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이팔성, 금융실세 충돌
강만수-이팔성, 금융실세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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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뱅크 추진 놓고 난타전

 

 ‘우리금융+산은금융’ 합병안(메가뱅크론)을 놓고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자 금융계의 실세로 꼽히는 강만수 산은금융지주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회장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15일 우리금융 인수의 당위성과 구체적 시나리오를 담은 산은금융의 인수 계획이 공개되자, 우리금융은 16일 보도자료를 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우리금융을 통째로 삼키겠다는 산은지주와 절대로 ‘그건 안된다’는 우리금융의 조직간 힘겨루기가 시작된 가운데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17일 우리금융매각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매각구도는 강만수 산은지주회장에겐 유리하게, 이팔성 우리금융회장에겐 불리하게 짜여져 두 금융실세들의 난타전이 예상된다.

킹만수의 ‘메가뱅크 뚝심’

메가뱅크란, 한마디로 초대형은행을 말한다. 다시 되살아난 메가뱅크론의 배후에는 ‘메가뱅크 주창자’로 알려진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 있다.

강 회장은 2008년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이미 ‘산은+우리금융’을 합병하는 메가뱅크를 추진한 바 있다. 때문에 지난 3월 산은지주 회장에 취임한 직후부터 이를 재추진하기 위해 막강한 정치적인 영향력으로 ‘우리금융 인수 걸림돌’을 돌파했다는 후문까지 돌고 있다.

강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한국에도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초대형 글로벌 은행이 필요하다는 지론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말 공사비 186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UAE 원전을 수주했는데 당시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우리나라 정부에게 세계 50위권 안에 드는 은행의 지급보증서를 요구했다.

정부가 은행에 개입을 많이 하는 편인 우리나라는 50위권 안에 드는 은행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 정부는 수수료 수천억원을 내고 필요한 자금 조달을 HSBC 등 외국계 은행에 의존해야 했다.

이때부터 강 회장은 해외 원자력 발전소 수주처럼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한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려면 우리도 대형 은행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왔다. 이젠 우리 스스로 금융을 제공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에 강점이 있는 산은+우리금융 조합이 이런 목표에 가장 들어맞는다는 게 강 회장의 판단이다. 양 지주사가 합병되면 우리금융(346조원)과 산은금융(159조원)이 합쳐지면서 단숨에 세계 50위권의 금융회사로 올라서는 절대강자의 위치에 오르게 되는데 이런 흐름에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은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왕의남자 ‘메가뱅크 신경전’

이로 인해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측근으로 꼽히는 산은금융 강 회장과 이에 우리금융 이 회장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두 금융계 실세가 우리금융인수 방식을 놓고 충돌하고 있는 것.

현재 산은지주측의 우리금융 합병 시나리오가 공개되자 이 회장이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면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산은금융은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금융 인수할 경우 현재 100%인 산은금융의 정부 지분이 80~90%대로 하락하고, 상장(IPO) 과정에서 다시금 10~20%포인트 가량이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합병에 따른 지분희석효과까지 합치면 2~3년 내 정부 지분이 최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후 민영화가 이뤄질 경우 정부 지분을 크게 낮춰, 정부로부터 독립한 세계적인 메가뱅크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어 산은금융측은 블록세일, 외국인투자자 대상 지분매각을 통해 공적자금회수가 가능하고 산은금융의 최대약점인 수신기반의 취약성이 우리금융과의 결합으로 해소돼 기업가치가 상승할 뿐만 아니라 투자 유치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끈한 우리금융은 하루 뒤 산은금융이 구상하는 합병안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전면 반박에 나섰다. 우리금융은 “5월초 이전부터 우리금융 인수를 위해 금융 당국과 치밀한 각본을 짜온 것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며 “산은지주가 우리금융 인수를 위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은 산은금융 측 주장을 두고 “우리금융 인수 후 산은금융의 연결 자기자본은 현 22조6000억 원에서 39조5000억 원으로 증가한다”며 “우리금융 소수 지분에 따른 주가 희석 효과에 더해, 산은금융이 우선적으로 10%의 지분을 상장하는 경우를 감안해도 정부 보유 지분은 (합병 후) 65.7%(19조7000억 원)에 달한다”고 반박했다.

또 “인수 후 양도세를 부담하지 않는 적격 합병 요건을 갖추기 위해 최소 2년이 경과해야 하고, 산은금융이 우리금융 합병 후 정부 지분 하락 효과를 보려고 해도 최소 3년이 지나야 하며, 합병 후 산은금융의 정부 지분 19조7000억 원과 우리금융 합병으로 인한 자사주 9조5000억 원 등을 매각하는 데는 20년 이상 걸린다”고 주장했다.

산은지주의 공적자금 회수 논리에 대해 우리금융은 “산은이 어떠한 형태로 인수자금을 조달하더라도 100% 국책금융기관이 조달한 자금은 정부의 지급보증이 수반되는 재정자금”이라며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는 재정자금으로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것으로 국민 기만행위”라고 비판했다.

논란은 산은지주가 핵심으로 내세운 메가뱅크론의 적절성까지 번지고 있다. 산은금융이 “초대형 메가뱅크가 탄생하면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낸 데 대해, 우리금융은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합병하더라도 자산규모 505조원으로 글로벌 순위 54위에 불과하다”며 “합병시 동일인 한도 등으로 기업고객이 빠져나가면 자산규모는 더 줄어든다”고 반박했다.

특히 “관치금융과 정부 간섭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현실을 감안할 때 국책은행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요원한 이야기”라며 “경제규모에 걸맞은 대형 리딩뱅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민간 자율성과 창의성에 바탕을 두고 시장경쟁력을 갖춘 대형 민간은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강만수의 승리?

이처럼 우리금융과 산은지주의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는 지난 17일 우리금융지주 매각 재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공자위는 “18일 매각 공고를 내고 6월 29일까지 입찰 참가 의향서를 받아 9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로 우리금융 매각 재추진 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민상기 공자위 공동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매각 절차를 단순화하기 위해 우리금융을 우리투자증권과 광주은행·경남은행 등 자회사들과 함께 일괄매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통매각’을 선택한 이유로 분할 매각 시 절차가 복잡한 데다 무엇보다 지역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공자위의 이 같은 결정은 ‘일괄매각’을 선호해 온 산은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다. 분할 매각 시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었던 KB금융의 경우 비(非)은행부문이 약해 인수경쟁에 뛰어들 동기 자체가 사라진 셈이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에 눈독을 들였던 지방은행들은 참여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입찰 자격도 ‘지분 30% 이상 인수 희망자’로 강화됐다. 민 위원장은 “지난해 지분 4% 이상 인수희망자로 완해했더니 입찰자 난립 등 부작용이 컸다”고 설명하며 “지난해와 달리 자회사를 분리하지 않고 일괄매각을 추진하되 입찰 참가자들의 최소 입찰 규모를 기존 4%에서 3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 방식대로라면 우리사주조합을 중심으로 우호지분을 모아 자체 민영화를 꾀하려던 ‘이팔성식 민영화’는 원천적으로 어렵게 됐다.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는 곳은 대규모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산은금융지주로 한정된 셈이다.

공자위는 또 현재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소유할 경우 지분 95% 이상을 보유하도록 한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을 검토키로 했다. 현행 금융지주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사가 금융지주사의 경영권을 취득하려면 지분 95%를 인수해야 하지만, 금융지주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예금보험공사의 우리금융 지분인 57% 가운데 50% 이상만 인수하면 된다.

민 위원장도 “95%를 인수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경쟁 여건이 제한된다는 주간사의 의견이 있었다”고 말해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지주사법 시행령 역시 곧 성사될 전망이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우리금융 인수 의사를 내비쳐온 산은지주로서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우리금융의 경영권 인수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결국 공자위의 우리금융 매각 재추진 방안은 사실상 우리금융을 산은으로 넘기기 위한 절차로 풀이된다. 산은지주 특혜논란과 관련해 민 위원장은 “가상의 후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내 권한도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지만 현재 유일하게 우리금융 인수 의사를 밝히고 있는 곳은 산은금융지주 뿐이어서 향후 인수전의 향배가 주목된다.

산은금융은 공자위 발표 직후 “입찰 참여 여부에 대하여 내부검토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후, 금융당국과 협의하여 결정할 예정이다”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힌 반면, 우리금융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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