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3대 미제사건 영화화, TV 추적프로그램으로 재조명
개구리소년들, 남은 건 유골위치 알린 익명의 제보자 몽타주만
화성연쇄살인-이영호 유괴사건, 대대적 수사했지만 공소시효 끝나
이영호 유괴사건 등 미제사건 공소시효 연장 여론의 촉매역할
대한민국 3대 미제사건들이 다시 조명받기 시작했다. 3대 미제사건은 바로 개구리소년실종사건, 이형호군 살인사건, 화성연쇄살인으로 수많은 경찰병력과 수사기술 등이 동원됐지만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하고 공소시효가 지나버린 사건을 말한다.
최근 개구리소년실종사건을 다룬 영화 <아이들>이 개봉되고 뒤이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에서도 3대 미제 사건을 재구성하고 용의자들을 추적하는 등 1990년대 3대 미제 사건의 진실을 다시금 재조명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3대 미제사건이 어떤 사건이고 남긴 의미는 무엇인지 취재해 봤다.
3대 미제사건들의 공통점은 범인을 잡지 못한 것도 있지만 영화로 재구성되어 다시 사람들로 하여금을 관심을 끌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살인의 추억>, 이형호군 유괴살인사건을 담은 <그놈 목소리>에 이어 대구 성서초등학교 5명 소년 실종사건 일명 ‘개구리소년실종사건’을 그린 <아이들...>도 박스 오피스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02년 유골이 발견되었지만, 범인은 물론이고 죽음의 이유에 대해서조차 딱 떨어지는 답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영구미제 사건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공소시효까지 지나 영원한 미제로 남게 되었는데 영화를 계기로 어린이 대상 범죄만이라도 공소시효를 없애야한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개구리소년실종사건’ 아이들은...
이렇듯 ‘개구리소년실종사건’은 여러 가지 논란을 일으킨 대표적인 미제사건으로 꼽힌다. 이 사건은 성서 초등학생(당시 성서초등학교)에 다니던 5명의 어린이들이 1991년 3월 26일 대구 달서구 와룡산에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섰고, 그날로 행방불명되면서 시작된다. ‘개구리소년실종사건이라는 말은 당시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는 말이 개구리 잡는 것으로 와전된 것이 초기에 퍼지면서 오늘날의 개구리 소년으로 명칭이 됐다고 한다.
김영규(11세), 김종식(9세), 박찬인(10세), 우철원(12세), 조호연(12세) 이 5명의 아이들이 실종된 사건은 당시 5.16 군사 정변 이후 중단된 지방자치제가 30년만에 부활하여 기초의회 의원을 뽑는 시군구의회 의원 선거일에 벌어진 사건이라 파장은 더욱 컸다. 특히 1992년 ’개구리 소년‘이라는 영화가 제작되고 1993년 실종 어린이 부모들이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제출하고, KBS '사건25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영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특히 공중전화는 물론 비디오테이프까지 대대적인 캠페인이 전개되면서 전국민이 대부분이 사건을 인지할 정도였다.
사건의 관심만큼 정부도 수많은 경찰병력을 동원했다. 약 50만명의 경찰이 현장 주변을 수색했고, 전국적인 전단을 배포하는 등 이들의 행방을 찾았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1991년 325건, 1992년 97건, 1993년 131건의 제보가 들어왔지만 확인결과 모두 잘못된 정보였다.
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고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1996년 수사본부장이 대구경찰청 청장에서 달서경찰서장으로 바뀌고 각 경찰서 차출 인력들도 각서로 복귀했다. 이렇게 묻칠 것 같은 것 같은 사건은 11년이 지난 2002년 9월 26일 성산고등학교 신축공사장 뒤쪽의 와룡산 중턱에서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되어 전국이 충격에 빠지게 됐다.
발견된 계기는 발견 하루전인 2002년 9월 25일 모 일간지 편집국에 40대 중반으로 추청되는 남자가 “대구시 와룡산에 가면 큰 무덤이 있다. 거기를 파면 개구리소년 5명의 유골이 그대로 나올 것”이라는 제보전화 한통이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이 독단적으로 법의학자 도움없이 작업을 진행했고 현장을 훼손했다. 그리고 유골발견당시 유골들끼리 서로 뒤엉켜 있었고, 옷이 얼굴에 덮어놓은 상대임을 보고 와룡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조난당해 옷으로 온몸을 덮었을 것이라 추측하면서 사인을 저체온증이라고 밝히는 등 오락가락하는 결과발표로 수사를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하지만 피해자 부모들은 “와룡산은 마을에서 멀지 않은 야산이기에 조난당할 가능성이 없다”며 항의했다.
후에 경북대학교 법의학팀이 두개골 관절부분 일부가 골절현상이 있고 3구의 시신에서 두개골은 함몰되거나 구멍이 뚫리는 등 심하게 손상된 점 등에서 개구리 소년은 타살이라고 밝혔다. 결국 경찰은 법의학자 자료를 토대로 범인을 찾기 위해 수사를 다시 시작했지만 범인을 끝내 찾지 못하고 2006년 3월 25일 공소시효 만료로 미제사건 처리됐다.
개구리소년의 사건의 특징은 다른 미제사건과 다르게 범인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으며 왜 그들이 사망했는지 그 이유조차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단지 남은 건 유골위치를 알린 익명의 제보자의 몽타주만이 남았을 뿐이다.
화성괴담으로까지 이어진 ‘살인의 추억’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 15일 시작으로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일대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4년 7개월 동안 약 10여차례의 부녀자 강간 및 연쇄살인이 일어났는데 결국 범인은 잡지 못했다. 결국 이 사건도 2006년 4월 2일 공소시효 만료로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았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피해자 모두가 여성이며 사건 모두 태안읍 반경 2km이내에서 일어났으며 여성의 국부가 심하게 훼손됐다는게 특징 중 하나다. 8차 사건을 제외하고는 범인을 잡지 못해 단독범인지 다수의 범인지 밝혀지지 않았으며 7, 9, 10차 사건의 용의자 3명이 연이어 자살을 하는 등 불상사가 거듭돼 ‘화성괴담’이라는 말도 생겼다. 결국 이 사건도 ‘살인의 추억’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나와 현재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재조명됐다.
끝나지 않은 그놈 목소리
박진표 감독, 설경구, 김남주 주연의 <그놈 목소리>는 1991년 일어난 故 이형호군 유괴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살인의 추억’과는 다르게 당시 사건에 충실히 반영한 영화라 주목을 끌었다. 이영호군 유괴 살인사건은 1991년 1월 29일 오후 5시경 서울시 강남구 앞구정 현대아파트 내에 있는 놀이터에 놀던 이영호군이 유괴되면서 시작돼 44일 지난 1991년 3월 13일 잠실대교 서쪽 한강둔치 배수로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직접 사인은 코와 입에 붙어있던 테이프로 의한 질식사. 부검결과 유괴당일 친구 집에서 점심으로 먹은 음식이 위에 남아 있던 걸로 보아 유괴직후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의 특징은 유괴범이 이형호군을 살해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형호군이 아직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해 몸값 7천만원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범인의 협박전화에서 나온 목소리를 분석한 결과 서울 경기 출신의 30대 전후의 남자로 추정되며, 44일 동안 60여 차례의 전화와 10차례의 메모지 등을 이용한 치밀하고 지능적인 수법으로 협박을 가했다. 범인은 피해자 부모에게 카폰을 사용하도록 하고, 김포공항과 대학로 등의 서울시내 곳곳을 약속 장소로 알려줘서 이형호군의 아버지 이정진에게 돈을 준비하여 나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형호군의 부모는 유괴범에게 돈을 건네기 위해 범인과 약속한 장소에 나갔지만 범인이 매번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돈을 가져간 범인은 가짜 돈이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형호군이 사체로 발견되면서 경찰은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28만장의 전단과 음성테이프 1천개를 제작해 전국에 배포했지만 범인은 잡지 못했다. 결국 이 사건도 2006년 1월 29일 공소시효 만료되면서 영구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공소시효 연장 계기
이렇듯 영구미제사건은 공소시효가 문제였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살인죄나 강간치사죄 등에 대한 공소시효가 필요한 것인지 논란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특히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2005년 11월 13일에 만료되면서, 살인과 같은 반인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 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졌다. 특히, 화성 연쇄 살인 사건, 이형호군 유괴사건,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이 2006년 1월 29일, 3월 25일, 4월 2일 잇달아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뜻있는 국민들의 분노가 커졌다. 2007년 2월 1일에 개봉된 영화 그놈 목소리는 이형호 군 유괴 살해 사건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로 공소시효 연장에 관한 여론형성의 촉매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2007년 12월 21일에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이 공포됨으로써 2007년 12월 20일까지 공소시효가 15년이었던 살인죄는 2007년 12월 21일부터 공소시효가 25년으로 연장됐다.
하지만 우리도 일본처럼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늘려 소급해야 한다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전히 제기도 있는 실정이다. 이웃 일본은 2004년 사형에 해당되는 범죄(살인 등) 공소시효를 25년으로 늘린 데 이어, 지난해에는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아예 폐지하고, 다른 중범죄에 대해서도 시효를 현행보다 두 배로 연장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