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송지선 우울증으로 충동적 자살…연예인 우울증 잇따라
자살한 사람 50~60% 우울증…전문의 찾아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우울증, 극단적인 판단을 하게 해 범죄 등으로 주변에까지 피해줘
한국 자살예방 관련 예산 한해 13억원 불과, 정부차원 대책 절실
최근 연예인의 잇따른 자살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자살의 원인인 우울증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처럼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불리는 우울증은 현대사회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우울증은 심해질 경우 자살과 범죄의 유혹까지 느낄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아 대책마련이 시급한 경우로도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우울증은 치료가능한 정신질환인데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에 대한 일반대중의 편견으로 인해 제때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이에 본지는 우울증의 원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짚어봤다.
5월 23일 송지선 MBC 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가 자신이 살던 오피스텔 19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힘든 상황을 트위터를 통해 위로받고자 했던 그는 오히려 그 글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확산돼 자신에게 아픈 상처를 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자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던 것이다.
MBC 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송지선의 사망원인은 ‘우울증으로 인한 충동적 자살’로 판단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5월 25일 수사결과 브리핑을 통해 “송지선이 우울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최근 미니홈피 등을 통해 사생활이 노출,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과 루머가 확대되면서 고인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송지선은 ‘감정적으로 불안정하며 충동적 행동 가능성이 있으므로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는 담당 의사의 소견에도 불구하고 퇴원, 어머니와 자신의 집에서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자살의 원인과 관련하여 주목할 질환이 바로 우울증이다. 자살하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우울증을 경험했거나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자살한 사람의 50~60%에서 우울증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될 만큼 우울증과 자살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으나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우울증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적극적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원주정신보건센터가 자살시도자 142명의 병증을 추정진단한 결과 우울증이 79명(55.6%)으로 가장 많았고 알코올중독 21명(14.8%), 인격장애 16명(11.3%), 적응장애 11명(7.7%) 등으로 나타났다.
편견으로 치료 지연 자살로 이어져
우울증은 치료가능한 정신질환이지만 일반대중의 편견으로 실제 병원을 찾는 비율이 높지 않고 이로 인해 치료가 지연돼 자살로 이어진다. 우울증의 증상은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계속되거나 체중이나 식욕의 증가나 감소, 불면이나 과하게 잠이 쏟아지는 경우, 반복되는 자살 생각이나 자살 계획을 하는 경우 등이 있다.
흔히 우울증은 정신적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몸에도 병을 안겨 준다. 신체 통증은 우울증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대한우울·조울병학회가 최근 전국 3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요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90% 이상이 두통, 근육통, 요통, 관절통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우울증은 직업적인 특성에서 야기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전남에서 우울증과 신변비관을 이유로 한 달 사이에 3명의 소방관이 자살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5월 25일 전라남도 소방본부와 여수경찰서에 따르면 도 소방본부 간부 최모(56)씨가 자신의 집 근처에서 목을 매 숨친 채 발견됐다.
소방관 3명 우울증 연속 자살
앞서 지난 4월 말에는 전남 보성소방서 소속 소방관 A씨(45)와 담양소방서 소속 소방관 B씨(53)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는 불과 한 달 사이에 3명의 소방관이 스스로 생을 마감해 충격을 주고 있다.
소방관들은 주로 직무 특성상 긴급 상황시 출동 대기 등을 연유로 밤낮 구분없이 일해야한다. 또한 경찰과 마찬가지로 긴급 사고나 화재 현장에 긴급 투입돼야 하는 업무적 특성으로 인해 외상후 스트레스나 각종 정신적 고통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다른 직무에 피해 클 수 밖에 없다는 게 관련자들의 지적이다.
특히 이번에 자살한 3명의 소방관들의 자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모두 우울증 병력을 앓았다는 공통점이 발견됐다.
이에 대해 근무 환경 등을 개선하고 외상후 스트레스 치료를 위한 정신 상담 등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현재는 소방관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문제를 전문적으로 상담하는 시스템은 마련돼 있지 않다”며 “다만 1년에 두 번 정도 지역병원을 지정해 정신 건강을 포함한 건강검진을 실시해 현재 소방관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생유병률, 여성이 남성의 2배
우울증의 평생 유병률이 여성에서 약 20% 정도로 남성의 약 10%에 비해 두 배나 높다. 우울증 발생 빈도의 성별의 차이는 연령에 따라 다르다. 9~13세에 우울증 발생빈도의 남녀차이를 보이기 시작해 사춘기 이후부터 중년기까지 여성이 남성에 비해 높은 발생 빈도를 보인다. 따라서 여성은 남성보다 조기발병위험이 높을 뿐만아니라 가임기 연령 동안에 우울증 발생 빈도가 가장 높다.
평소 우울증을 앓던 40대 여성의 경우 저수지에 몸을 던져 자살하기도 했다. 5월 13일 오전 11시 15분께 전북 정읍시 내장동 내장저수지에서 김모(47.여)씨가 물에 빠져 숨져 있는 것을 수색에 나섰던 잠수부가 발견했다.
김씨는 전날 오후 7시경 집을 나갔으며, 저수지 부근 배수관문에서 김씨의 옷과 신발, 유서 등을 발견한 김씨 가족은 이날 오전 1시 께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가 남긴 유서에는 “먼저 간다”는 내용과 함께 가족 연락처 등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우울증을 앓고 있던 김씨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자살을 시도했고, 유서를 남긴 점 등으로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한 우울증은 극단적인 판단을 하게 해 주변에까지 피해를 준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5월 25일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영아살해)로 김모(36.여)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낮 12시 40분께 광주 서구 모 아파트 자신의 집에서 아들의 얼굴을 이불로 덮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이후 오후 8시40분께 가족과 함께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울음을 그치지 않아 이불로 덮어두고 잠시 후 젖을 먹이려고 했더니 움직이지 않았다”는 김씨의 진술과 김씨가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점 등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우울증 아들 폐륜 범죄도
우울증을 앓던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하고 외사촌을 흉기로 찌른 폐륜범죄도 벌어졌다. 전북 군산경찰서는 4월 10일 살인 혐의 등으로 최모(43)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이날 오전 7시10분께 군산시 지곡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어머니 홍모(71)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다. 최씨는 경찰에서 "어머니가 용돈을 주지 않아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이어 같은 아파트에 있는 이종사촌형 김모(51)씨의 집을 찾아가 김씨의 목 등을 흉기로 찔러 부상을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엔 우울증 등 복합적인 정신장애를 보인 최모(36)씨가 동해시청에 난입해 민원창구에 근무 중인 공무원을 아무런 이유없이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해 전국을 ‘묻지마 살인’의 공포로 몰아넣기도 했다.
최씨는 범행 후 “이 나라가 싫다, 사람을 죽이고 구속되고 싶었다”고 말해 충격을 줬으며 범행 직후 정신감정 결과 적응장애 등의 우울증과 신경증적인 증세를 보인 것으로 판명됐다.
선진국 우울증 대책마련 부심
이에 따라 선진국에선 우울증을 막기 위한 종합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09년 5월부터 직장 정기 건강검진에 우울증 등 정신질환 검사를 포함하는 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또 프랑스의 경우 1998년 이미 청소년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국가 차원의 자살 방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자살예방 관련 예산이 한 해 13억원가량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울증에 대해 본인의 적극적인 관심과 관련기관의 대책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여러 가지 외부적 자극으로 인해 지쳤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일시적으로 무기력한 상태가 나타난다면 가벼운 우울증에 해당하므로 병원 치료를 받지 않아도 무방하다.
하지만 우울감, 무기력함, 짜증 등으로 인해 일상·사회생활이 어긋나는 느낌을 받는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우울증 진단 기준에 따른 ‘우울증 의심’ 결과가 나왔을 때도 병원을 찾아 상담과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도록 해야 한다.
우울증 진단 후 가장 먼저 시행하는 것이 약물치료다. 우울증은 단순한 기분의 변화 문제가 아니라 신경전달물질 변화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질병’이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과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우울증은 적극적인 치료와 실천을 통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하다. 다만, 사람마다 재발 가능성은 각각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타고난 기질과 위기관리 능력 정도, 환자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재발할 수는 있지만 완치가 불가능한 병은 결코 아니다. 우울증은 자가진단 등을 통해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완쾌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한 전문가는 “최근 경제적인 문제로 인한 우울증이 늘고 있는데 정부에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책을 모색하고 환자도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우울증에 대한 정보와 상담을 원할 경우에는 보건복지가족부 희망 전화 129번이나 정신건강 상담 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 또 해피마인드와 블루 터치 웹사이트에서는 사이버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가까운 정신보건센터를 방문하면 직접 진료를 받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