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용 얼음정수시 판매 2개월만에 5만대 판매 승승장구
갑작스러운 압수수색, "김영학원 횡령 연관된 정황 포착"
방사능 제거 과장 홍보 논란 등 악재에 겹쳐 후폭풍 예상
청호나이스 “아직까지 확인된 것 없고 매출에 영향 없어”

이 때문에 오랜만에 동종업계 1위인 웅진코웨이의 점유율을 따라 잡으려는 의도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여기에 해외시장의 경우 중국에서 국내 정수기 업체로는 가장 큰 매출을 올렸고, 베트남의 정수기 시장에도 신규 진출하는 상승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데 찬물을 끼얹고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청호나이스로써는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청호나이스가 올해 야심차게 준비한 초소형 얼음정수기 ‘이과수 얼음정수기 미니’가 판매 2개월만에 5만대 이상을 판매를 기록했다고 6월 17일 밝혔다. 지난 4월 11일 출시된 이 제품은 현재 청호나이스 정수기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 무더위가 이어질수록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36㎝x49㎝, 높이 48㎝에 불과한 초소형 제품으로 공간문제를 해결해줄 뿐 아니라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청호, 웅진코웨이 따라잡기 심기일전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은 얼음정수기 최대 성수기”라며 “특히 올해는 ‘미니’를 통해 얼음정수기의 라인업이 완성된 만큼 판매 호조를 보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때문일까. 청호나이스는 올해를 업계 1위인 웅진코웨이와 ‘거리 좁이기’의 기회로 삼고 분투를 벌이고 있다. 그동안 청호나이스는 웅진코웨이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번번히 별다른 소독을 벌이지 못했기에 이번 얼음정수기에 거는 기대는 컸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바로 최근 김영편입학원발 비자금 수사가 청호나이스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 때문에 얼음정수기 출시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청호나이스로서는 크게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김영 편입학원 공금 횡령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최윤수)가 정수기 업체 청호나이스 본사를 압수수색한 것으로 6월 2일 알려져 이들 간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검찰은 또 이 회사 임직원 자택 등 10여곳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김영편입학원 대표 김영택 회장(60)이 지난 2004년부터 최근까지 학원 공금 수십억원을 빼돌린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청호나이스가 연관된 정황을 포착,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김영편입학원과는 일절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청호나이스가 이번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정휘동 청호그룹 회장과 김영택 김영편입학원 회장간 친분관계로 돈의 흐름을 오가게 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문제는 더욱 커지게 됐다.
정 회장과 김 회장은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동문이다. 정 회장이 김 회장 보다 여섯 살 아래다. 김 회장은 연세대학교 최고경영자 총동문회 수석부회장도 맡았다. 오너 간의 친분 관계가 돈의 흐름을 오가게 했을 수 있다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횡령한 돈을 자신의 다른 사업이나 도박자금으로 쓰고, 학원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금품 로비를 했으며 이 과정에서 청호나이스 정 회장에게 부탁, 비자금 은신처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앞서 2007년에도 청호나이스는 검찰에 다른 20여개 업체와 함께 다단계판매 혐의로 적발됐지만 별다른 제재는 받지 않았다. 하지만 김치냉장고 사업철수로 A/S에 대한 소비자의 반발에 부딪쳤고 최근 수돗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전혀 검출되지 않는데도 대표가 직접 나서 정수기의 방사능 제거 효과를 과장 홍보해 논란을 빚은 상황과 맞물려 이번 압수수색은 적지 않은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서도 잘 나갈 때 겹치다니
무엇보다 청호나이스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한 것은 바로 압수수색이 웅진코웨이와의 간격을 바짝 좁힐 수 있는 기회에 공교롭게 벌어졌다는 점이다.
청호나이스는 업계 1위 웅진코웨이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며 1990년대 말 시장점유율을 40%까지 끌어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웅진코웨이와 더불어 명실상부한 2강 체제를 이뤘다.
1993년 설립 첫해 매출액이 30억원에 그쳤으나 이듬해 10배 늘어난 300억원, 1995년 1천억원을 돌파하며 급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천6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웅진코웨이를 뒤쫒은 유일한 2위업체였다.
이같은 성장을 거듭하게 된 발판은 청호나이스의 정 회장에게 있다. 정 회장은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와 동대학원(국제마케팅석사)을 졸업했다. 미국 현지에서 환경관련연구소와 기업에서 수질 전문가로 일하다 지난 1990년 귀국했다.
당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으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아 1991년 파견근무 형태로 웅진코웨이 제품개발팀에 합류한 일화는 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은 웅진코웨이 상무를 거쳐 1993년 부친인 고 정인호 전 청호나이스 명예회장과 웅진코웨이의 사업모델을 그대로 본 뜬 청호나이스를 설립했다.
현재 국내 정수기 시장은 5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웅진코웨이(지난해 매출액 1조5191억원)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청호나이스가 11~15%의 점유율로 2위로 교원L&C과 동양매직, LG전자 등에 가까스로 앞서 있는 구도다.
실제 청호는 올 초 일본지진으로 야기된 방사성 물질 우려로 정수기와 공기청정기의 매출이 급성장세에 있었고,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기 두달 전인 4월만 해도 새로 출시한 ‘이과수 얼음정수기 미니’가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상태였다.
여기에 해외시장의 경우 중국에서 국내 정수기 업체로는 가장 큰 매출을 올렸고, 베트남의 정수기 시장에도 신규 진출하는 파죽지세 분위기를 이어갔다. 청호나이스는 지난 1월만 중국시장에서 200억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 1500억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호나이스 경영진도 이 같은 상승세를 의식해서인지 올해 매출액을 지난해(2600억원) 2배 수준인 5000억원으로 늘려 잡고, 오는 2016년까지 매출규모를 1조원까지 확대하겠다며 웅진을 압박하는 ‘카드’를 내놓기까지 했다.
고객 신뢰도 악영향 끼치나?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청호나이스의 고객 신뢰도에 금이 갈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판매현장에서의 악영향은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또한 이번 검찰수사가 이제 성수기에 접어들어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간 상황에서 터져 전체 정수기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1위와의 거리좁이기는 물론 동양매직과 LG전자의 추격을 따돌리기가 힘들 처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양매직은 최근 2년간 판매 및 렌탈률에 있어 업계 2위에 올라서면서 가장 크게 청호를 위협하는 존재. 지난해만 18만대의 정수기를 판매하며 웅진까지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이와 함께 2009년 4월 자사 대리점에서 정수기 시판에 나서며 본격적인 정수기 시장 진출을 선언한 LG전자도 올해부터 방문판매를 통한 매출영향도 무시못할 정도로 올라갔다.
앞으로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청호나이스의 운명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조사 결과 청호나이스쪽에 들어간 김영 편입학원의 회삿돈이 비자금 등으로 밝혀질 경우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청호나이스가 정수기 관련 방사성 광고를 냈는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허위광고 의혹을 받아 근거 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것으로 안다”며 “이번에 검찰 압수수색으로 고객 신뢰도에까지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기업 이미지는 물론 정수기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갑자기 들이닥쳐 회사 자료 등을 압수해 간 것은 알고 있다”며 “정확히 어떤 사안인지 내부에서도 파악이 아직 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매출에 특별히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다”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