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대권 향한 보폭 넓히기 시동
정동영, 대권 향한 보폭 넓히기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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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잡은 손학규와 차별화…진보 이미지 부각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대권을 향한 보폭 넓히기에 돌입했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신 후 유학길에 올랐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재보선으로 금배지를 달고 민주당에 복당한데 이어 작년 10월 전당대회에서는 당대표 선거에 출마,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그러나 그동안 대선후보였다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정치적 입지가 좁아져 있었다. 4·27 재·보선 이후 그가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2007년 대선에 이어 이듬해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차출돼 출마했다가 패했다. 그 후 탈당을 감행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거센 비난과 함께 돌아와 2009년 재보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며 부활을 알렸지만 민주당에 복당하지 못하고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다.

화려한 복귀, 그러나…

그러나 작년 10월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2위로 선전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경험하면서 스스로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는 한편, 차근차근 ‘더 큰’ 미래를 준비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주도권을 잡으며 대세론을 형성한 손학규 대표를 넘기란 쉽지 않았다.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라는 큰 산을 격파하기란 그리 만만치가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4.27 재보궐 승리 이후 급상승한 손 대표의 지지율을 바라보는 정동영 최고위원은 대선 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정 최고위원은 ‘중도’적인 손 대표와의 차별화를  위해 ‘진보’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원내대표 경선에서 쇄신연대를 통한 세(勢) 규합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최고위원은 복지국가 담론과 야권단일정당 건설에 방점을 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인 그는 노동 현안과 관련한 대안을 찾고 현장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쌍용자동차 노동자 고(故) 강종완 씨의 노제에 참석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정 최고위원 측은 이에 대해 “복지를 다루는 데 노동 현안을 빼놓을 수 없고, 야권연대·통합을 위한 진보정당과의 입장 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학과 지역시민단체가 요청하는 복지 관련 강연에도 적극적이다.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해 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와 한미 FTA 비준안 반대라는 강경 노선을 탔다.

지난 16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는 “보편적 복지가 당의 새로운 이념이라면 이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한미 FTA 원안에 대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며 “김진표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 87명과 함께 6월에 닥쳐올 한미 FTA의 파고를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미리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 당내 강경론자 이미지를 굳히며 대권을 향해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다.

손학규 지지율 하락을 기회로

여기에 이른바 ‘분당대첩’을 승리로 이끈 ‘명장’ 손 대표가 휘청거리고 있다. 이때를 정 최고위원은 놓치지 않고 있다. 손학규 대표 지지율 11.3%대로 3주연속 하락하고 있다. 이유는 선제적 이슈 없고 ‘민생 진보’의 불분명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는 24일 “손 대표의 지지율은 재·보선 직후 14.3%였지만 한 달 만에 3% 포인트 떨어진 11.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 핵심 관계자는 “야당 대표는 잘 싸우고 선제적 이슈가 있어야 하는데 (손 대표는) 보여주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한·유럽연합(EU)자유무역협정(FTA) 처리 과정의 우유부단한 태도가 대표적이다.
차기 정권의 노선이 진보화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점차 많아진다는 측면에서 손 대표의 리더십을 꼬집는 의견도 있다.

비전 제시력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우스갯소리지만 ‘무대에 올라가서 곡명은 말했는데 아직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는 말마저 나온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인제·이회창 후보를 이긴 것은 명분이 세력을 앞선다는 증거”라면서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하겠다’는 손학규만의 명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조기 대세론은 대선 필패 구도”라는 견제론까지 제기되며 탄력 받은 야권 잠룡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손학규 대세론’이 잠시 주춤하고 있는 사이 가장 먼저 고개를 든 이는 다름 아닌 손 대표의 ‘최고 난적’ 정 최고위원이다 그는 견제와 반발 심리를 통한 입지 확대를 꾀할 것으로 분석된다.

험준한 산맥 ‘민심’으로 뚫어야

하지만 대권으로 가기 위한 정 최고위원이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최대 난적 손 대표 외에도 여·야 통틀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라는 험준한 산맥이 그의 앞을 가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심’을 사로잡아야 한다. 정치인에게 있어 민심을 거역한다는 것은  ‘대역죄’이기 때문이다.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탄탄한 정책과 동시에 실천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많은 정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역동적 복지국가 건설, 평화와 통일, 실질적 민주주의 실현, 노동문제 해결 등을 실현할 단일정당 건설을 목표로 삼았다. 실제로 이러한 현안들을 이미 행동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담대한 진보’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진보로 향해가고 있다. 중도개혁을 당헌에서 삭제했고, ‘보편적 복지’를 추가했다. 국민들이 진보를 요구하는 것에 부응해 확실하게 ‘좌회전’ 선언을 한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다시 정권을 잡기 위해선 ‘연합정치’와 ‘담대한 진보’로 가야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전부터 그는 줄기차게 ‘민주-진보 대통합론’을 주창하며, 진보정당에 끈질긴 구애작전을 펼쳤다. 이어 ‘야권통합 단일정당 논의기구’를 띄우기 위해 동분서주 움직이고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 5월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맞아 야권 단일 정당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며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에 가입했다.

‘국민의 명령’(대표 문성근)은 정파등록제를 통한 야권 단일정당을 만들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1:1 구도로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출범한 시민단체로 전국적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앞서 정 최고위원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5.18 정신인 ‘통합’을 실현하는 길은 야권단일정당을 통한 정권교체”라며 “백만민란의 운동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6.2 지방선거, 4.27 재보궐선거 등을 거치며 1:1구도는 필승한다는 교훈과 함께 선거만을 위한 연대의 한계를 절감했다”며 “연대를 뛰어넘는 연합이 필요하다. 그것이 곧 단일정당의 창당이다”고 강조했다.
또 “통합의 기본전제는 복지, 평화 등의 ‘가치’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야권단일정당으로 가야한다”고 덧붙엿다.

그래서일까. 정 최고위원이 철저하게 쇄신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하기 때문에 그동안 그에게 강한 불신을 가졌던 진보진영도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고 그가 제시하는 대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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