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박현주 VS 삼성 박준현의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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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삼성, 자문형 랩 수수료 인하 놓고 장외행사 대결

미래에셋-삼성, 자문형 랩 수수료 인하 놓고 장외행사 대결
업계 “의도적으로 행사날짜 맞춰”…미래-삼성 “우연일 뿐”
CEO 발언 신경전으로 이어진 대결,  2라운드로 이어지나? 
두 회사의 대결, 서로에게 득이 될 것 없이 빛만 바랄 듯

미래에셋증권 박현주 회장과 삼성증권 박준현사장이 ‘자문형 랩’ 수수료 인하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또다시 날선 승부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증권이 ‘자문형 랩’ 판매 실적우위를 앞세워 미래엣증권에 굴욕감을 주면서 벌어진 양사의 자존심 대결은 대규모 행사를 두고 같은날 장외 대결로 이어졌다. 도대체 두 기업은 왜 서로 빛 바랠수 있는 행사대결까지 벌이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인지 그 내막을 알아봤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금융위기 이후 자산배분의 새로운 트렌드’라는 주제로 제8회 미래에셋 자산배분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주식, 채권 이외에 다양한 대안자산을 포함하는 포트폴리오 설계 기법을 살펴보고,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연기금 등 대형기관투자자의 자산배분전략 변화와 최근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행사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 국내외 ETF시장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 해외기관투자가의 ETF활용전략 및 사례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 행사는 행사 보름전 확정됐다.

이런 가운데 삼성증권 역시 12~13일 이틀간 서울 호텔신라에서 ‘한국 금융시장의 포용적 성장’을 주제로 제8회 글로벌 콘퍼런스를 개최한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삼성증권의 행사에는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각각 12일, 13일에 강사로 나섰고,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는 마틴 레보위츠 모건스탠리 이사, 피터 라이언-케인 타워스왓슨 경영책임자가 강연했다.

행사날짜까지 맞춘 미래-삼성

강사진의 면면이나 행사 규모, 의미 등 양사 모두 국내 최대 규모를 표방한 투자세미나가 장소만 다른 곳에서 열린 뿐 공교롭게도 일정이 겹친 셈이다.

이처럼 양사 모두 우연한 일치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행사 맞불 놓기에 대해 경계했지만 동좁 업계에서는 의심을 눈초리를 보였다.

이에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보통 한 행사를 하게 되면 기획 전부터 같은날에 다른 행사가 있는지 살펴보는게 우선이다. 그만큼 동종업계에서 같은 날 행사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아무리 봐도 의도가 있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미래에셋 자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삼성증권과 날짜가 겹친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며 “랩 수수료 인하논란은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간의 문제”라고 말했다.
삼성관계자 역시 “우리 행사는 항상 5월달에 개최하는 것일 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가 두 기업간에 장외 신경전라고 보는 업계의 시선은 지난해 12월말 삼성증권 측이 미래에셋증권과의 랩 유치 실적 비교를 통해 자사를 부각시키고 미래에셋을 깎아내리면서 형성됐다. 이는 최근 증권업계에서 랩어카운트(Wrap과 Account의 합성어로 고객이 맡긴 재산에 대해 자산구성부터 운용, 투자자문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종합서비스)로 높은 판매수익을 거둬들인 삼성증권과 펀드분야 업계 최고를 자랑하는 미래에셋증권 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당시 삼성증권 측은 보고서를 통해 자사의 자문형 랩 잔액은 1조5천910억원으로 미래에셋증권의 4천160억원과 격차가 크며, 자산관리 수수료 실적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일방적인 입장을 쏟아냈지만 정작 미래에셋측은 전혀 개의치 않겠다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랩 수수료 인하 공방

하지만 한달 후 박현주 회장이 ‘랩 수수료 인하’로 반격에 나서는 제스처를 취했고 이에 삼성증권 박준현 사장이 수수료 인하 불필요 주장을 하면서 양측이 또다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현주 회장은 지난 2월 7일 “현재 3% 안팎인 자문형 랩 상품 수수료는 증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편”이라며 미래에셋증권의 수수료 인하 방침을 시사했다.

이에 박준현 사장은 다음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수료가 비싸다는 판단은 고객 만족도 여부에 따라 시장이 결정할 문제”라며 수수료 경쟁에 동참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금융 상품판매에 열을 올리기 보다는 상품에 대한 품질과 고객의 신뢰 및 만족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자문형 랩 판매 실적이 저조한 박현주 회장이 ‘수수료 인하’를 통해 본격적인 유치경쟁에 돌입한데 대해 일단 박준현 사장은 ‘수수료 경쟁 불참’을 선언했지만 만약 수수료 인하 정책에 동조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후 최근에는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을 두고 미래에셋이 ETF 운용보수를 기존 0.34%에서 0.15%로 전격적으로 인하하자 삼성증권이 펀드의 후취형 수수료 체계 확대를 통해 장기 투자자를 우대하는 정책을 실시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결국 이들 두 기업의 대결은 CEO의 신경전을 넘어 이번 장외대결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현재 증권사들은 일단 지켜보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문형 랩 상품에 대한 고객만족도가 높고 운용방식과 전략, 서비스 등의 여러 측면이 고려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수료 인하’ 이슈가 당장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랩 시장이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고 증권사들이 수수료 장사를 한다는 부정적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셋의 ‘랩 수수료 인하’ 선언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경우 증권업계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래-삼성 대결, 이익은 없다?

하지만 이를 의식한 듯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수수료가 비싸다는 측면을 강조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며 “박현주 회장이 수수료 인하 뜻을 밝힌 만큼 이를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삼성증권측은 “이번 CEO 발언들이 대결구도로 흘러가는게 부담스럽다”며 “박준현 사장의 발언은 수수료는 시장이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장외대결로 이어진 두 회사의 대결은 서로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미래에셋이 랩 수수료를 인하한 뒤에도 고객이 반응이 없을 경우 박현주 회장의 성공신화가 빛을 바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박준현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자칫 거대 증권회사와 미래에셋의 한판승부과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라는 양상으로 흐르면 업계는 물론이고 금융당국과 여론의 반응도 삼성증권에는 부정적으로 나올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싸움이 자칫 전체 증권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노침초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대해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과 삼성의 신경전이 장외대결로 이어진 것은 이미 업계에서도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싸움보다는 서로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관계를 맺는게 동종업계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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