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시행에 난감한 ‘무노조 신화’ 삼성
복수노조 시행에 난감한 ‘무노조 신화’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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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삼성 계열사 노동자 접촉 노조설립 움직임 본격화

7월 1일부터 조직형태 상관없이 복수의 ‘노조’ 설립 가능
노동계, 삼성 계열사 노동자 접촉 노조설립 움직임 본격화
업계 “삼성 노조 설립 초일류기업 경영성에 영향 미칠 것”
삼성 직원 복지 강화, 노사협의회 직선제 등 대책마련 부심

국내 대표 무노조(?) 기업인 삼성그룹이 복수노조 전면 시행이 한달 남짓 다가옴에 따라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한편 노동계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이 이처럼 복수노조에 민감한 이유는 그동안 노동계에서 삼성 계열사에 대해 노조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제 3노총 등은 현재 복수노조 시행에 앞서 삼성 계열사 노동자들과 접촉을 통해 노조를 설립하려는 계획을 준비 중에 있다. 이에따라 삼성은 노사갈등과 파업 등에 의한 ‘경영 리스크’가 시작되지 않을까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010년 1월 1일자로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라 2011년 7월 1일부터 노조의 조직형태와 관계없이 모든 사업장에서 제2, 제3의 복수노조 설립 및 가입이 전면 허용된다.

그간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과 복수노조 허용 문제는 노사 간에 초미의 관심사였다. 노동계는 전임자 급여 자율보장, 복수노조 허용 및 자율교섭 보장을, 경영계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급여 지급 금지를 요구해 왔다.

결국 정부는 복수노조 금지가 위헌의 소지가 있고 복수노조를 계속 금지할 경우 국제기준을 지키지 않는 국가로 인식될 것을 우려해 1997년 여야 합의로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노조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시행시기를 앞두고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13년간 3차례 법 적용을 유예하다가 2010년 1월 1일 개정하게 된 것이다.

번번이 좌절되는 노조 설립

이런 가운데 삼성을 놓고 노동계에서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무노조의 신화’라고 불릴만큼 삼성은 대내외적으로 노조를 갖지 않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여러번 삼성 내 노조를 설립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번번이 삼성의 대응으로 인해 좌절되고 말았다.

삼성은 창립자 고 이병철 회장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로 노조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할 만큼 노조에 대해서 매우 민감하게 신경을 써왔다. 이미 삼성에서는 여러번 노조의 설립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 2003년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호텔신라 직원들과 함께 서울 중구청에 노조 설립 신고를 했다. 하지만 사흘만에 노조 설립 취하서를 냈다. 당시 이들의 노조설립 전에 이미 다른 노조설립신고서가 접수되어 있어 복수노조 금지 조항 때문에 무산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처럼 페이퍼 노조라는 것이 삼성에 존재한다. 즉 서류상으로는 7개 회사에 노조가 존재하는 것이다. 2003년에 만들어진 신라호텔 노조는 조합원이 2명을 비롯해 에스원은 2명, 삼성중공업은 38명으로 다 페이퍼 노조라고 노동계는 보고 있다.

다만 노동계에서는 삼성정밀화학과 삼성생명보험, 삼성증권 등의 경우에는 상급단체도 있고 활동하고 있는 걸로 보고 있지만, 이들 역시 적극적으로 활동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삼성 내부에서 노조만들기 시도는 여러번 있었다. 지난해 7월에 삼성SDS의 한 직원은 노조설립을 촉구하는 이메일을 사내에 배포하자 이를 삭제하고 그의 근무지를 대전에서 서울로 전환한 바 있다.

또한 23년간 삼성 수원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노조의 필요성을 사내게시판에 올렸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직원은 삼성을 상대로 해고무효소송을 걸기도 했다. 외부에서 활동하는 노조도 존재한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2000년 초 삼성 해고자복지투쟁위원회 결성을 주도하고 2003년 설립한 삼성일반노조를 이끌고 있다. 삼성일반노조는 삼성이라는 이름을 걸고 삼성과 대립각을 세우는 유일한 노조다. 하지만 외부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노조원 가입을 늘리는 활동은 불가능한게 사실이다.

이처럼 노동계에서는 삼성이 내부적으로 노조설립 움직임을 보였지만 삼성의 치밀한 대응으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에 노조 결성 의지 가진 사람 많아”

사진-진보신당 제공

하지만 7월부터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해지자 노동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신중하게 노조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계의 입장은 이번에도 삼성의 대응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다.

진보신당은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삼성노조 만들기에 돌입했다. 진보신당은 5월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삼성노조설립 지원센터’ 현판식을 갖고 변호사, 노무사 등으로 구성된 법률자문당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진보신당은 “진보신당은 삼성노조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삼성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설립운동과 연대를 하고자 한다”며 “진보신당 삼성노조지원센터는 삼성 각 계열사 노동자의 제 권리와 인간적인 삶을 위해 그들의 법적, 제도적 권리 확보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며, 삼성재벌에 의해 자행되는 불법, 탈법적인 노조설립 방해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방패막이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삼성노조지원센터장인 김경진 변호사는 “실제로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이 노조 결성의 의지가 아주 강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경우 삼성노조 설립을 위해 산업별, 연맹뿐만 아니라 삼성 사업장이 있는 지역 지부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3일에는 ‘삼성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개최하고 삼성 노조 조직화를 위한 폭넓은 논의를 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회의를 하는 등 준비를 하고 있다”며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삼성의 움직임은 보통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 다가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역시 삼성전자 등 주요계열사 직원들을 개별 접촉하며 노조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조 설립의지를 가진 분들도 있고 연락을 해오는 분들도 있다”며 “구체적으로 삼성을 겨냥하기보다는 노조가 조직되지 않은 기업 전반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조설립, ‘경영리스크’로 작용하나?

업계에서는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원동력으로 노사갈등이 없었다는 점을 주목하고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분명 노조가 최대의 경영리스크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삼성에서 강력한 노조가 생기게 되면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규모 파업과 같이 경영상 치명타를 입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 백혈병 관련 피해노동자들 및 삼성 자살자 유가족과 연대하는 등 대외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측된다.

노동계에서는 노조의 설립에 대해 삼성 직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노동계에서 만난 일부의 삼성 직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노조의 역할도 분명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삼성에서 나타나는 무노조는 한국 재벌들의 노조 기피 경향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노조가 생길 시 삼성이 분명 대처하겠지만 삼성 내부에서 작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노동계의 삼성노조 설립계획이 분주해지고 하나의 경영리스크로써 위협을 느끼자 삼성그룹에서도 이에대해 대책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노사협의회 대표를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꾸고 복리후생을 강화하는 쪽으로 삼성 직원들을 단속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지금까지는 각 사업장별 대의원만 사원들이 직접 뽑고 대표격인 의장은 대의원 간선으로 선출하는 것을 손질하고 대표를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해 직원들의 불만을 없애기로 했다. 또한 인사고과가 안좋은 직원들에 대해서 연봉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최근 3년치 평균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관련규정을 고치기도 했다. 

특히 노동계에서는 삼성이 ‘무노조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교육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노조 전문가의 영입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은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 국장급을 노무담당 임원으로 영입했으며 경제인총연합에서 팀장급을 채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은 여전히 복수노조 설립에 대해서는 껄끄럽다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복수노조와 관련해 특별히 준비하는 것은 없다”며 “하지만 좀 더 직원들을 위해서 다독거리고 껴안기를 할 것이다. 노조가 생길시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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