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 ‘영세상인 쫓아내기’ 상생은 없다?
롯데월드, ‘영세상인 쫓아내기’ 상생은 없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인들 “롯데월드, 임대차 계약 만료되자 무조건 계약해지 통보”

지하상가 상인들 “롯데월드, 임대차 계약 만료되자 무조건 계약해지 통보”
롯데월드 2008년 재계약 당시 작성한 ‘제소전 화해’로 상인들 발목 잡아
상인들, “해지강행 생계권을 박탈 할 때는 ‘제2 용산참사’ 일어날 것”
롯데월드 “계약해지와 제소전 화해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진행한 것”

5월 24일 롯데월드,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일명 ‘롯데타운’이라고 불리는 서울시 송파구 잠실역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롯데월드비상대책위원회 소속 20여명의 상인들은 이날 “롯데월드는 부당한 계약해지 중단하라”라고 외쳤다.

이들이 기자회견을 하게 된 이유는 (주)롯데호텔 롯데월드(롯데월드)가 지난해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자 리모델링 후 수수료 매장을 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퇴점을 하라고 강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난 2008년 롯데월드가 상가와 임대차 계약을 맺을 당시 ‘제소전 화해’를 맺었다는게 논란의 대상이 됐다.

지난 2003년 점포 한칸을 임차해 식당을 운영해온 안모씨는 지난 5월 2일 아침 출근해 보니 청청벽력같은 일을 겪었다. 집기며 도구들이 싹다 치워졌고 냉장고 탁자같은 것들이 물류창고로 다 옮겨진 것이다. 롯데월드에 대한 법원의 강제집행 정지 결정문이 나올 예정이었던 당일 새벽에 롯데월드가 발빠르게 점포를 철거했다. 이 때문에 갈 곳 없는 안씨는 바로 옆 가게에 종업원으로 취업해서 생활하고 있다.

롯데월드, 지하상가 비우기 나서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롯데월드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사이의 지하1층 연결통로에 위치해 있으며, 입점 상인들 대부분은 20여 년 동안 이곳에서 영업을 해온 상인들이다. 그런데 롯데월드가 상인들과 임대차 계약을 맺지 않고 수수료 매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상인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일이 벌어진 이유는 롯데월드가 지하상가 총 971평을 리모델링해 롯데쇼핑측에 임대할 계획이라며 지하상가를 비우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는 올 1월초 경영전략회의에서 점포별 확장, 리모델링 방안을 확정했다. 전국 주요 매장들의 점포면적을 확대해 매장과 편의시설을 늘림으로써 기존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인데, 여기에 롯데백화점 잠실점도 포함됐다.

2008년 호텔롯데로부터 롯데월드 1,2층 상가 운영권을 넘겨받은 데 이어 지하상가 매장 운영권도 추가로 확보해 기존 백화점 매장과의 통합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직선거리 130m에 달하는 초대형 매장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롯데백화점 잠실점 리모델링 구상의 핵심이다.

이에따라 롯데월드측은 상인들을 내보내기 위해 ‘제소전 화해’를 들고 나왔다. ‘제소전 화해’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합의내용으로 판사로부터 공증을 받아 강력한 법적효과를 가지고 있다. 부동산임대차계약의 경우 제소전 화해를 걸어놓으면 나중에 임대차 계약이 해지 또는 종료 됐었을 때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부동산을 인도하지 않은 경우 소송 없이 바로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이다.

롯데월드측은 지난 2008년 상인들과 계약할 당시 ‘제소전 화해’도 같이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상인들은 ‘제소전 화해’에 대해 법원에 무효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3일, 지하 1층에서 10년 동안 장사를 해온 식당이 강제집행을 당하면서, 입점 상인들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20년 넘게 지하상가에서 식당을 운영해온 김모씨는 “20년 넘게 이곳에서 일해왔는데 2008년도부터 제소전 화해라는 것을 이용해서 반사기적인 계약을 강행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만약에 나간다더라고 대체점포를 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 높였다.

“롯데월드, 지정업체에 인테리어 강요해”

김씨는 롯데월드의 횡포는 이뿐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소규모 점포 인테리어하는데도 관련해 롯데월드가 지정하는 업체와 인테리어를 맺도록 강요했다고 한다. 김씨는 “12평 가게를 리모델링하면 8천만원이라는 거액의 돈이 들어간다”며 “만약 인테리어를 하지 않은 경우 롯데월드측에서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경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상인은 “제소전 화해는 난생처음 들어본 얘기였고 당시 롯데임대관리자도 모르는 얘기를 우리가 어떻게 아냐”며 “대한민국에서 제소전 화해를 작성하고 임대업을 하는 임대업자가 얼마나 있냐”고 반문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월드비상대책위는 “롯데월드가 지난 1989년부터 점포당 월 3만원을 지난해까지 거둬들인 광고 선전비 대부분은 롯데월드의 일방적인 판촉활동의 자료일 뿐 홍보 내용이나 비용부담 등에 대해 사전에 아무런 협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롯데측은 롯데월드 1~2층 상인들과도 분란이 있었다. 롯데그룹의 롯데쇼핑도 지난 2009년 말 잠실 롯데월드쇼핑몰 1~2층에 세 들어 있는 입점 상인들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 법정다툼이 벌어졌다. 결국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웠지만, 결국 입점상인들의 강한 반발로 지난 4월 초 ‘소송 중 조정’을 통해 보상을 주는 선에서 사건이 일단락 됐다.

하지만 지상 1,2층 상인들에게는 일정금액의 보상금을 주고 매장을 회수했지만 아직 운영권이 넘어가지 않은 지하상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대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단지 무효소송을 건 상태라서 롯데측이 법원의 판결이 나기 전에는 손을 대지 못하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롯데월드, 매출 오르자 퇴점 강요”

롯데월드비상대책위는 탄원서를 통해 자신들의 아픔을 털어났다. 비상대책위는 “롯데월드 지하 입점 상인들은 20여년이 넘게  롯데월드에서 매장을 운영해 오면서 대기업도 힘들다는 IMF와 경기침체를 겪었다. 특히 지난 6년 사이 잠실주변 아파트들의 재개발이 시작되어 주변 입주민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그나마 근거리의 고객들도 모두 떨어져 심각한 매출 타격을 입기도 했다”고 전했다.

비상대책위에 따르면 2006년도 롯데월드에선 놀이기구를 이용하던 고객이 사망하는 사건으로 인해 2007년 1월부터 그해 7월까지 롯데월드는 6개월간 공사를 진행하였고 하루하루 벌어 사는 상인들의 입장에서는 생사의 기로에 놓이기도 했다.

비상대책위는 “이런 상황에서도 업주들은 연체하면 높은 이자를 물리는 임대료를 꼬박꼬박 롯데 측에 내면서 하루, 하루를 버텨왔다”며 “그동안 몇 몇 업체들은 매출보다 임대료가 더 비싼, 소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자진하여 퇴점을 희망하였으나 롯데 측에서는 재개발과 공사가 끝나면 매상이 오를 것이라며 업주들을 붙잡는 상황까지 이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지금 잠실 주변 아파트의 재개발이 마무리 되고 입주민들이 들어오면서 조금씩 매출이 오르기 시작하자 롯데월드측은 말을 바꿔 입점 업주인 저희들에게 리뉴얼 후 직영을 한다고 퇴점을 강요하고 있다”며 “롯데월드에 입점해서 약자라는 이유로 받은 여러 부당한 대우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생계를 걸고 어려운 고비를 함께 넘긴 협력업체들에게 대기업 롯데는 상도의는 고사하고 인권조차 유린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인들 “대체매장 달라”

이에 비상대책위는 롯데월드측에 대체매장을 요구했다. 롯데월드비상대책위는 “롯데월드에 리모델링공사를 막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동일한 상권에서 매장을 운영하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밝혔다. 또한 매장을 철수함에 있어 발생하는 경제적인 보상도 요구하고 있다.

롯데월드 한 지하상인은 “롯데월드는 지금이라도 20여개 점포에 대한 일방적인 계약해지와 제소전화해를 취소하고 입점한 상인들과 새로운 컨셉과 리뉴얼 흑막의 계획을 공개하고 협의해야 한다”며 “만약 그렇지 않고 협의 없이 법적 진행과 해지강행으로 생계권을 박탈 할 때는 제2의 용산참사가 일어날 우려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반면 롯데월드측은 “계약해지와 제소전 화해는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서 진행된 것”이라며“현재 무효소송이 진행 중이라 특별하게 말할게 없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