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 ‘도시관리계획 변경결정안’ 가결
도시계획위원 대부분 주민반대 이유 들어 반대의견 내놔
골프장저지시민위, “계양산 지켜낸 역사적 날로 기록될 것”
롯데건설, “적법한 절차로 진행했는데…법적인 대응 검토”
환경훼손 논란으로 5년이라는 시간을 끌어온 롯데그룹의 인천 계양산 골프장 건설이 결국 백지화됐다.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가 6월 22일 도시관리계획 변경결정에 대한 심의를 벌여 계양구 다남동 대중골프장의 체육시설 변경결정안에 대한 심의를 열고 체육시설을 폐지하기로 의결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시민들의 인천의 명물산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데에 반대의 의견이 있었고 도시계획 위원들 사이에서도 이 의견을 전폭적으로 받아드린 것이다. 이 때문에 롯데건설은 신격호 회장의 30년 숙원사업으로 불릴 만큼 공을 들여온 사업이 이번 폐지결정에 따라 당혹스러운 입장에 놓였다.
롯데건설은 이번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으로 지난 1980년대 이후부터 30년가량 추진해 오던 계양산 골프장 건설이 행정적으로 불가능해졌다. 22일 인천시에서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심의를 개최하고 계양산 골프장 계획을 폐지하는 ‘도시관리계획(도시계획시설: 체육시설) 변경결정(안)’을 가결했다.
여러 논란 불러왔던 골프장 건설
이같은 결정으로 롯데건설이 지난 2006년부터 추진하면서 수많은 논란을 불러왔던 계양산 개발제한구역 골프장 건설은 끝내 무산된 것이다. 이날 심의에 참석한 도시계획위원들은 대부분 체육시설 폐지 결정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예전부터 인천시민의 반대 의결이 있었고 골프장 건설 관련 공람에서도 대다수 시민들의 반대의사를 표시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의견을 냈다. 일부는 폐지 사유의 구체성이 부족하고 롯데건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여러 가지 의견들을 종합한 끝에 표결에 부쳐져 12대 5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롯데가 그동안 추진해온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과 도시계획시설 결정은 인천시 고시를 거쳐 무효화된다.
롯데건설이 총 사업비 1100억원 가량을 투입해 추진해 온 계양산 골프장 건설사업은 2009년 9월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한 바 있다.
앞서 롯데그룹은 1976년 신격호 회장이 이화여대 소유의 계양산 부지를 매입하고 지난 2000년부터는 총 178만2000㎡의 부지에 18홀 규모의 퍼블릭골프장과 호텔, 공원, 놀이시설이 어우러진 대형 리조트 건설을 추진했었다.
신 회장, 계양산 골프장 건설 애착
계양산 골프장은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신 회장은 계양산 골프장이 서울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아 사업성이 우수하다고 판단과 함께 롯데도 수도권에 골프장을 하나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지금까지 직접 일일이 챙겨올 정도로 중요사업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환경단체가 중심이 된 지역 단체와 시민들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계양산을 훼손해선 안 된다”며 골프장 조성 반대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골프장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시작됐다.
50여개 인천지역 시민단체로 구성된 ‘계양산 골프장 저지 및 시민자연공원 추진 인천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원회)는 지난 2006년 8월 9일 발족, 롯데건설이 계양산에 골프장을 지을 수 없는 이유로 계양산을 한 기업의 골프장이 아닌 역사, 문화, 생태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 인천시민들을 위해 더 정당성 있다는 것을 꼽으며 반대시위를 펼쳤다.
시민위원회측은 “계양산에는 신 회장 개인이 약 76만평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는 개발제한구역이 지정된 후에 사들였다”며 “불법거래의혹을 받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또한 시민위는 “인천대공원은 그 일대 농민들로 부터 토지를 매입하여 조성한 것”이라며 “서민들 땅은 잘도 수용하면서 재벌총수 땅은 사유재산이라며 밀어주기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시민위, 골프장 건설 관련 의혹 쏟아내
시민위는 골프장이 지어질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인천시와 계양구청이 계양산 골프장에 반대하는 80%이상의 시민여론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특혜행정을 펼쳤다고 것을 들었다. 이에대해 시민위는 지난 2006년 12월 인천일보가 인천시민 83.6%, 계양구민 83.1%가 반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들기도 했다.
또한 시민위는 롯데건설과 계양구청장이 계양산이 훼손됐기 때문에 골프장이라고 짓는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시민위는 자료를 통해 “롯데건설이 인천시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약 30만평에 달하는 골프장 부지 중 훼손된 곳은 약 10만여평(355,405㎡)에 불과하다”며 “그나마도 목상동 5만여평은 롯데 측이 골프장을 짓기위해 고의로 훼손해 계양구청으로 부터 원상회복 명령을 받고 검찰에 고발까지 된 곳”이라고 주장했다. 시민위는 “다남동에 훼손됐다는 5만 여평은 밭과 축산농가”라며 “밭과 축산농가는 훼손부지가 아니라 농민들의 생활터전”이라고 지적했다.
시민위는 또 롯데건설이 인천시에 계양산 개발계획을 제출하면서 근린공원에 입장료를 받겠다는 부분도 골프장을 지을 수 없는 이유 중에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시민위는 “근린공원에 시설이 들어서는 곳은 연무정위 능선부터 계양산성 능선까지 다남동방향으로 이어지며 거기에 근린공원 원형보전지역으로 정상까지 주 능선이 모두 포함돼 있다”며 “국립공원도 입장료를 없앴는데 이 엄청난 지역에서 입장료를 받겠다는 것은 계양산에 담장이라도 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시민위 “롯데, 멸종위기종 살지 않는다고 허위보고”
특히 시민위는 환경부 고시에 사전환경성 검토시 ‘멸종위기종 서식지는 골프장 부지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목상동, 다남동의 골프장 예정부지에는 맹꽁이, 물장군, 깽깽이풀 등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이 다수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롯데측은 2006년 환경성검토서 조작의혹으로 논란이 벌어진 이후에도 2008년 사전환경성검토서, 2009년 환경영향평가서 등에서 지속적으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지 않다고 허위보고했다고 시민위는 주장했다.
‘멸종위기종 서식지에 골프장을 지을 수 없다’는 규정이 있지만 ‘누락’ 혹은 ‘허위’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는 현행법의 허점을 악용, 탈법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계양산 부근에 위치한 군부대가 골프장 건설 반대의 입장을 낸 것도 명분이 됐다는 것이 시민위의 입장. 당시 골프장추진 백지화를 주장하는 시민위는 “하나의 동력이 생겼다”며 적극 환영의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군부대는 2회에 걸쳐 부동의하고 2회는 내용의 변화가 없다며 회송처리했다가 2009년 9월 5개월만에 제출된 5번째 협의요청에서 17사단은 3홀을 축소하는 조건으로 동의해 시민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후 시민위는 시청앞 릴레이 1인시위를 시작으로 210일에 걸친 나무위 시위, 2회에 걸친 시청앞 천막농성, 매주 계양산 삼보일배, 1년 동안의 촛불집회, 4년동안 지속된 천주교 미사, 3회에 걸친 하느재고개 릴레이 시위, 목회자들의 단식기도회, 정상농성, 안상수시장 그림자시위, 시민걷기대회와 자전거행진 등 온갖 활동을 펼쳐 시민들의 반대의견을 끌어내 왔다.
“롯데 행정소송 한다면 불매운동 벌일 것”
이처럼 시민위의 반발 등 계양산 골프장을 둘러쌓고 갖가지 논란이 일어졌고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계양산에 공원을 조성해 시민 휴식공간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건 송영길 시장이 당선되자 시는 같은 해 11월 계양산 일대를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계양산 보호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어 지난 1월 계양산 골프장 도시계획시설 폐지안을 공고하고 관련 행정절차를 진행해 왔다.
결국 22일 인천시의 계양산 골프장 조성 관련 조례 폐지 결정이 알려지자 그동안 골프장 조성 반대 운동을 해온 지역 단체와 주민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시민위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오늘은 어린이와 여성, 장애인, 노동자 등 이 땅의 가장 작은 이들이 롯데라는 국내 굴지의 재벌과 권력의 결탁에 맞서 뭇 생명의 터전인 계양산을 지켜낸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지난 시절 280만 인천시민들과의 대화와 소통을 거부한 채 일방적으로 롯데재벌의 편에서 롯데재벌의 이윤만을 위해 행정을 펼쳤던 비민주적 행정을 인천 시민들의 힘으로 바로잡은 날로 오늘을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위는 또한 “오늘은 재벌이 자신들의 이윤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파괴와 죽임을 일삼고 공공재산인 시민과 생명의 산에 그들만의 장벽을 치려했던 시도를 말없는 생명과 이들과 함께 하려는 시민들이 함께 막아낸 날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시민위는 “오늘 인천광역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지난 안상수 시장시절 진행됐던 계양산 골프장 관련 행정절차를 백지화 한 도시계획시설 - 체육시설 폐지 결정을 열광적으로 환영한다”며 “만일 롯데측이 오늘의 결정에 불복하여 인천광역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낸다면 그 즉시 대대적인 불매운동 등 ‘반(反)롯데’ 시민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또한 재판 보조참가 등을 통해 소송에서 시민이 승리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위 노현기 사무처장은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천에서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를 계속 운영하고 싶다면 롯데는 인천시민의 뜻을 배반하는 행위를 이쯤에서 중단하고 계양산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 놓으라고 강력하게 충고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시민운동연합 조강희 사무처장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계양산 골프장을 추진한다고 하면서 롯데의 온갖 편법이 있었다”며 “이제는 모든 것이 시민의 의견대로 이뤄졌기 때문에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적잖게 당황하면서도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감한 롯데건설, 어쩌나
롯데건설은 당초 계양구 다남동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158만6280㎡에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짓는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사전 환경성 검토, 군부대와의 협의 과정에서 규모를 71만7000㎡(12홀 규모)로 수정해 사업 승인을 위한 실시계획인가만 남겨둔 상황이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적법한 절차로 진행해온 골프장 건설이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위원회 의결을 내용을 파악한 뒤 다각적인 방향에서 법적인 대응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