는 1.2㎓ 듀얼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 구글의 최신 안드로이드 플랫폼인 진저브레드를 최적화시켜 멀티태스킹, 동영상·사진 로딩, 3차원(D) 게임 구현시 속도감을 크게 개선된 차세대 스마트폰. 일반 3G망 대비 3배 빠른 HSPA+ 21Mbps(SKT/KT)와 최대 24Mbps의 블루투스 환경을 제공하며 최대 300Mbps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와이파이(Wi-Fi) Direct 기술도 탑재됐다.
그런데 갤럭시S2의 출고가격은 내렸지만 여전히 가격은 전작 ‘갤럭시S'보다 비싼 이유에 대해 소비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4월 28일 삼성전자는 서울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미디어데이 행사를 열고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의 출시를 알렸다. 삼성전자는 국내 이동통신 3사를 통해 ‘갤럭시S2'를 처음 출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인 신종균 사장은 “갤럭시S2는 디스플레이와 퍼포먼스, 콘텐츠, 리더십 등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 혁신 제품”이라며 “올해는 갤럭시S2를 통해 삼성 스마트폰의 두 번째 전성기를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준비한만큼 시장의 반응도 뜨거웠다. 5월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 3사를 통해 출시된 '갤럭시S2'는 출시 3일 만에 개통 기준으로 판매량 12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갤럭시S2 전작보다 2배 빨리 팔아
지난달 29일 개통을 시작으로 30일, 2일을 포함한 SK텔레콤은 약 6만5천대, KT는 약 4만대, LG유플러스는 약 1만5천대를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루 평균 4만여 대, 2초당 1대꼴로 팔려나간 것으로 출시 3일 만에 5만대가 판매된 '갤럭시S'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빠른 속도인 것이다.
가입자가 몰리면서 '갤럭시S2' 예약 판매도 빠르게 늘어 4월까지 약 27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S2'의 초기 판매 실적이 당초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의 판매 목표도 1천400만대가 팔려나간 '갤럭시S'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갤럭시S 2’의 출고가 및 실제 소비자가격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어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질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출고가는 지난해 출시됐던 갤럭시S 대비 약 10만원 가량 내린 84만7000원으로 책정됐지만, 실제 소비자 부담액은 되레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불고 있는 소비자가 인하 바람에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오후 3시부터 27일까지 ‘갤럭시S 2’ 예약 가입에 들어간 SK텔레콤의 경우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2년 약정 월 5만5000원(올인원 55) 요금제로 구매하면 추가부담액이 총 23만5000원에 이른다. 단말기 할부금 등이 포함된 9792원이 매달 추가되는 만큼 고객의 월 부담액은 6만4792원(5만5000원+9792원)에 달한다.
전작 ‘갤럭시S’는 출고가가 94만원으로, 고객이 동일한 요금제로 구매 시 추가부담금이 21만5000원이었다. 매달 6만3958원을 내면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출고가는 10만2300원 내렸지만, 월평균 부담액은 오히려 834원 증가한 셈이다.
지난 1월 출시된 LG전자 ‘옵티머스2X’의 출고가는 94만원. ‘갤럭시S 2’ 보다 10만원 가량 비싸지만, 동일 요금제(올인원 55)의 월 평균 부담금은 6만2916원(5만5000원+7916원(2년 19만원)으로 ‘갤럭시S 2’보다 월 1876원 가량 싸다.
KT, SKT, LG U+ 등 이동통신 3사는 ‘갤럭시S 2’의 출고가를 모두 84만7000원으로 책정했다. 2년 약정 5만5000원 요금제에 월 고객 부담을 더하면 ▷SKT(올인원 55)는 월 평균 6만4792원 ▷KT(i밸류)는 월 평균 6만5175원(5만5000원+2년 24만4200원) ▷LG U+(스마트 55)는 월 평균 6만3800원을 내야 한다. LG U+, SKT, KT 순으로 저렴하나 크게 차이가 없다.
가격 줄이는 대신 보조금도 같이 줄여
이는 스마트폰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주장이 비등하자 일단 제조사와 이통사들은 출고가를 낮추는 모양새를 취했던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보조금도 함께 줄여 고객 부담은 늘었다.
이는 갤럭시S2의 출고가가 전작보다 10만원가량 낮지만 실구매가가 오히려 올라가는 것은 삼성전자가 출고가를 인하하는 대신, 이통사에 지원해 온 ‘판매 장려금’도 단말기당 10만원가량 낮췄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줄어든 판매 장려금을 벌충하기 위해 실구매가를 기존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춘 것이다.
현재 국내 휴대폰은 제조사가 통신사의 영업을 독려하기 위해 일부 금액을 휴대폰 대리점에 판매장려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로 유통하고 있다. 즉 최근 제조사들이 출고가를 낮추는 대신, 그동안 존재하던 이 판매장려금을 없애거나 줄이는 방식과 꿰를 같이한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출고가는 이통사가 결정해 왔으며 이통 3사와 모두 협의한 가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84만7000원으로 3사가 동일하다는 것은 결국 삼성전자가 가격을 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동일 가격 정책을 펼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 휴대폰 제조업체 관계자는 “출고가를 낮추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 소비자가 얼마에 살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며 “결국 이번 ‘갤럭시S 2’ 가격은 제조사와 판매사간의 모종의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휴대폰 제조사와 이통사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휴대폰 가격 거품 빼기 압력을 피하기 위해 생색만 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통사들은 비판 여론을 의식해 삼성전자를 상대로 판매 장려금을 더 받기 위한 줄다리기 협상을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