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전산사고 이후 또다시 NH투자증권에서도 ‘전산사고’ 발생
검찰 수사 발표에 맞춰 전산보안 강화대책 마련했지만 ‘헛손질’
최원병 회장 “사과는 하지만 비상근직이라 책임 질 일은 없다”
전국농협노조, “ 최 회장 리더십 부재와 무책임이 주요한 원인”

특히 지난 전산사고 이후 보안 강화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힌 이후에도 계열사인 NH투자증권에서도 잇따라 보안사고가 발생하면서 농협의 신뢰도는 큰 타격을 입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농협 직원들의 비리도 끊이지 않고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농협 노동조합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최원병 농협 회장의 리더싶 부재와 책임감 없는 태도가 연이은 위기사태를 일으킨 원동력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농협은 5월 3일 전산 장애관련 검찰수사 결과 발표에 맞춰 보안 강화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오는 2015년까지 보안시스템과 첨단 방화벽을 갖춘 정보기술(IT)센터 신축과 최신시스템 설치에 4000억원, 비상사태에 대비한 백업 및 재해복구시스템 확대에 930억원, 기타 기반시설 확충에 170억원 등 총 5100억원을 투자키로 한 것이 골자다.
5100억 들여 보안대책 마련
또 최고정보보호책임자(CSO)를 운용하고 ‘IT통합관제센터’를 신설해 IT인프라에 대한 상시 감시체제를 강화하는 등 보안관련 조직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추진 중인 사업구조 개편관련 IT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금융·경제지주, 은행, 보험 등을 포함한 농협 IT시스템 운영 전략을 수립해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IT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와함께 정보보안전문업체인 안철수연구소의 컨설팅을 통해 보안시스템을 재구축하고, 보안서버 접속에 생체(지문)인식기능 적용, 보조기억매체 사용 통제, 내부 통제시스템 정비 등 정보보호 관리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 발표해도 불구하고 우려하던 전산사고는 또 터지고 말았다. NH투자증권은 지난 6월 16일 발생한 HTS 고객 매매 거래 내역 실시간 유출 사고 조사 중 이와 유사한 사고가 2일에도 발생한 사실을 발견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일 오전 8시40분부터 약 30분간 시세조회용 HTS 창에 계좌번호와 고객명, 체결종목, 수량, 단가 등 회원들의 거래정보가 그대로 노출됐다. 지난 16일에도 장 시작(오전 9시)부터 장 마감(오후 3시)까지 거래정보가 같은 방법으로 노출됐다.
지난 2일과 16일 이틀에 걸쳐 유출된 총 계좌 수는 주식 5284계좌, 선물옵션 224계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 동안 시세조회용 HTS에 접속한 준회원들은 다른 고객의 거래정보를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었던 셈이다.
NH투자증권 측은 사고의 원인이 직원의 단순 실수에 의한 전산 프로그램 오류이며 해킹이나 전산사고의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전산 직원이 체결통보 프로그램을 잘못 입력했다”며 “유출된 정보는 HTS에 저장되지 않으며 금전적인 피해 사례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시 노출된 화면이 캡처돼 인터넷상에서 유포되고 있어 2차 정보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보안불감증’ 농협
이 때문에 지난 4월 전산장애로 모든 거래가 중지됐던 최악의 '전산 대란'에 이어 계열사인 NH투자증권에서도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서 농협의 대외 신뢰도는 큰 타격을 입었다. 금융권 전문가들과 이용자들은 NH금융지주의 설립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농협이 지금처럼 만성적인 ‘보안불감증’에 걸린 상황에서 금융지주로의 전환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사실 농협은 부실 보안은 여기서 그치치 않는다. 내부직원의 횡령, 비리 등의 금융사고도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터져온 고질적인 병폐다. 6월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경남 남해의 모 지역농협의 여직원이 공금 4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이 여직원은 신용카드 대출금을 갚기 위해 자신이 구입한 12개의 대포통장에 총 4억3920만원을 이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은 지난달에도 중앙회 본점 직원이 두 달간 고객돈 수십억원을 빼돌려 주식에 투자했다가 2억여원을 손실낸 것을 확인하고 고발조치 한 바 있다. 이 직원이 돈을 빼돌린 날짜는 전산망을 마비시켰던 해킹이 발생하기 하루 전날이었다.
이밖에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당 취급 건으로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는 등 농협에서 올해에만 벌써 5차례가 넘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최원병 회장은 이런 연이은 중대한 금융사고에도 불구하고 사과의 입장보다는 변명하기에 급급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월 전산장애 이후 기자회견 내내 고객들에게 이해와 용서를 빌기는커녕 책임 회피한 발언을 했다.
최 회장은 “복구 시점에 대한 약속이 왜 자꾸 바뀌느냐”는 질문에 “나도 (직원들이 정보를 안 줘서) 기자들처럼 당했다. 오히려 (기자와) 같은 입장”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놔 회견장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는 자신이 농협의 수장인지, 아니면 외부인인지 분간을 못하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특히 최 회장은 모 언론사 기자의 질문에 “(전산장애와 관련해) 이런 일이 생긴 것은 내가 알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나는) 비상임이어서 업무를 잘 모르고, 내가 한 것도 없으니까 책임질 것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대해 전국농협노동조합은 “최 회장 등 임원진이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다”며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최 회장 책임 떠너기기에만 급급”
농협 노조는 이번 사태의 원인은 검찰의 수사 발표와 별도로 2008년 농협중앙회 서버 해킹으로 인해 중요한 고객정보가 누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것을 비추어 보았을 때 전반적으로 최 회장의 리더십 부재와 조직관리에 대한 무책임이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단기성과에 치중한 나머지 무분별하고 대책 없는 IT 외주화에 따른 관리소홀을 크게 지적할 수 있다고 전했다.
농협 노조는 “이와 같은 사상 초유의 사태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혀 졌으나 농협중앙회는 양치기 소년과 같이 거짓말을 거짓말로 가리기에만 급급할 뿐 무책임한 행태만 보여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켰으며 여기에 한 술 더 떠 경영 최고 책임자인 최원병 회장은 뻔뻔스럽게 자신은 비상임이니 책임이 없다며 발뺌하고 나서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최고 경영 책임자라면 이와 같은 초유의 금융사고에 대해 유․무형의 보상과 더불어 무한 책임으로 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태 수습과정에서 낱낱이 드러났듯 최 회장의 관리소홀과 경영책임자로서 조직관리 능력 부재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사퇴하고 비대위를 구성해서라도 실추된 농협의 신인도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일각에서도 농협 최 회장이 중대한 사고의 발생 이후 지금까지 거취에 대해서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경영진 징계 대상 불포함 가능성 높아
업계 한 관계자는 “농협법 개정으로 내년 3월이면 총자산 230조원의 농협금융지주가 탄생한다. KB·우리·신한에 이어 업계 4위”라며 “하지만 지금과 같은 리더십으로 내년을 맞는다면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금융당국이 금융보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최고 경영진에 대한 징계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4월 전산사태 이후 책임론이 불거지자 IT 총괄 이재관 전무가 사퇴를 표명한 것 외에 자체 징계를 받거나 자진 사퇴를 한 경영진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농협 전산사고에 대한 특별감사를 토대로 제재범위와 강도를 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최고 경영진에 대한 징계여부가 관심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월 전산사태 이후 책임론이 불거지자 IT 총괄 이재관 전무가 사퇴를 표명한 것 외에 자체 징계를 받거나 자진 사퇴를 한 경영진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농협은 금융감독원의 발표 자료를 토대로 내부 임직원의 징계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행법상 금감원의 감독 대상인 신용부문만 기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최원병 회장 등 핵심 경영진도 징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농협 “책임자는 이미 사퇴”
이에 일각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은 것은 경영진의 도덕성의 문제”라며 “또다시 이런 사고가 일어난다고 해도 경영진은 ‘이번처럼 그냥 넘어가면 되지’라며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관련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금감위에서 징계관련 통보와 오면 당연히 그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라며 “단지 아직까지는 별다른 통보와 없어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 회장이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다만 현장에서 늬앙스의 차이로 그렇게 들렸을 뿐이라”며 “최 희장님은 비상임이고 이미 책임자인 이재관 전무가 사퇴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다. 최 회장에 대한 사퇴에 대한 요구도 지역노조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