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신당’ 뜨나
‘충청권 신당’ 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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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심대평·이인제, ‘동상이몽’?

지난 5월 9일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의 대표직 사퇴로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들의 움직임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런데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치인의 생각은 각자의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동상이몽이다.

자난 5월 26일 자유선진당 변웅전 대표는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대표가 선진당에 복당하고 무소속 이인제 의원이 입당할 경우 언제든지 대표직에서 물러날 자세가 돼 있다”며 국민중심연합과의 무조건적인 합당 및 충청권 대통합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보수대연합’ 때가 아니다?

이회창 전 대표의 전격적인 대표직 사퇴 이후 지난 9일 대표로 선출된 뒤 대전을 첫 방문한 변웅전 대표는 이날 오전 대전 유성의 한 호텔에서 충청지역 신문·방송 편집·보도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이회창 전 총재가 당과 충청을 위해 희생을 감내하고 결단을 내린 진정성을 알아 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변웅전 대표는 “이 전 총재가 뒤에서 수렴청정을 하는 게 아니다”라며 “내 나이가 70인데 누구 말을 듣겠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변 대표는 “심 대표와 이 의원이 자유선진당에 오셔서 어색하면 나를 포함해서 3인이 공동대표를 하는 것도 괜찮다”며 “집단지도체제를 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고, 제3의 인물을 내세우는 것도 괜찮은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변 대표는 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과의 당 대 당 통합과 관련, “국회의원 16석과 1석이 당 대 당으로 통합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지만 무조건 합쳐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선진당은 당분간 당의 외연 확대에 전념해 내년 총선에서 50석을 만드는데 주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배석했던 임영호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오늘 말씀은 이회창 전 대표의 사퇴가 진정성 있는 희생을 감내한 결단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고 변 대표가 대표에 연연하지 않고 충청권의 대동단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피력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대표 측 한 측근은 “심 대표가 그동안 이 전 대표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한 적이 없었다”며 “변 대표가 오늘 좋은 말씀을 해줬고, 충청권 통합에 나서는 노력도 알지만 그런 부분에 대한 당내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선진당이 당내 절차와 과정을 거쳐 혁신을 가시화시켜주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19일 변웅전 자유선진당 신임 대표는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에게 양당 합당을 공식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심 대표는 “과거처럼 지역에 함몰되거나 선거만 의식한 이합집산은 안 된다”며 양당 합당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변 대표는 “충청도 어른들이 역정 내시기 전에 같이 손잡는 모습을 보이는 게 쇄신과 변화의 바람”이라며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합칩시다”고 했고, 심 대표는 “국민들 보기에 감동이 없다”고 제안을 일축했다.

심 대표는 지난 5월 20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선거 패권주의, 구시대적 정치의 폐해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념을 벗어나 국민을 중심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진당과의 당대당 통합보다 열린 통합을 강조했다.

심 대표는 “새로운 인물이나 새로운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정당이 필요하다”며 신당 창당에 무게를 실었다. 선진당과의 합당 전제조건에 대해 심 대표는 “새로운 정치가 중요하다”며 선진당이 어떤 제안을 해도 양당 간 합당은 없을 것이라는 속내를 내비쳤다.

또한 한나라당까지 아우르는 ‘보수대연합’에 대해서는 “지금 그런 논의를 할 때가 아니다”며 “보수와 진보의 이념으로 나누는 것은 적절치 못하고 ‘국민행복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길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회창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내가 그분에게 어떻게 하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며 “다만 대표직을 사퇴한 것이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결단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고 했다.

“헤쳐 모여 필요”

한편 이인제 의원도 심대평 대표가 제안한 신당 창당 의견에 힘을 실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11일 성명서를 통해 “기성정당이 대변하지 못하는 소외된 국민들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 건설을 심각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며 “새로운 정당은 기성정당과 확연히 다른 깃발을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한 사람을 중심으로 모이고 운영되는 정당은 낡은 유물“이라면서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대중정당을 관철해야 한다”고 덧불였다. 사실상 1인 체제로 운영돼 온 선진당과의 합당을 부정한 것이다.

이회창 전 대표의 사퇴로 자유선진당 내부 사정도 복잡해졌다. 이 전 대표와 다른 행보를 걸어 온 이상민 의원은 최근 “지금의 선진당으로는 안 된다. 충청권에 제3의 정치세력 구축을 위한 신당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5월 11일에는 이회창 전 대표를 배제하고 충청지역의 새로운 정치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원탁토론회도 열렸다. 이 자리에서 충청권에 제정파를 아우를 수 있는 신당 창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이 DCC에서 개최한 ‘충청, 새로운 정치의 주역이 될 수 있는가’라는 주제의 원탁토론회에서 충청권 신당에 대한 의견이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는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와 이인제 의원, 이태복 전 장관, 정우택 전 충북지사(한나라당), 고성국 박사 등이 참석했다.

이날 이상민 의원은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 물결을 갈망한다”며 “혐오와 좌절의 정치로부터 감동과 희망의 정치를 해야 하는 책무가 있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대평 대표는 “선진당을 중심으로는 충청권 힘을 모을 수가 없다”며 “이회창 대표와 손을 잡는다고 충청권이 하나로 갈 수 없다, 명분과 신념을 충청인에게 얘기해줘야 하고 그런 것이 새로운 정치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이어 “선진당이 왜 충청인의 사랑을 못 받았는지 반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미 2년 전 이런 구조와 체제를 가지고는 국민과 충청인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생각해 선진당을 떠났다”고 피력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고성국 박사는 “정치는 민심을 담는 그릇”이라며 “새로운 정치는 언제든지 주장할 수 있지만 변화된 민심을 읽고 그 그릇에 맞아야 성공한다”고 지적했다. 고 박사는 “2011년 대한민국 민심은 ‘변화’”라며 “기존 틀로는 안 되고 바꾸라는 게 민심이며 앞서나가는 정치인이라면 국민의 변화에 대한 욕구를 다 알고 그 욕구에 대답하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덧붙였다.

이태복 전 장관은 “자유선진당을 포함한 충청권 정치세력은 대체로 다른 지역의 정치행태를 그대로 따라가 차별성이 없다”며 “지역민을 볼모로 정치적 이익을 반영하려는 현실에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이 전 장관은 “이회창 대표가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는데 지난 지방선거 때도 후퇴한 적이 있다가 슬그머니 돌아왔다”며 “지역민 입장에서 보면 진정한 변화를 인식하고 철저히 목숨 던져 위기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노력 없는 정치적 꼼수로 볼 수 있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한나라당 소속 정우택 전 충북지사는 “한나라당의 정치쇄신이 성공하면 충청발 정계개편은 미약해 여야 1 대 1 구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실패하면 다자구도가 될 것”이라며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은 지역과 이념 중심에서 가치와 생활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 정치권은 무너진 중산층을 복원하고 서민들이 잃어버린 것을 채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제 의원은 “새로운 정치세력은 뚜렷한 대의명분을 내세워야 한다”며 “그 깃발아래 모일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참여하고 거기서 정치적 에너지를 태울 수 있는 새로운 그릇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가 끝난 뒤 이인제 의원은 “개방적 민주적 대중적 정당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상민 의원은 “자유선진당으로는 안 된다, 헤쳐 모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임영호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지금도 당이 두 개나 있는데 또 돈을 들여 무슨 신당을 만드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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