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터미널 분리매각 가닥…대한통운 인수전 ‘급물살’
포스코-CJ 인수의지 최고조 2파전 양상…롯데 시큰둥
대한통운 노조 CJ 반대…시너지 효과도 포스코가 13배
CJ, “대한통운 노조 반대, 당장으로서는 말하기 어려워”
대한통운 대주주인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 등 자회사 3곳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되팔기로 결정함에 따라 대한통운의 매각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이에따라 대한통운 인수전은 사실상 포스크와 CJ의 2파전으로 압축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CJ는 이재현 회장의 인수의지가 확고함에도 불구하고 대한통운 노조의 반대와 인수자금 마련의 어려움, 인수시 그에 따른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인수전에 불리한 형국을 띄고 있다.
6월 14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대한통운 대주주인 대우건설,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 아시아나 공항개발, 아스항공 등 대한통운 자회사 3곳을 금호아시아나 그룹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지난 2009년 금호그룹이 유동성 문제로 대한통운에 매각했던 3개 자회사를 2년만에 되찾게 됐다.
이들 자회사의 정확한 매각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난 2009년 당시 금호터미널 2200억원, 아스항공 240억원, 아시아나 공항개발 55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통운 매각작업의 최대 쟁점이었던 금호터미널이 분리 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넘어가면서 대한통운의 매각작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이런가운데 강력한 인수후보로 꼽혔던 롯데는 시큰둥한 입장으로 선회했고 포스코와 CJ는 여전이 강한 인수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재현 CJ회장의 강력한 인수의지
CJ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대한통운을 반드시 잡아라’라는 특명을 인수추진팀에 내릴만큼 적극적이다. 이를 통해 CJ GLS가 이끌고 있는 물류사업 부문을 '아시아 톱'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최근 이관훈 CJ주식회사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대한통운을 인수한 뒤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키워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 이재현 그룹 회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물류 인프라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고, 시너지창출이 가능한 전문물류기업에서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것이 국가 물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통운의 인프라에 CJ GLS의 공급망 관리 역량을 결합하고, IT 및 첨단 물류 인프라에 지속 투자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충하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수 있고 물류비용을 절감해 국가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대한통운과 CJ GLS는 같은 물류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사업 특성,주력 사업, 고객군 등에서 각각 강점이 다른 회사여서 양사를 통합하면 최고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포스코 역시 해외사업 확대 등에 따라 물류의 중요성이 확대되면서 초지일관 대한통운 인수에 강한 의지를 비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5월 13일, 이사회를 열고 대한통운 주식 인수를 위한 최종입찰에 참여키로 결정했다. 지난 3월 매각 주체인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뒤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인수 자금을 전액 자체 조달하겠다는 뜻을 피력하는 등 강한 인수 의지를 재확인했다.
포스코측은 “세계 각지에서 해외 사업장을 구축하고 있으며 대한통운과의 동반 진출을 통해 필수 요건인 물류시스템 거점에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수기업이 최종 결정되기 전부터 두 기업에 대한 대한통운 노조의 반응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조 “CJ 무리수 둔다면 결사 저지할 것”
특히 대한통운 노조는 CJ인수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내보인 상태다. 대한통운이 분리 매각키로 결정한 데다 대한통운 노조가 포스코를 인수 상대자로 적합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대한통운 인수전이 최초 구도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대한통운 직원들과 노조는 기존 사업영역에서 중복 없는 포스코가 최종 인수자로 결정되길 바라고 있다. 현재의 기업 틀을 크게 훼손시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 하지만 롯데와 CJ그룹이 최종 인수자로 낙점될 경우 이들 기업이 노조와의 관계가 쉽지많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한통운 노조가 포스코의 인수를 바라는 배경엔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도 일부 반영됐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미 물류회사를 갖고 있는 CJ에 비해 물류회사를 갖고 있지 않은 포스코의 고용 보장 여건이 더 나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차진철 대한통운 노조위원장은 지난 5월 25일, 물류전문지인 데일리로그와의 인터뷰에서 “대한통운을 인수할 적격업체는 P사”라며 “만약 C그룹이 당사를 인수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결사 저지할 것은 물론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것”고 언급했다. 이니셜로 표기했지만 누가 봐도 포스코와 CJ의 명칭을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또한, 인터뷰에 따르면 차 위원장은 “P사는 세계 철강시장을 선도하는 토종업체로서 글로벌 물류기업으로의 기치를 내건 대한통운에 더없이 훌륭한 파트너”라며 “지난 4월 노조의 최고 의결기관이자 전 조합원이 참여한 전국 대의원대회에서도 만장일치로 이런 뜻을 확인해 그룹과 채권단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차 위원장에 따르면 최근 모든 조합원을 대상으로 회사 인수 적격업체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조합원이 대한통운을 세계 무대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물류기업으로서 한단계 성장 및 발전시킬 수 있을만큼 충분한 투자능력과 책임감이 있는 포스코를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그는 “포스코 측에 전 조합원을 대표해 정당한 가격으로 당사를 인수해줄 것을 요구한다”며 “그룹과 회사의 동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전 조합원을 대표해 약속한다”고 밝혔다.
CJ 인수자금 어떻게 하나?
CJ의 경우 어려움은 자금면에서도 들어나고 있다. CJ그룹은 대한통운 인수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CJ는 현재 1조 5000억~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대한통운 자금마련을 위해 우리은행과 농협에 은행차입을 요청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CJ가 우리은행과 농협을 상대로 은행차입을 검토 중이다"라고 전했다.
CJ는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할 것임을 언급한 바 있으나 일각에서는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대한통운 인수에 참여한 포스코와 롯데의 경우 자체자금과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은행차입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CJ는 상대적으로 자금사정이 열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시장에서는 CJ의 삼성생명 주식 매각을 인수자금 마련의 열쇠로 지목해 왔다. CJ와 CJ제일제당은 각각 3.2%(639만주)와 2.3%(459만주)의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각 예상가격은 약 1조원 정도다.
매출증가 효과 포스코가 13배 높아
또한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도 CJ에게는 불리하게 나왔다. 한국투자증권은 6월 2일 대한통운이 포스코에 인수합병될 때 매출증가 효과가 CJ에 인수될 때보다 13배 가량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임정환 연구원과 공동작성한 보고서에서 “대한통운이 포스코, 롯데, CJ 중 어느 그룹에 인수되더라도 그룹 물류수요를 넘겨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한통운에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대한통운 입장에서 수혜 우선순위를 매겨보면 포스코에 인수될 때 매출증가 잠재력이 가장 크고 그 다음으로 롯데, CJ 순”이라며 “대한통운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포스코에 인수될 때 181%로 가장 크고 롯데에 인수될 때는 117%, CJ에 인수될 때는 14%씩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물류가 발생하는 포스코 계열사들의 지난해 매출 합계는 62조원으로 물류비는 5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이 중 대한통운이 넘겨받을 수 있는 물류 수요는 3조80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3조8000억원은 지난해 대한통운 매출액 2조977억원의 1.8배에 달한다”며 “현재 포스코그룹은 물류를 3자 물류업체에 위탁하고 있어 대한통운 인수시 그룹 물류수요의 대부분을 대한통운에 넘겨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CJ는 다른 두 그룹보다 물류수요가 적은 데다 물류회사인 CJ GLS를 가지고 있어 대한통운의 외형성장 관점에서 보면 인수후보로서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포스코가 인수한다고 가정할 때 대한통운의 주가수익비율(PER)은 5.3배이지만 롯데가 인수할 때 PER은 6.6배, CJ가 인수할 때는 11.1배”라며 “누구에게 인수되느냐에 따라 주가상승 잠재력도 달라진다”고 전망했다.
CJ, "자금 차입 결정한 거 아냐"
반면 CJ는 이러한 상황과 노조의 입장에 말을 아끼고 있다. CJ는 노조의 반대에 대해 “아직까지 생각할 단계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CJ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인수자가 결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뭐라고 말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다”고 답했다.
자금 차입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설이 돌고 있지만 차입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며 “현재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시너지효과가 포스코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우리도 시너지 효과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계획을 갖고 있다”며 덧붙였다.
한편 시장에선 금호터미널 등 3개 자회사를 뺀 대한통운 매각가를 1조2000억~1조7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한통운 매각주간사들은 6월 13일 본입찰 안내서를 포스코 롯데 CJ그룹 등 예비입찰에 참여한 대기업 3곳에 발송했다. 이달말 본입찰을 실시한 후 빠르면 다음달초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