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영업이익 지난해 대비 22.40%↓…증권사 “예상보다 부진”
“실적 개선될 것으로 안보여, 향후 삼성에버랜드 상장 여부 관건”
삼성카드 직원, 공문서를 위조해 65억원어치 기프트카드를 발급
두 악재에 삼성카드 이미지 퇴색…카드업계 3위 수성 가능하나?
카드업계 3위권인 삼성카드가 65억 규모의 ‘카드깡’ 사건과 실적부진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카드는 그동안 다양한 전략으로 업계 2위로 올라선다는 계획이 자칫 흔들리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각 증권사들은 삼성카드가 예상보다 실적이 부진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이와 더불어 삼성카드측은 카드깡으로 벌어진 내부 때문에 감사를 진행하고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있지만, 안팎으로 벌어진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당장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카드는 1분기 11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지난해 동기 1454억원 대비 22.40% 감소했다고 4월 29일 공시했다. 매출은 818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2.51%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019억원을 기록, 15.73% 감소했다. 덩치만 커졌지 순이익은 되레 줄은 것이다.
골드만삭스, “1분기 실적 예상보다 부진”
골드만삭스증권은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다며 삼성카드 목표주가를 6만8000원에서 6만64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골드만삭스증권은 5월 2일 “1분기 실적이 예상을 밑돈 것은 회사측이 국제회계기준(IFRS)로 전환하면서 3월말 기준 총 미수금을 기준으로 한 평가손실비율을 사용했기 때문”이라며 “2월 영업일수가 적었던 탓에 충당금 비용 300억원을 추가로 쌓아야 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증권사는 “일회성 요인을 제외할 경우 핵심 충당금 적립전 영업이익은 1770억원으로 전망치에 부합한다”며 “신용카드 구매 점유율 확대를 통한 신용카드 자산 증가에 힘입어 전체 이익 자산이 늘고 순이자마진이 증가했으며 연체율이 개선된 점 등이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이익 대비 비용율이 오르고 일부 신규 자금조달비용이 증가한 점 등은 부정적인 점으로 지적했다.
이어 “최근 PBR(주가를 1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것)이 역사적 중간값인 1.1배보다 낮은 1배 수준이라는 점에서 주가가 크게 하락할 여지는 제한적”이라면서도 “예상보다 많은 판관비와 고위험 카드대출 성장이 둔해지고 있는 점 등을 반영해 올해와 내년, 후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각각 5.1%, 4.4%, 4.3%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현대증권은 2일 삼성카드에 대해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아, 향후 삼성카드의 주가는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여부가 좌우할 전망”이라며 “대손비용의 증가는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경험손실률로 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지만, 판관비는 카드 업계의 외형 경쟁으로 감소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카드는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카드에서는 실적부진에 이어 카드깡 문제가 불거져 나와 전전긍긍하고 있다.
4월 29일 서울 서부지검과 서부경찰서는 공문서를 위조해 65억원어치 기프트카드를 발급받은 삼성SDS 직원 A씨(46세)와 A씨에게 카드를 발급해 준 삼성카드 정모(46세) 차장을 구속했다.
A씨는 외국계 회사와 국회의원으로부터 ‘기프트카드를 외상으로 발급해 달라’는 주문을 받은 것처럼 공문을 꾸몄고, 발급받은 기프트카드 중 40억원을 현금화해 본인과 가족 명의의 계좌에 입금했다. 나머지 25억원의 용처에 대해서는 검찰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카드깡, 감사팀까지 꾸려 조사 착수했지만
카드업계에서는 삼성카드와 같은 대형회사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실무자가 단지 서류 한 장으로 외상 발급은 불가능하며 나중에 사후정산 방식으로 결제를 한다고 해도 상급자의 전결이 있었야 한다는 것.
이에대해 업계에서는 “보통 일반적으로 외상발급은 되지 않는다”며 “설사 사후정산을 하더라도 어떻게 관리자의 승인을 받지 않고 실무자가 결정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카드를 제외한 카드사들은 시스템적으로 외상발급을 막고 있다. 한 카드회사의 경우 결제와 동시에 기프트카드가 발급되는 시스템으로, 외상발급 자체가 안 된다.
금융당국에서는 그 이유에 대해 타 카드사들과 달리 삼성카드가 우수고객과 법인고객에 대해서는 외상결제 관행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언제든지 담당자가 관리자를 속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에서는 삼성카드측에 전반적인 문제점을 조사한 후 제도 개선 및 엄중 조치를 명령한 상태다. 삼성카드 역시 3월 15일부터 외상거래를 차단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낳았다. 위조된 공문만으로 65억원에 달하는 기프트카드를 외상으로 발급했다는 것 자체가 단순히 시스템 문제만이 아니라는 지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직원간 단순 공모가 아닌 유력인사와 연계가 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대규모 돈을 빼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업계의 설명이다.
한편 삼성그룹은 감사팀을 긴급 투입해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 중이며, 삼성카드도 자체 감사팀을 꾸려 조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2위 자리 올라가기 힘들 듯”
업계 관계자는 “삼성카드에 악재가 겹쳤다. 가뜩이나 카드업계가 카드대란의 주범으로 꼽이고 있는 가운데 실적도 부진하고 업계 2위자리로 올라가기는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사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카드깡 사건으로 삼성카드 이미지가 빛을 바란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카드 관계자는 “현재 카드깡 문제는 내부 감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검찰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실적부진과 함께 카드깡 문제를 엮어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밖에도 금융감독원이 최근 6개월간 신용카드 발급과 카드 이용한도 부여 실태에 대한 특별 점검에 나서면서 카드사들은 숨을 죽인 가운데 삼성카드 역시 긴장하는 모습이다. ‘2002년 카드 대란의 주범’이라는 낙인이 채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제2의 카드대란’ 우려까지 제기돼 삼성카드측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카드 최치훈 사장은 치열해지고 있는 국내 카드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 계열사와 제휴사 등의 30개 대표 서비스를 하나로 묶은 복합 카드인 ‘삼성카드 S클래스’ 선보이는 등 갖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진통을 달래기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