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영남, MB에 등 돌렸다…“총선 걱정되네”
뿔난 영남, MB에 등 돌렸다…“총선 걱정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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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벨트 입지 선정 <후폭풍>

또 하나의 국책사업이 결론을 냈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가 대전과 충남권으로 정해진 것이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지역과 정치권의 갈등은 이제 시작됐을 뿐이다. 입지 선정을 놓고 경합을 벌였던 지역에서는 규탄대회가 열리는 등 강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신공항 백지화와 부산저축은행 사태 이어 3번째 후폭풍에 휩쓸린 영남권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국책사업 입지 선정이 또 다시 지역 간 갈등을 불 지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6일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최종 후보지인 대전 신동·둔곡지구, 대구 테크노폴리스지구, 광주 첨단3지구, 포항 융합기술지구, 부산 동남권 원자력 산단지구·장안택지지구 등 5곳의 최종 평가점수를 발표했다.


대전이 75.01, 대구가 64.99, 광주가 64.58, 포항이 62.75, 부산이 62.40점으로, 유일하게 70점을 넘긴 대전으로 과학벨트 입지 선정이 마무리됐다.


전국 흔드는 후폭풍


그러나 이 같은 발표에 앞서 ‘대전 결정설’이 먼저 흘러나오는 등 잡음을 내더니 결국 일이 났다. 과학벨트가 대전에 유치되면서 입지 선정 경쟁에 뛰어들었던 다른 지역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입지 선정 결과 발표 전날 이미 흘러나온 ‘대전 결정설’에 단식 농성과 혈서가 등장했던 경북과 호남은 교육과학기술부에 과학벨트 입지 선정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한편, 행정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구에서 벌어진 일에 정치권도 조용히 넘어가지 못했다. 민주당 김영진·강기정 의원과 강운태 광주시장 등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광주·대구·대전을 통합네트워크로 구축하는 삼각벨트 조성안은 지역특화산업과의 연계로 최대의 효율을 거둘 수 있는 최상의 대안”이라며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과학벨트의 대전행에 반발, 단식 농성 중인 김영진 의원은 지난 19일 중이온 가속기 설계 표절 의혹 등과 관련,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치권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또 “과학벨트 관련 증액 예산 1조6천억여원 중 1조5천억원이 대구와 울산, 포항 등 이른바 ‘형님 예산구역’ 소재 대학에 10개 연구단을 배치하는 데 투입되는 점 역시 권력의 횡포로 반드시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광주시당이 중앙당에 건의한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선정 진상조사위’ 구성을 두고 진통을 빚기도 했다.


영남 의원들도 반발


그러나 진짜 ‘큰 일’이 난 것은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17일 과학벨트 입지 선정에 따른 영남 의원들의 반발로 몸살을 앓았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최근 정부기관의 이전과 국책사업 선정에 대해 지역갈등이 과열양상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대형 국책사업의 결정방식에 혹시 문제는 없는지 당에서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원내대표는 이어 “지나친 행위를 자제함으로써 여러 국민들에게 갈등 해소의 노력을 해야 하지 않냐는 우려도 있다”며 “지역 국회의원들과 지역단체장들께서는 갈등 해소의 전면에 나서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영남권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인기·장윤석 의원 등 대구·경북·울산 지역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 결과에는 승복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경북과 대구·울산 지역 650만 시·도민이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특히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부산 저축은행 불법 인출 등으로 험난한 민심의 폭풍을 경험하고 있는 부산 지역구 의원들의 목소리에는 핏대가 섰다. 


김정훈 의원은 “부산도 신공항으로 마찬가지였지만 관련 지자체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이렇게 중요한 국책사업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자체에 대해 굉장히 유감”이라며 “원래 과학벨트 예산에서 무리하게 1조 몇 천억을 증액시켜 대구·경북·광주에 나눠줬다고 하니 빠진 지역은 소외감을 더 느낀다”고 반발했다.


김 의원은 “부산은 신공항 백지화 이후 정부가 뭘 해줬냐”고 되묻기도 했다.


계속된 영남 악재


이러한 의원들의 격렬한 반응은 내년 총선을 의식한 탓이다. 현 정부 출범의 든든한 지지자였던 영남 민심 돌아섰다는 위기감에 휩싸인 것.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영남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며 “‘한나라당 텃밭’이라고 불렸던 것도 옛말”이라고 했다.


그는 “악화된 서민·지역경제와 신공항, 과학벨트 등 국책사업 입지 선정이 번번히 무산되며 쌓인 감정이 적지 않다”며 “지역에 내려가 사람들을 만나면 ‘총선에서 두고 보자’며 분노를 표하는 분들이 태반”이라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다음 총선에서 ‘한나라당’ 간판을 믿었다가는 된서리를 맞을 상황”이라며 “‘인물론’으로 승부하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지역구를 찾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은 “지난 부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김정길 후보가 44%의 높은 득표율을 보이며 한나라당 허남식 시장(55%)을 바짝 뒤쫓는 등 민심의 변화가 적지 않았다”며 “악재까지 겹겹이 쌓이면서 1년이 채 남지 않은 내년 총선에서 제2, 제3의 부산 지역구 민주당 의원이 나올 수 있지 않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총선 어쩌나…”


이런 상황에 대해 한나라당 영남 의원들이 특히 강한 불만을 표하는 것은 국책사업을 두고 판을 키운 정부다. 세종시, 신공항, 과학벨트 등에 대해 ‘한다’고 공약해 놓고 슬그머니 ‘원점재검토’를 거론하더니 ‘공정한 평가’ 운운하며 여러 지역을 끌어들이면서 지역간 갈등을 불렀다는 것.


유승민 의원은 “차라리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 부결 직후 ‘과학벨트는 세종시나 충청도로 간다’고 했으면 이 난리가 안 났을 텐데 마치 원점에서 검토하는 것같이 하는 바람에 동네방네 시끄러워진 것”이라며 “지역 분열시키고 표 깨는 데 청와대는 천재적”이라고 대놓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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