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 흉상건립 논란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 흉상건립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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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 흉상건립 추진 vs 문화단체 "특정경제인 흉상 생뚱맞아"

목포시, 고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 목포 자연사박물관에 흉상건립
목포문화연대 “문화예술분야 정체성과 전혀 상관없어 즉각 철회해야”
당황한 목포시 “다른 곳이 확정” vs 문화연대 “거기도 자연사박물관에서 관리”
10월 1일 개막, 유가족 및 한라 관계자 초청…한라 “뭐라고 할 입장이 아니다”

고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의 흉상이 목포시에 위치한 자연사박물관에 건립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예술인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건립이 추진된다면 문화예술단체들이 연대해 문제제기는 물론 서명운동까지 펼쳐 이를 원천적으로 막는다는 입장이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지는 정 명예회장 흉상을 건립을 무엇 때문에 문화예술인단체들이 반대하는지 그 이유를 짚어봤다.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은 지난 2006년 별세했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동생인 정 명예회장은 1962년 현대양행과 만도기계를 독자적으로 설립해 한라그룹을 창업했다.

특히 신군부에게 현대양행의 경영권을 빼앗기는 등 온갖 시련을 겪었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한라건설ㆍ한라시멘트 등 한라그룹의 매출액을 배가시키고 국내 30대 그룹으로 키운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재계는 그를 ‘오뚝이 기업인’인으로 그의 기업가정신을 높이 사고 있다.

목포시, 기업유치 원동력으로 흉상 건립

이런 가운데 목포시는 4월 17일 정 명예회장 흉상건립 추진위원회를 개최하고 흉상건립에 따른 위치선정, 제작방법, 조경공사 추진 등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했다.

목포시와 목포상공회의소 공동으로 추진하는 정 명예회장 흉상건립은 목포 자연사박물관 부지에 세워지며, 흉상 70㎝, 좌대 135㎝ 등 총 205㎝높이로 6천만원을 들여 제작해 오는 10월 1일 유가족 및 한라그룹 관계자를 초청해 제막식을 갖기로 했다. 목포시에 따르면 흉상은 브론즈, 좌대는 화강석으로 제작되며, 흉상 주위에 회양목 및 철쭉 등 관목류를 식재하여 자연사박물관 주변과 이질감이 없도록 조경공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정 명예회장은 산업기반의 불모지이며 공업 낙후지역인 목포지역에 한라중공업(現 현대삼호중공업)을 비롯한 한라펄프제지, 목포신항만 등 대단위 국가 기간산업을 조성하여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 서남권 경제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공을 인정받아 지난 2003년에 ‘목포시민의 상’을 수상한바 있다.

목포시 관계자는 “투자기업 설립자에 대한 예우 등 친 기업정책으로 투자유치 분위기를 조성하여 앞으로 대양 및 세라믹산단이 조성되면 경쟁력 있는 기업을 유치하는 원동력을 마련하고자 흉상을 건립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목포시의 건립계획에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지역 문화예술단체가 특정 경제인의 흉상을 목포자연사박물관에 건립하는 것은 맞지가 않다고 지적한 것이다. 목포문화연대는 5월 11일 성명을 통해 자연사박물관의 취지와 목적, 문화예술분야의 정체성과 전혀 상관없는 인물의 흉상 건립은 형후 또다른 인물의 흉상건립에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목포문화연대의 주장은 이미 흉상이 영암군과 공동으로 추진하려다 무산돼 단독으로 추진한다는 것.

목포문화연대는 “목포자연사박물관 대지에 정 명예회장의 흉상 건립 추진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며 “목포시는 지난 2009년도에 영암군과 함께 고 정 명예회장의 흉상 건립 공동 추진 협의, 현대 호텔에 건립 계획이었으나 무산되어 영암군 단독 추진으로 2009년 9월 29일 영암읍에 이미 건립돼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 단체는 “목포자연사박물관은 1983년 7월 1일 향토문화관을 출발로, 2004년 9월 10일목포자연사 박물관으로 개관하여 30여년 동안 대표적인 목포문화자원으로서 시민과 관광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곳”이라고 밝혔다.

자연사박물관에는 목포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기증한 수만 점(어패류․공예품 4,300여점, 미술품100여점, 수석1,800여점, 운림산방 4대가 작품, 세계화폐 7천여점)의 기증품이 전시돼 있다.

목포문화연대, “특정경제인 흉상 생뚱맞은 일”

목포문화연대측은 현재 목포자연사박물관과 고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과는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목포 문화연대는 “기증문화에 앞장서온 기증인들에 의해 자연사박물관이 탄생되어 목포문화예술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박물관 내의 어느 곳에도 흉상 건립 등의 우대 할 만 조성이 이루어져 있지 않고 있으며, 기타 문화예술관련 분야의 어떠한 흉상 등도 조성되어 있지 않은 그곳에 자연사박물관과 전혀 인연도 없는 특정 경제인의 흉상을 세운다는 것은 생뚱맞은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로자 흉상 등을 건립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공로자에 대한 사회적 조명과 함께 역사적 검증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시민들이 그 인물의 흉상건립 가치에 대한 충분한 필요성의 인식뿐만 아니라 사회적 합의 등의 공감대 형성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정 명예회장이 목포지역에 얼마나 많은 경제적인 이바지를 하였는지에 대한 시민 공감대 형성은 물론 목포시민 대부분이 그분이 누구인지조차 잘 모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목포문화연대는 이어 “장소의 적절성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로서, 그 인물에 대한 연관성 있는 지역과 장소에 세우는 것이 마땅하다”며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고 위치가 좋은 장소라고 하여 특별한 문화적 정체성, 연관성도 전혀 없는 경제인의 인물 흉상이 자연사박물관 터 안에 세워진다면 향후 우후죽순처럼 건립될 수 있는 근거가 됨으로써, 목포시는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으며 앞으로 감당해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단체는 “목포시장은 박물관 소개 인사말에서 ‘목포자연사 박물관은 지구46억년의 자연사와 지역문화예술사를 망라한 국제적인 박물관으로 역할을 다하고’, ‘자연생태학습과 인간문화예술을 도시에 향유하는 평생학습의 장이자 관광명소를 지향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듯이, 목포시는 자연사박물관의 취지와 목적, 문화예술분야의 정체성과 전혀 상관없는 고 정 명예회장의 흉상을 목포자연사박물관 대지에 건립하려는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건립 강행시 논란 커질 듯 

흉상건립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목포시는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목포시는 관계자는 “4월 19일 흉상추진위원회가 계획을 마련하는 것은 맞지만 최종적으로 확정된 장소는 5월 7일 목포생활도자박물관으로 결정됐다”며 “자연사박물관과 목포생활도자박물관 두 곳 중 목포생활도자관이 확정됐기 때문에 자연사박물관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와관련 목포시 투자통상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흉상은 목포생활도자박물관 진입로 입구에 만들어진다”며 “고인은 목포시에 기여를 했고 공적이 있기 때문에 건립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이 점 때문에 지역에서도 별다른 문제제기를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목포문화연대는 이런 주장에 발끈했다. 정태관 목포문화연대 대표는 “목포생활도자박물관 역시 목포자연사박물관에서 관리한다”며 “목포시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고인에 대해 아는 사람도 없는 마당에 흉상건립은 말도 안된다”며 “지역에 기여한 문화예술인이나 향토기업도 있는데 굳이 한라그룹을 선택한 이유를 알 수 없다. 이미 폭포에서는 사기업과 관련된 비석이 추진되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번에도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강행한다면 지역문화단체들이 문제를 삼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라그룹측은 현재 흉상 건립 논란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목포시와 문화연대의 엇갈린 주장에 한발짝 발을 빼고 지켜보고 있는 실정. 한라그룹 관계자는 “목포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다”며 짧게 답했다.

이처럼 흉상건립을 두고 양측이 상반된 입장을 펼치고 있어 추후 건립에 들어가게 되면 양측의 충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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