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들의 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불붙기 시작한 진보진영의 통합논의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소통합’을 시작으로 국민참여당과 창조한국당, 민주당까지 포함하는 ‘야5당 대통합’이라는 큰그림까지 다양한 청사진을 그려내고 있다. 이 와중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주요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진보진영의 통합에 많은 이들이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궤도에 오른 것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진보통합’ 정도다.
진보통합 논의는 활발, 성과는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지난 1일 9월까지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목표로 정책합의문에 합의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김영훈 민주노총위원장 등 12개 당·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를 통해 극적으로 새 통합정당 정책에 대한 합의문을 채택한 것이다.
이어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각각 18∼19일과 26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합의문을 추인키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합의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 한 모양새가 됐다. 진보신당이 ‘발끈’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전당대회에서 합의문 추인 가능성이 있었던 진보신당이 최근 당내 반발 기류가 생기면서 ‘진보통합’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이정희 민노당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묘한’ 관계다. 유 대표는 4월 김해 재보선 패배 후 한 달여 만에 대외 행보를 재개했다. 그 첫 방문지는 민노당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민노총이었다.
6.10 민주화운동 24주년인 지난 10일에도 유 대표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촛불시위에 참석, 이정희 대표와 촛불을 드는 등 최근 들어 4차례 회동을 했다.
진보통합, 참여당의 참여 여부는
또한 지난 7일 유 대표가 당 홈페이지를 통해 “새로운 진보신당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고, 같은 날 이 대표가 “과거를 묻지 않겠다, 진지한 논의를 하겠다” 발언으로 ‘화답’하는 모양새가 됐다.
정치권은 민노당과 참여당의 합당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으며 이들을 주목했다. 야권의 통합 논의에 선을 그어왔던 유 대표가 지난 4월 재보선 후 민노당과의 통합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달 말에는 민노당과 참여당이 선통합키로 했으며, 이 대표와 유 대표가 만나 두 당의 통합 문제에 대한 조율을 끝냈다는 ‘민노당-참여당 합당설’이 제기된 바도 있다.
‘약혼을 하고 양가부모의 허락을 받으러 갔는데, 다른 쪽을 또 만나고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꼴’에 처한 진보신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조승수 대표는 이 대표를 향해 “결혼날짜까지 잡고 바람피우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다음날에는 유 대표에게 “부부가 재결합하려는 데 유랑극단 3류 가수가 추파를 던져 불편하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조 대표는 지난 14일 “참여당은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에 이미 참여 신청서를 냈고 각 당의 내부 절차를 거친 뒤 참여당 합류 문제를 함께 논의키로 했다”며 “그런데 유 대표가 이 미묘한 시기에 이 대표와 주고 받기성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것이 진보정당의 통합을 사실상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유 대표가 이렇게 나서는 것은) 진보정당 통합을 도와주는 자세도 아니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날을 세웠다.
정가 일각에서는 참여당이 지난 4월 진보통합연석회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한데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이 마무리 된 후 연석회의 차원에서 이를 공식 논의키로 했다는 점에서 진보신당의 반응이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합의문 추인 여부가 결정될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민노당은 진보신당에 더 이상의 자극이 가해지는 것은 피하고 보자는 반응이다.
“유시민 자중해달라”
김성진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유 대표에게 “자중해달라”고 했다. 그는 “참여당과의 통합에 대해 민노당은 어떠한 논의도 해본 적도, 정리된 입장도 없다”면서 “지금은 때가 아니며, 조금만 자중해 달라”고 했다.
또한 이 대표와 유 대표의 대담집 ‘미래의 진보’ 출판기념회를 연기한데 이어, 출판 시기도 진보신당 전당대회(26일) 이후로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순식간에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린 유 대표는 “민노당과 참여당의 통합에 대해 ‘이정희-유시민의 과속스캔들’, ‘밀월’이라는 표현하고 있지만 오히려 언론이 ‘과속’하고 있는 것 같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지난 12일 자신의 팬클럽 ‘시민광장’의 체육대회에서 ‘진보적 대중정당 건설’과 관련, “민노당 뿐만 아니라 진보신당의 정치인 또는 관계자들, 그리고 정당에 있지 않은 분들까지 오랫동안 만나보고 대화했다”며 “지난해 6·2지방선거 당시 5+4 연대회의에 참여했던 분들과 이런 식으로는 2012년 선거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어렵겠다는 공감이 이루어져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많이 진도를 나간 것은 아니고 진보정당들과 상의해서 서로 마음을 맞출 수 있으면 함께 모임을 도모하는 게 좋을지에 대해 얘기가 오가고 있다”면서 참여당이 참여하는 진보대통합에 대해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먼저 민노당과 진보신당 등 기존의 진보정당들이 선택을 해야 할 것 같다”며 “길면 두 달 반, 짧으면 두 달 정도 안에 어떻게 될지 결정이 날 것”으로 내다봤다.
진보통합 논의는 오는 26일 진보신당 전당대회를 거치며 자연스레 다음 ‘방향’을 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참여당 통합 논의는
한편, 정치권은 “유 대표가 ‘불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탓에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합당 논의가 험로를 걷고 있다”며 “전당대회에서 갈 길마저 잃게 되면 민노당과 참여당의 합당 논의도 표류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이렇게 된다면 일각에서 제기되 온 민주당과의 통합 논의가 다시 불붙을 수 있다”며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건 유 대표는 한동안 통합 논의의 ‘변수’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