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 ‘산 넘어 산’
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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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데, 시간은 없고~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주식매매계약 만료일을 목전에 두고 계약 연장에 성공하면서 가까스로 파국을 면했다. 연장 기한은 3개월 혹은 6개월 연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으며 특히 법원 판결 시기를 감안한 조건에 대해서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 일정과 조건을 조율중인 것이다. 하지만 계약이 연장됐다고 해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작업이 순탄해지거나 금융위의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판정 일정이 앞당겨지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향후 결과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고등법원의 판결이 언제 나올지 장담하기 힘들고, 유죄 판결이 나도 국제적인 평판을 의식한 론스타가 헌법소원 등을 제기하면 시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라며 “이 경우 3~6개월 정도의 계약연장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하나금융과 론스타는 6개월의 계약 시한으로 외환은행 지분 51.02% 매매 계약을 체결한 뒤 금융당국의 인수 승인을 기다려왔다. 하지만 지난 12일 금융위원회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고등법원의 파기환송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론스타의 은행 대주주 자격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심사를 보류했다. 이에 따라 24일 계약 시한 만료 후 론스타와 하나금융 중 일방이 외환은행 지분 매매계약을 깰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은 론스타와의 계약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계약연장 합의를 이끌어내며 가까스로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론스타 측도 서울고등법원에 주가조작 혐의 파기환송심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계약을 일방적으로 깨기가 부담스러웠다는 평가다. 무엇보다도 하나금융은 론스타와의 계약연장을 통해 외환은행 인수의 추진 의지를 지켜내며 투자자들의 반발을 무마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대주주 적격성에 관련한 판결의 소요기간에 따른 론스타와의 계약 재연장 가능성과 금융당국의 결정유보에 따른 막대한 지연배상금 문제는 향후 풀어야할 숙제다. 특히 하나금융은 론스타와 주식매각 가격을 재협상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지만, 계약 만료 연장에서 이미 밀려난 협상 주도권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적격성에 대한 재판은 6월 16일에 시작된다. “재판결과에 따라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 여부가 판단 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예측이다. 론스타의 유죄가 입증되면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되고 보유 중인 외환은행 지분은 강제 매각해야 한다. 이에 하나금융은 론스타의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외환은행 인수 계약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론스타, 계약연장 막판 조율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이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매각 계약 연장 조건을 놓고 막판 조율에 들어갔다.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과 론스타는 계약연장이라는 대원칙에 합의한 가운데 양측은 매각가격과 연장기간을 놓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론스타는 현대건설 매각대금 약 8000억원(세후)이 지난달 외환은행으로 유입된 만큼 매각가를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하나금융은 작년 11월 계약 당시 외환은행 주가가 1만3000원대 였으나 현재 9000원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는 만큼 가격을 오히려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매각지연에 따라 론스타가 대금을 늦게 받게 되면서 발생하는 손실에 대한 보상문제도 논의 되고있다. 하나금융측은 이 부분에 대해 일정부분 보상해 줄 용의가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서 합의를 볼지 주목된다.

그러나 론스타는 인수 지연으로 직접적인 어려움을 겪는 하나금융에 비해 아직까지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보니, 유리한 매각조건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론스타는 현대건설 지분 매각대금 약 8000억원이 최근 외환은행으로 유입된 만큼 매각가를 올리거나 주주로서의 이익 배당을 요구하고 있어, 매각 가격이 오히려 올라갈 개연성이 더 크다”며 “사실상 계약연장이 안되면 파국으로 치달을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던 만큼, 하나금융 측이 매각가격을 내리기 보다는 현대건설 매각대금 등을 반영해 올려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은 론스타와의 계약 연장협상이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계약이 확정되면 바로 긴급이사회를 열어 승인을 받은 후 이를 공시할 계획이다.

하나금융, 론스타와 재계약 이유는?

그동안 론스타 측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극도로 민감했던 하나금융이 계약 연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따로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 인수보류에 따른 투자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약 연장을 통한 시간 벌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되면 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하나금융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실시했던 ‘유상증자’가 하나금융에게 큰 부담으로 돌아온 것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2월말 1조3천353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했다. 당시 32곳의 국내외 기관 투자자가 참여했고 투자자들은 주당 4만2천800원에 하나금융 주식을 매입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인수가 보류되면서 하나금융 주가는 폭락해 지난 20일 종가가 3만8천300원까지 떨어졌다. 이미 10% 정도의 평가차익 손해를 본 투자자들로서는 크게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최대 위기에 봉착한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자사주 매입 카드'를 빼들며 위기 수습에 나섰다. 김 회장은 지난 13일 긴급 이사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수가 무산될 경우) 비은행쪽으로 들어갈 생각이 있었다”며 “이 부분에 자본을 활용하고도 자본이 과다하다면 자사주를 취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자사주 인수 발언을 놓고 일각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비상계획을 가동하고 있는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본 재무적 투자자들을 자사주 카드로 달래 외환은행 인수 무산의 불똥이 소송전으로 번지는 사태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하나금융 측은 주가 폭락으로 인한 대외신인도 하락도 걱정하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 무산에 대한 불안감으로 하나금융 주가가 하락한 만큼 실제로 론스타와의 계약이 파기될 경우 주가 폭락세는 한층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금융으로서는 어떻게든 계약연장을 통해 시간을 벌어 충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론스타와의 재계약과 관련, 하나금융측은 "6개월 넘게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했는데 인제 와서 인수를 포기할 수는 없다"며 "생각보다 법원의 판결이 빨리 나올 수도 있는 만큼 최대한 계약을 연장해 놓으려 한다"는 입장이다.

김승유 회장의 승부수는

김승유 회장은 43년 은행원 인생 중 무려 3개의 은행을 M&A(인수합병)에 성공시킨 인수합병 전문가로 알려져 왔다. 이에 더해 지난해 론스타와 MOU를 체결하면서 ‘빅3’ 진입의 8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1998년 충청은행, 1999년 보람은행, 2002년 서울은행을 잇달아 인수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일궈냈고 지난 연말 외환은행을 품에 앉으며 신한을 제치고 업계 자산규모 3위로 올라섰다.

당시만 해도 김 회장이 쌓아온 M&A 노하우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과의 성공적인 융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 예상했지만, 최근 외환은행 인수 승인안 처리가 연기되면서 그의 금융인생은 위기 상황을 맞았다. 그동안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세계 각국을 돌며 총력전을 벌이는 등 ‘한국판 메가뱅크’를 만들겠다는 야심을 보였지만, 지지 부분했던 매각의 늪 앞에서 다시 한 번 무너진 것.

‘계약연장’으로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향후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할 경우 국내 은행 ‘빅3’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다, 결국 경쟁사에 인수당하는 암울한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해외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을 잇는 아시아 금융벨트를 강화해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자산 및 수익비중을 끌어올리겠다는 김 회장의 구상도 이번 사태의 여파로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김 회장이 이번 난국을 어떻게 돌파할 지 그 해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그 길은 꽤 험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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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아빠 2011-05-26 11:05:17
각자 은행이 생존을 도모하는 것이고, 은행업종도 크게는 전자업계처럼 두어군데의 대형은행만 생존하지 않을까 싶네요..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농협,우체국,지방은행 그리고 외환등 외국계은행. 제일이나 시티는 금융대기업이 존재하지만 외환은 어찌되었든 더욱 규모가 큰 회사로 편입이 불가피해 보이네요...

권불십년 2011-05-25 23:33:41
답답하구먼!
그 미련에 결과가 어찌 는지 국민 여러분은 지켜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