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자녀납치 설정까지 등장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자녀납치 설정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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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개월동안 2196건 피해 발생…전년동기 48.6% 증가

올해 4개월동안 2196건 피해 발생…전년동기 48.6% 증가
보이스피싱 조직, 완전 소탕 어려워…국내 ‘알선책’만 잡혀
교묘해진 자녀납치 설정, 자녀 이름 사전 파악 활용하기도 
한중 핫라인 개설, 알선책 정보 토대 현지 조직 검거 예정

전화금융사기(일명 보이스피싱)이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기존 공공기관을 사칭하던 보이스피싱이 자녀납치 등을 가장한 보이스피싱 사기로 변모되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2006년 최초 발생 이후 특별단속, 제도개선 및 대대적인 홍보로 2008년 기점으로 2010년까지 꾸준히 감소하였으나, 올해들어 4개월 동안 2,196건(230억원) 피해가 발생하는 등 전년 동기 1,477건(149억원)대비 발생건수가 48.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그 수법 또한 지능화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보이스피싱이 왜 다시 증가하는지 정부기관의 대책은 무엇인지 취재해 봤다.

‘전화를 통해 개인정보를 낚아올린다’는 뜻에서 일명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은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공공기관, 금융기관, 수사기관 등을 사칭하여 세금환급, 카드대금 연체, 출석요구 등을 빌미로 송금을 요구하거나 개인정보 및 금융정보를 탈취하는 수법이다.

공공기관 사칭서 자녀납치 등으로 변모

초기의 피싱수법은 국세청 등 공공기관을 사칭하여 세금 환급을 빌미로 피해자를 현금지급기(ATM)로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수법이 널리 알려진 최근에는 자녀납치, 대학 등록금 환급, 경품행사 당첨 등의 다양한 수법들이 등장했다. 또한, 피해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기관으로 사칭하기 위해 사전에 입수한 개인정보를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의 진화에 발 맞추어 보이스 피싱의 완전검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점은 경찰 관계자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보이스피싱 범죄조직들이 대부분 중국 소재 콜센터(범죄단 본부)에서 사기 전화를 걸고 국내에는 돈의 인출과 중국으로의 송금을 담당하는 국내조직으로 이뤄져 있다. 국내조직의 경우 통장모집, 인출, 송금책 등으로 구성된 체계화된 범죄조직이 철저한 역할분담과 점조직 형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조직자체를 뿌리 뽑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콜센터 몸통보다는 국내 조직 일당을 잡는데만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5월 2일 허위로 대검찰청 홈페이지를 만든 뒤 개인정보를 빼내온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 일당 가운데 국내 송금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대검찰청 첨단범죄수사부라고 속여 위장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유도한 뒤 개인 정보를 빼내는 수법으로 보이스피싱을 한 일당 가운데 국내 송금책 중국동포 A(62)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지난달 25일까지 조직원으로부터 73차례에 걸쳐 11억6천300여만원을 건네받아 중국으로 송금하거나 다른 송금책에게 전달해 주는 대가로 599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조직은 대검찰청 첨단범죄수사대를 사칭해 “대포통장에 연루됐으니 계좌가 정상인지 불법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위장 사이트에 인터넷 뱅킹 ID와 보안카드 번호, 계좌번호 등을 입력시키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포폰을 1~2일 만에 교체하거나 중국 메신저 프로그램을 이용해 범행을 모의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를 4월 25일 오후 3시쯤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현장에서 체포했으며, A씨의 집에서 현금을 세는 기계와 1,900여만원의 현금과 카드, 수납 장부 등을 압수했다. 수첩에는 돈이 오간 일자와 금액이 상세히 적혔지만, 대상은 적혀있지 않아 추가 피해사례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관련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수법은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고 전제하며 “보이스피싱은 주로 중국 등 해외에 있는 총책이 지령을 통해 범행을 시도함으로 국내수사만으로는 주범을 검거에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의 경우처럼 국내 송금책만 잡혔을 뿐 콜센터는 손대지 못하는게 그동안 수사의 한계였다.

자녀납치, 구체적인 상황설정 하기도

이런 가운데 납치와 관련된 보이스 피싱은 최근들어 나온 새로운 수법 중 하나로 경찰의 수사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을 사칭한 특정 보이스피싱만을 알고 있던 사람들이 신종수법이 등장하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당하고 있다.

납치 빙자 보이스피싱은 구체적인 상황을 설정까지 해 피해자를 더욱 믿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이나 학교 교사를 사칭해서 “아드님이 오늘 학원에 나오지 않았는데, 연락이 되지 않아요”라는 전화를 걸어 일단 불안하게 만든 후, 확인할 틈도 주지 않고서 “당신 아이를 데리고 있다”는 협박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손에서 전화를 놓지 못하는 상태에서 돈이 입금되면 퀵서비스를 통해 대만인이나 조선족, 한국인들로 구성된 인출 담당들에게 ‘대포통장’을 전달하고 순식간에 돈을 빼간다.

이와관련 서울 동작경찰서는 3월 18일 중국인 금융 사기단 조직원 A(35)씨 등 3명을 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 조직원 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A씨 일당은 지난 9일 주부 B(44)씨에게 인터넷으로 전화를 걸어 '아들을 납치했다.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아들이 다친다'고 협박하는 등의 수법으로 1500만원을 계좌로 이체받는 등 총 10회에 걸쳐 약 5000만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중국에 콜센터를 운명하면서 인출자, 인출자 모집 총책 등 역할을 분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범행에 이용할 대포통장과 현금카드를 확보하기 위해 판매자 40여명으로부터 통장과 카드를 1개당 30만원에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10콜센터를 통해 접수된 보이스피싱 상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자녀 납치 보이스피싱의 경우 지난해 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자녀 이름과 휴대전화를 사전에 파악해 활용하는 등 수법도 대담해 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아들 이름을 말하며 “00네 집이 맞느냐?”고 물은 뒤 아들의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려주고 1천만원 송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또 자녀 이름과 휴대전화를 사전에 파악해 “군 복무중인 아들이 다쳤으니 돈을 보내지 않으면 장기를 판매하겠다”고 협박한 경우도 발생했다.

인터넷에서도 자녀납치 보이스피싱의 전화를 받았다는 사례는 다양하게 올라오고 있다. 한 사례자는 인터넷 게시판에 자신의 아들이 납치됐다는 전화를 받고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사연을 전했다. 이 사례자는 “당신의 아들을 데리고 있다. 시키는대로 해라”는 목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아들 친구도 같이 납치됐다고 말하며 아들 친구 이름까지 거론하니 안 믿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다행이 아들이 집에 있어서 망정이지 까딱하면 속을 뻔 했다고 한다.

특히 과거에는 노년층을 노렸다면, 요즘은 경제활동이 왕성한 40~50대 중장년층을 노리는 것도 특징이다. 올해 서울에서 발생한 보이스 피싱 사건 중 50대 피해자가 절반에 육박하는 40.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긴급주의보 발령

현재 정부기관 중 경찰에서 보이스피싱 문제의 대부분을 대응하고 있다. 경찰은 5월 11일 긴급주의보를 발령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화금융사기가 전화라는 통신수단과 ATM기라는 금융수단을 이용한다는 특징을 감안, 완전한 범죄근절을 위해 검거활동 뿐만 아니라 홍보강화, 유관기관과 협조한 제도개선, 국제공조 등 4가지 분야에서 입체적인 대응을 전개하기로 결정했다. 

한-중간 정기적인 실무회의 개최 및 핫라인 구축 등 신속한 교류를 위한 소통채널을 마련하고, 범죄이용 해외번호 등 통신자료, 국내 피의자 검거로 확인된 현지 콜센터 소재정보 등 관련 정보 공유 및 현지 조직 검거를 촉구할 계획이다.

또한 행안부와 기재부와 협의, 금융범죄수사팀 전 지방청 확대설치를 위해 소요정원 95명 확보를 추진, 전화금융사기 상시단속체제를 구축하여 범죄의지를 완전히 제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관련 경찰은 보이스피싱에 대비해 주의를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 관계자는 “공공기관 등을 사칭하는 경우 해당기관의 대표 전화번호 등으로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하여야 하고, 사실관계를 확실히 파악하기 전에는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계좌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함부로 알려주면 안되고, 현금입출금기를 조작하여 보안조치를 한다거나 예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녀납치 빙자유형의 경우, 일단 전화를 받으면 무조건 경찰에 신고부터 해야함을 강조하며, 전화금융사기 피해예방을 위해 전 국민이 각별히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한국정보보호진흥(KISA)가 발표한 보이스 피싱 예방 10계명에는 ▲우선,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동창회나 동호회 사이트의 주소록과 비상 연락망 등의 개인정보파일을 삭제하고, ▲발신자표시가 없거나 001, 080, 030 등 처음 보는 국제 전화번호는 받지 않으며, ▲녹음멘트로 시작되거나 현금지급기 이용을 유도하는 경우에는 대응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이미 전화금융사기를 당해 돈을 송금한 경우에는 경찰(국번없이 1379)에 신고하고 가까운 은행이나 금감원(02-3786-8576)을 통해 ‘계좌지급정지’와 ‘개인정보노출자사고예방시스템’에 등록하여 추가적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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