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매각 ‘오리무중’
우리금융 매각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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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공룡’ 삼켰다가 덜컥 배탈난다~

산은금융지주의 우리금융인수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금융권의 인수합병 판도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지난 14일 우리금융 입찰에서 강력하게 인수를 원했던 산은금융지주를 제외하겠다고 밝히면서 예상하기 힘든 구도가 펼쳐지게 됐기 때문이다. 강만수 산업은행장도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는 정부와 협의했던 사안이지 단독으로 추진했던 것이 아니었다”며 사실상 정부 입장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B, 신한,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인수의 유력 후보로 꼽히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산은지주는 배제시키더라도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은 열어두기 위해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소유할 때 취득해야 하는 지분을 최소 95%에서 50%로 낮추는 내용으로 금융지주사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통해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이 결정되어야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할 수 있지만, 정부가 보유한 우리금융지분 57%만 인수하거나 그 이하까지 낮추게 된다면 KB금융, 신한,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해볼만한 M&A다”고 전했다.

무너진 킹만수의 ‘메가뱅크 꿈’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은 취임 이후 매물로 나온 우리금융을 인수를 통해 이른바 메가뱅크를 만들겠다며 인수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14일 김석동 금융 위원장이 반대 입장을 선언하면서 강 회장의 메가뱅크 구상은 일장춘몽으로 끝나게 됐다.

강 회장과 김 금융위원장은 외환위기 시절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에서 각각 차관과 외화자금과장으로 일하며 돈독한 전우애를 다진 사이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우리금융 매각 과정에서 산은금융을 배제키로 한 것은 ‘산은+우리금융’이라는 '메가뱅크'에 대한 금융권 및 정치권의 거센 반발이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우리금융 매각 작업이 재추진되면서 산은지주가 강력한 인수후보로 떠오르자, 금융권과 정치권에서는 특혜의혹 및 관치금융 폐해와 ‘메가뱅크론’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기했다.

여기에 금융위가 추진하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은 산은지주특혜 의혹을 더욱 확대시켰다.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자회사로 두려면 지분을 95% 이상 확보해야 하지만 우리금융처럼 공적자금이 투입된 경우는 이를 50%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하는 시행령이 사실상 산은을 염두에 둔 시나리오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금융위는 일단 산은지주가 배제된 우리금융의 민영화 작업은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우리금융을 민영화 하는 것이 우리나라 금융산업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는 중차대한 과제라는 변함없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금융 매각절차를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유력한 인수후보 ‘KB금융’

산은지주가 빠진 인수전에 나설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 1순위는 KB금융지주 어윤대 회장이다. 어 회장은 15일 우리금융 인수 참여 의사가 없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KB+우리’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 되고 있는 상태다. 

‘메가뱅크론자’인 어 회장은 취임 초기 “우리금융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말한데다 KB금융은 자금력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다.
KB금융은 1분기 말 기준으로 보유현금 5000억원에 은행이 보유한 자사주(9,05%)가치만 해도 2조 원가량을 가지고 있다. 우리금융에서 회수해야 할 공적자금이 7조2000억 원이지만 현주가로 보면 매각 가격은 낮은 편이기에 자금력이 좋은 KB금융에 유리하게 된다.

그러나 인수전 참여에는 장애물들도 많다. 대표적인 ‘MB맨’인 어윤대 회장이 강만수 산은 지주 회장에 이어 메가뱅크를 추진한다는 금융, 정치계의 비판여론이 거셀 것이다. 또 산은 노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규모인 국민은행 노조가 반대할 것이 분명해 어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KB노조는 지난달 말부터 “어 회장이 우리금융 매각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자택 앞 1인 시위 등을 통해 압박하고 있다.

하나·신한의 움직임은

하나금융에 대해서는 김승유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될 경우 차선책으로 우리금융에 인수로 방향을 돌릴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승유 회장은 15일 하나금융지주 드림소사이어티 행사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인수 참여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하나금융이 지난해 말 외환은행 인수 의사를 밝히기 전까지는 가장 유력한 우리금융 인수후보군으로 꼽혔던 만큼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또 16일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가 서울고법에서 열린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 관련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양벌규정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하면서 사실상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불투명해졌다.
론스타를 둘러싼 법정공방은 적어도 1~2년이 넘는 장기전을 피할 수 없게 되면서 론스타와 하나금융이 예정하고 있는 재계약 기간인 6개월을 넘길 가능성이 커진 것. 하나금융으로서는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차입한 수조원을 지닌 채 언제 끝날게 될지 모르는 법적 판단을 기다리기에는 버거운 상황에 부닥쳤다. 

금융권에서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가 불발될 경우에 대비한 차선책이 필요한 만큼 우리금융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우리금융 최소 입찰금액을 30% 낮췄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마련한 4조 9000억원이면 우리금융 시가총액의 30%인 3조 1800억원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줄 수 있다.  

한편 신한지주도 인수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이 현재 신한지주 부채가 6조 5000억원 정도 있어 새로운 은행 인수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재무적으로 어렵다고 밝힌바 있어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신 한 회장은 최근 “비은행계열사(보험, 생명) 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라면서 “점유율 6~7% 정도인 보험은 금융그룹 위상에 걸맞지 않으며, 증권 부문도 키워야 한다"며 비은행부분 M&A의사를 내비쳤다.

본격적인 ‘눈치’싸움 시작되나

우리금융 민영화 인수의향서(LOI) 접수 마감은 이달 29일까지다. 정부는 인수전 흥행을 위해 KB금융, 하나금융 등 유력한 후보군의 참여를 원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KB금융 어 회장이나 하나금융 김 회장은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석동 위원장은 이에 대해 “(우리금융의) 몸값이 올라갈까봐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통상적인 M&A가 그랬듯 KB금융이나 하나금융 등 금융지주사들이 지금까지의 태도를 바꿔 우리금융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 수 있다는 예상도 적지 않다. 자산 300조원 규모의 우리금융을 인수하면 외형적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되는 만큼 견제차원에서라도 인수 타당성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우리금융 민영화를 둘러싸고 유력후보들이 산은금융이 배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인수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두 곳 이상이 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아 유효경쟁 요건 미비로 매각 절차가 무산된 뒤 서서히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MB맨’들의 본격적인 눈치싸움이 시작됐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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