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롯데, 라면시장 진출 본격화 포석 삼양 M&A 조율 중”
시장점유률 높은 삼양 인수시 롯데 단숨에 업계 2위 뛰어올라
삼양 롯데PB 상품으로 라면 생산 중…롯데 직원 견학가기도
삼양-롯데 “전혀 사실무근, 롯데 식품팀 직원 방문이 와전된 것”
롯데그룹이 라면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삼양식품을 인수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삼양식품은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극구 부인하고 있다.
삼양식품 인수설이 나오게 된 계기는 바로 롯데 관계자들이 삼양식품 공장을 방문하는 것에서 비롯됐다. 특히 롯데그룹은 앞서 한국야쿠르트와 라면부분사업 딜을 벌이다 무산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삼양식품 인수설은 더욱 증폭됐다.
롯데는 지난해 1월 롯데라면을 출시하며 라면시장에 뛰어들었다. 장점인 그룹 브랜드와 강력한 유통망 그리고 저렴한 가격까지 충분히 시장선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나온 결정이었다. 그 때문일까 롯데는 라면판매 한달만에 롯데마트 등에서 판매 순위 기준에서 삼양라면을 제치는 고속성장까지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 진입에는 어려움이 여전히 존재했다. 농심을 비롯해 삼양,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등 이미 과점체제가 확립됐기 때문에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롯데의 입장에서는 한번 사업을 시작한 이상 1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기업의 이름에 맞게 성과가 필요했다. 이때부터 롯데그룹의 라면회사 인수전이 시작됐다고 한다.
삼양 라면업계에선 매력적인 인수후보
일부 언론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두 업체에 대한 실사를 완료하고 기업가치를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이 M&A 물망에 올린 곳은 업계 2위 삼양과 4위 한국야쿠르트의 라면·스낵사업부다. 롯데그룹은 그 중 삼양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난달 롯데그룹은 공식적인 실사는 아니지만 인수합병관계자를 투입해 실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롯데 실무자들은 삼양의 공장을 탐방하고,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자료를 받아 갔다는 내용도 언론보도를 통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롯데그룹에게는 삼양이라는 회사가 매력적인 인수후보로 꼽히기 때문이다. 시장점유율 뿐만 아니라 네임밸류를 얻어 단숨에 업계 2위로 올라가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양은 현재 시장점유율이 13%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롯데가 삼양을 인수하게 되면 적어도 시장점유율 20%대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은 농심 69.3%, 삼양식품 13%, 오뚜기 10.5%, 한국야쿠르트 7.1% 등의 순으로 형성돼 있다.
여기에 삼양이 라면 부문에 특화된 회사인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롯데 입장에서는 다른 사업부와 묶어서 매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다른 부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규모 역시 업계 2위라는 이름값에 비하면 작기 때문에 언제든지 인수가능한 후보로 꼽힌다. 다른 라면회사의 경우 식품부문만 매각하기에는 복잡한 절차가 있기 때문에 삼양이 더욱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매각대상은 삼양의 경영권과 대주주 삼양농수산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55.6%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롯데는 삼양 실사 이후 매각측에 2000억원대에 지분 및 경영권을 매입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의 시가총액은 1800억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은 234억원이다. 기업가치는 2000억원 초반대다. 하지만 삼양은 최소 3000억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까지 가격에 대해서는 양측이 의견을 좁히지 못해 M&A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는 못한 상태다. 하지만 아직까지 협상의 여지는 언제든지 열려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삼양 “어떻게 해서 그런 소문이…”
현재 삼양은 이마트와 롯데마트에 각각 ‘맛으로 승부하는 라면’과 ‘롯데라면’이라는 라면 PB제품을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롯데라면’의 경우 한국야쿠르트에서 생산해 제공했지만 이후 매운맛, 해물맛 등으로 나뉘면서 일부 제품을 삼양측에서 제조해 납품하고 있다.
이 때문에 롯데 관계자가 삼양을 방문했다고 점 때문에 단순히 PB상품에 관련해 논의하고자 갔다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설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라 라면시장 진출을 놓고 여러 가지 일들을 많이 생각해 보는 것 같다”며 “분명 업계 1위를 위해서라도 중소라면회사와의 M&A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삼양측은 이번 M&A 자체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즉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삼양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몇몇 언론이 그렇게 보도를 했지만 전혀 사실무근인 내용이다”며 “아마도 롯데마트 PB상품과 관련해 롯데 관계자가 다녀간 적이 있지만 M&A 관련 내용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매각에 대한 제의조차 받지 못했다”며 “도대체 어떻게 해서 그런 소문이 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롯데 역시 이번 인수설과 관련해 소문이 와전이 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롯데 관계자는 “라면쪽은 아직까지 PB상품에만 속한다”며 “단지 식품부 직원이 삼양을 견학한 것이 그렇게 와전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