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의 2인자’ 이재오 특임장관의 행보가 심상찮다. 4·27 재보선과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의 연이은 패배로 충격에 빠졌던 이 장관이다. 정치권은 그가 ‘반격’을 위해 곧 특임장관직에서 물러나 여의도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 장관은 이 같은 관측에 단호히 선을 그었다.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였던 당권경쟁에서도 한발 물러섰다. 예측 불가능한 그의 발길이 닿는 곳은 어디일까.
이재오 특임장관이 7월 4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불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권전쟁 ‘안녕~’
이 장관의 한 측근은 지난 23일 “(이 장관의) 당 복귀와 지도부 경선 출마를 연관 짓지 말아야한다”며 “장관직을 그만두고 국회의원으로 당으로 돌아가는 것은 지도부 경선 출마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7월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일축했다.
그는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한 당헌·당규를 개정한다면 이 장관이 대표 경선에 나설 수 있지 않겠냐는 정치권의 관측에 대해서도 “비대위 결정과 상관없이 지도부 경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당 일각에서 제기됐던 “당에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이들, 박근혜 전 대표와 이 장관 등이 모두 전당대회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무위에 그치게 됐다.
박 전 대표도 당헌·당규 개정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대 출마에 선을 그었고, 소장파의 반란을 주도하고 있는 정두언 의원까지 불출마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7월 전대는 계파별 대리전으로 펼쳐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장관의 향후 정치 행보는 여전히 정치권의 관심사다. 4·27 재보선 패배 후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 된데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중립·소장파와 친박계, 이상득계의 연합에 뒤통수를 맞기는 했으나 60여 명의 이재오계 인사들의 결집력을 강하게 하는 ‘반작용’도 낳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확고한 당내 지지기반과 친이계의 중추격인 이 장관의 정치적 위상이 더해지면서 당 안팎에 ‘이재오 역할론’은 사그라지지 않은 상태다.
정치권은 이 장관이 조만간 당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장관의 측근들이 입을 모아 “당 복귀”를 외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중 한 인사는 “이 장관의 장관직 사퇴는 시기의 문제일 뿐, 당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당 복귀 시기 등에는 신중한 태도를 잃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크다. 비주류의 반란이라고 칭해지는 원내대표 경선 이후 7월 전대까지 당 쇄신 작업이 진행될 것이며 전대 결과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측근은 이 장관의 당 복귀시기에 대해 “쇄신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데 당으로 복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당분간 특임장관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도 최근 자신이 특임장관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말이 파다해지자 “이미 사퇴의사가 없다고 했는데 왜 이런 기사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특임장관 사퇴설을 일축했다. 실제 이 장관은 지난 17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주례보고를 하는 자리에서도 사의를 표명하지 않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이 장관이 물러나는 것은 ‘불명예제대’를 하는 것”이라며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움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이 장관은 어떻게 여의도 정치권으로 돌아올까. 이 장관의 당 복귀와 관련, 측근들 사이에는 ‘토의종군’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지난 2008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갈등이 심해지자 정치모임 ‘국가발전전략연구회’를 해체하고 토의종군을 선언했던 것처럼, 다시 한 번 이 장관이 토의종군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그가 당으로 복귀하더라도 정치 전면에 나서기보다 조용한 물밑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측근들도 “이 장관이 당에 복귀하면 당 화합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낮은 자세로 임할 것”이라며 “지역구를 중심으로 조용한 활동을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2008년과는 다른 점이 있다. 당시에는 정치모임을 해체하고 몸을 낮췄지만, 이번에는 ‘함께 내일로’가 당내에 단단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오계를 주축으로 하는 ‘함께 내일로’는 “해체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지만 결국 모임을 유지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들은 지난 18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전체 회원 60여 명 중 20명이 모인 가운데 조찬을 갖고 “우리는 앞으로 당당히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하고, 대한민국이 나아가도록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안경률 의원은 “함께 내일로의 역사적 과제, 국민적과제는 남아 있다”고 했으며, 심재철 의원도 “이 모임을 그만두자는 결정을 내린 적도 없는데 일부의 예측성·추측성 발언이 보도가 됐다”며 “순수한 연구모임인 만큼 굳이 해체할 필요도 없고, 정 해체를 원하는 사람은 본인이 모임에서 나가서 활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다”고 맗T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장관의 당 복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친이계의 구심점이 돼 움직이는 ‘이재오 역할론’에 힘을 실어줄 지원군을 마련했다는 것.
또한 이 장관이 당권에 거리를 두면서 ‘킹메이커’보다 ‘킹’이 되는 것으로 무게추를 옮기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재오 역할론’ 무엇?
정치전문가들은 “이 장관이 당으로 복귀할 경우 친이, 친박, 소장파 사이에서 다른 계파들을 견제하며 친이계의 결집을 유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 장관은 친이계 인사 중 친박계에 맞설 당내 조직력을 가진 유일한 차기 대선주자급 인물인 만큼 박 전 대표의 독주체제에 친이계 대표주자로 나서 제동을 걸 수도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 파다하다.
이 장관의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있는 설들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그가 찾을 새로운 활로가 무엇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