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깃발 높이 든 중립성향의 비주류
‘쇄신’ 깃발 높이 든 중립성향의 비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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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구>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지난 6일 한나라당 원내대표ㆍ정책위의장 경선에서 황우여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에 당선 됐다. 중립성향 황우여 의원은 이날 친이계 안경률 의원을 제치고 승리, ‘쇄신의 아이콘’으로 우뚝 서게 된 것.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황 의원이 당선 되자 당내는 술렁였고 이는 소장파의 반란이 성공했음을 보여준 결과였다. 4·27재보선 참패로 휘청거리던 한나라당은 주류를 배제하고 비주류를 선택한 것이다. 중립 성향의 비주류인 황 의원이 당 서열 2위인 원내대표로 선출됨에 따라 향후 당내 권력지형과 쇄신방향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특정계파 소속이 아닌 중립성향의 황 의원이 한나라당 원내대표에 선출 된 것은 4ㆍ2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불어 닥친 ‘주류 퇴진론’ 바람이 표심으로 이어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주류 퇴진론’거세진다


황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서 재적의원 172명 가운데 해외출장 등으로 인한 불참자를 제외한 출석의원 157명을 상대로 결선투표를 벌인 끝에 90표를 획득, 집권 여당의 제4기 원내 사령탑에 올랐다. 황 의원과 함께 결선에 오른 안경률 의원은 64표를 얻는데 그쳤다. 무효는 3표였다.


앞서 황 의원은 159명이 참여한 1차 투표에서 64표를 얻어 1위에 올랐으나 과반 80표 득표에 실패, 58표를 얻어 2위를 차지한 안 의원과 결선투표를 치렀다. 이날 함께 출마한 이병석 후보는 1차 투표에서 3위에 그쳤지만 33표를 획득하는 선전을 펼쳤다.


황 의원은 ‘주류 배제론’을 주창하고 있는 소장ㆍ중립 그룹과 수도권 친박(친 박근혜) 의원들의 지원을 받았고, 결선투표에서 친박 의원들의 표가 집중되면서 최종 당선된 것으로 보인다.


황 의원의 당선은 의외였다. 미리 당선소감문도 준비하지 않았을 정도로 의외의 결과에 대해 황 의원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이번 결과는 저에게도 뜻밖이다”며 “예상하기 어려운 결과였지만 기적은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인 셈이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원내대표 경선으로 잠자던 공룡이 깨어났다”고 평가했다. 친이계 양대주주인 이재오 특임장관과 이상득(SD) 의원 계(系) 후보들이 줄낙선하면서 거대 여당의 쇄신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는 뜻이다.


충격 받은 이재오계


이재오 특임 장관측은 이번 경선에서 안 후보의 당선을 낙관해 왔다. 현 정권 실세인 이 장관은 경선 과정에서 상당수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안 후보 지지를 당부했던 것으로 알려진 것과 무관치 않다. 두차례 친이계 결속 모임도 있었다.


그러나 안 후보는 1차에서 비주류인 황우여 의원에게 6표차로 2위를 차지한데 이어 결선투표에서는 26표차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 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진 투표에서다.


이 장관측 인사들은 이번 경선 결과에 대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한 측근은 경선 결과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지금으로서는 뭐라 말하기 힘들다”고 말을 아꼈다. 다른 측근은 “당의 새로운 변화를 요구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만 했다.


중립 성향의 비주류인 황 의원이 당 서열 2위인 원내대표로 선출됨에 따라 향후 당내 권력지형과 쇄신방향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주류의 핵분열이 가속화되는 반면, 당의 주도권이 비주류로 넘어가면서 주요 현안에 대해 소장파와 친박계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황 의원은 향후 이 정책위의장과 함께 재보선 참패로 `벼랑 끝' 위기에 처한 거대 여당의 무기력증 타파와 당 쇄신 및 계파화합, 당ㆍ정ㆍ청 소통구조 개선 등 막중한 책임을 떠맡게 됐다.


“거대공룡이 깨어났다”


이번 경선에서도 드러났듯 당내 계파갈등을 치유하고 화합을 이뤄내 내년 총선 승리와 함께 정권 재창출을 위한 발판을 다져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당장 6월 임시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의 협상에도 나서야 한다.


하지만 황 의원이 비주류의 지지 속에 당선됨에 따라 주류측과의 대립이 예상되고,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여야간 가파른 대치전선이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황 의원은 정견발표를 통해 “성난 민심을 되돌릴 변화와 진심은 처절한 진정성과 사즉생(死卽生)이 필요하다”면서 당내 화합과 소통과 당 쇄신과 국회 선진화, 민의가 소통되는 수평적 당ㆍ청관계를 강조했다.
당내 계파갈등과 관련해 솔선수범해 화합의 장을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 황 의원은 “화합이 없으면 당이 활기를 잃는다"며 ”화합을 전제로 국민 속으로 다가가면 다시 우리의 손을 잡아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157명이 참석한 결선 투표에서 90표를 얻은 득표 결과에 대해서는 “계파를 생각하지 않고 새로 출발하자는 나의 제안을 다수의 의원들이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 전원 사퇴로 인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방향에 대해서는 “비대위 구성은 폭 넓게 해야 한다”며 “오랜 경험을 가진 당의 원로 및 참신한 소장파 등 열린 생각으로 최상의 팀을 만들어 앞으로 전당대회를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권·대권 분리에 대한 견해에 대해서는 “대선이 가까워지면 대선관련 규정은 손 대기가 어렵다.”며 “의원들 사이에는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 못지않게 종전의 원칙을 유지해야한다는 입장도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당의 대권주자가 나서서 활동할 분야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나와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이야말로 내가 제안한 화합의 마당을 만들자는 것에 대한 지지다”면서 “당과 국회의 일을 책임지는 주류와 비주류의 개념을 허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 다른 대권주자도 만나 무엇을 하고 싶은 지에 대해서 충분한 뒷받침을 하겠다.”고 말했다.


“일처리가 꼼꼼하고 치밀” 평가


인천 연수구를 지역구로 둔 4선 의원으로 인천에서 태어나 제물포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황 신임 원내대표는 두 번째 경선 도전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제10회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서울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을 거쳐 감사원 감사위원을 4년간 역임했다. 이때 감사원장을 지낸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총재를 만났다. 이 전 총재가 15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선대위의장을 맡으면서 비서실장으로 발탁, 정계에 입문했다.


15대 국회에서 전국구로 금배지를 단 뒤 16대 총선부터 내리 3번 인천 연수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국회에서 손꼽히는 헌법 전문가로 통한다.


그러나 상임위는 줄곧 교육 분야에서 활동했다. 17대 국회 전반기에는 교육위원장으로서 당시 열린우리당이 추진한 사학법 개정안의 통과를 저지하는 뚝심을 보였다.


2006년 출범한 강재섭 전 대표 체제에서 1년여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간 물밑조율을 자임, 경선룰을 만드는 등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했다.


2008년부터는 한국청소년연맹 총재를 맡고 있으며 평소 인권과 교육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북한의 인권 문제에도 관심이 깊다. 2009년 원내대표 경선에 친박계 최경환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계파 색채가 엷은 중립 성향으로 분류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취미는 등산과 검도. 모나지 않고 부드러운 성품으로 일처리가 꼼꼼하고 치밀하지만 다소 추진력이 약하다는 평도 따른다.

사진/ 유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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